[해외기고] 그리스 신화로 보는 사람의 심리
[해외기고] 그리스 신화로 보는 사람의 심리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1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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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어보았을 그리스 신화는 누구에게나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한동안 그리스 신화의 매력에 빠져서 여러 작가들이 쓴 다른 책들을 찾아서 열심히 읽었다. 그리스 신화는 올림퍼스 산의 신들과 인간들의 관계를 다양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 모든 내용들이 심리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는 가장 좋은 심리학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던 신부님과 함께 칼 융의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꿈을 통해서 무의식의 세계를 분석하는 공부를 몇 년 동안 했었다.

신부님은 강의 중에 그리스 신화와 어린이 전래동화를 예로 들면서 신화가 바로 사람들의 무의식 세계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원형’이라고 불리는 기본적인 심리학의 요소들이 그리스 신화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마음속의 원형이란 우리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열등감, 유혹, 순교, 복수, 사랑, 비겁함과 같은 다양한 모습들을 말하는데 갑자기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의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신화란 수천 년 전의 일이지만 신화 속에서 등장했던 인물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감정이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찾을 수가 없다. 현대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바로 그리스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 제우스, 헤라가 될 수도 있다는 어느 정신분석학자의 글을 읽고 공감한 적도 있다.

최근에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그리스 신화를 재분석한 책을 읽게 되었다. 수천 년에 걸쳐서 유명세를 많이 타는 인물과 영웅들이 자신을 변명하는 내레이터 형식으로 쓰인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스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여성들 중의 한명은 판도라라고 생각한다. 판도라는 열지 말아야 할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온갖 질병과 고통이 쏟아져 나오게 만든 장본인이다. 마지막에 남은 행복은 뚜껑을 도로 닫아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그녀의 멍청함과 호기심에 대한 질책은 영원히 남아있을 수밖에.

그 전까지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평화로운 낙원이었다. 책 속의 화자(내레이터)인 판도라는 자신에 대한 나쁜 글을 남긴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를 원망하고 있다. “그는 나에 대한 진실은 전해주지 않고 요부 같은 모습으로 바꾸었으며, 조작된 이야기를 만들어서 세상에 퍼뜨린 가해자다”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인류 최초의 여자인 이브와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고,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인간을 낙원에서 쫓겨나게 만든 자신의 운명을 억울하다고 변명한다. 행복을 나오지 못하게 막은 그녀의 잘못에 대한 벌이 아닐까 싶다. 판도라 신화는 인간의 우월함과 교만함이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심리학 적인 분석을 말하고 있다.

최고의 영웅으로 알려진 헤라클래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와 인간 여성인 알크메네의 아들로 태어나서 반은 신적인 요소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오만과 겸허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헤라클래스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영웅은 쉽게 될 수 없기 때문에 영웅을 통해서 자신이 되고 싶은 영웅 상을 발견하고 열광한다”라고 책 속의 화자로서 말한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던 헤라클래스도 아테네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지성을 중시했던 아테네 시민들은 무식하고 힘만 센 헤라클래스를 영웅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헤라클래스는 다혈질이며 결과를 생각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급한 성격 탓에 근친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는 신탁을 통해 벌로서 12가지의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현대사회에서 십대 젊은이들이 K-Pop의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며 집착하는 것은 그들을 통해서 영웅 심리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헤라클래스의 모험을 통한 여정에서 보면 그에게는 아니무스(남성성)와 아니마(여성성)가 모두 나타난다. 근육질의 힘세고 우람한 체격의 남성 안에 바느질과 뜨개질을 하는 여성상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최후는 독에 감염되어 죽음을 맞이하는데 스스로 장작불에 몸을 태우며 승화시킨다.

이 외에도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다. 오이디푸스는 변명과 갈등으로 대표되는 신화 속의 인물이다. 잘못된 운명으로 인해서 아버지를 죽인 그는 어머니와 결혼해서 자녀를 낳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는 스스로 눈을 찌르고 왕위를 버리며 딸과 함께 거리를 방황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정신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아들은 어린 시절에 어머니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아들은 역시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존재에 의해서 거세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진다. 이런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한 남성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는 욕구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를 제거 하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갈등이 바로 오이디푸스 신화 속에서 나타나는 열등감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성장이 정체되고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또는 현대적인 말로 마마보이가 되기도 한다. 화자(내레이터)로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이렇게 변명한다. “어쩌면 운명이란 것은 맞닥뜨리지 않고 피할수록 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의 많은 영웅들과 올림퍼스의 신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그 신화 속에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욕망과 갈등들이 표현돼 있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인간 심리의 거울이며 그들을 통해서 우리 안에 숨겨진 무의식의 세계를 엿 볼 수가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잘 꾸지 않았던 꿈도 다시 꾸게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나를 만나는 심리여행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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