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북경에서 '작은도서관' 자원봉사단 이끄는 이정아씨
[이 사람!] 북경에서 '작은도서관' 자원봉사단 이끄는 이정아씨
  • 베이징=이종환 기자
  • 승인 2017.11.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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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이 돌아가며 장서 7200여권의 '작은도서관' 지켜...월요일 휴관, 토일요일 근무
포스코가 도서관 장소 무상 제공... 소식지도 만들어 독후감과 활동상 소개해
오른쪽이 이정아 관장.
오른쪽이 이정아 관장.

“자원봉사자 40명이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지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3명이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지키지요.”

북경에서 만난 이정아 왕징작은도서관장의 소개다. 북경 조양구에는 한국인들이 밀집해있다. 이들이 찾는 도서관이다. 이정아 관장을 만난 것은 동아왕징의 한국서점 북스린에서였다. 그를 만나러 왕징 포스코 건물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찾아 갔으나, 마침 바쁜 일이 있었다. ‘작은도서관’ 소식지 편집 마감이었다. 이때문에 북스린으로 장소를 옮겨 반시간여를 기다렸다가 그를 만났다.

북스린은 북경협동조합이 출자해 운영하는 한국어서점이다. 북경에 유일하게 우리 책을 파는 서점이 문을 닫게 되자,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시작한 서점이다. 교민 25명이 1만위안씩 출자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북스린은 책(Books)과 수풀림(林)을 합쳐서 만들었다는 조어. ‘왕징작은도서관’은 북스린과는 파트너쉽으로 운영되는 자원봉사단체다. 협동조합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월요일이 휴관입니다. 토요일, 일요일도 책을 대출합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이정아관장은 북경생활이 10년째다. 남편이 주재원으로 부임해오면서 북경으로 와서 ‘아이들을 둔 어머니’ 자원봉사자들을 모아서 책 대출을 하는 민간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처음 출범할 때 지금 북경한인회장을 하는 김용완 회장이 적극 지원했다. 그러다 포스코건물이 왕징에 오픈하면서, 포스코의 무상지원으로 포스코건물 B동 3층으로 도서관을 옮겼다.

포스코는 도서관 앞으로 넓은 실내에 테이블과 의자들도 비치해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심하고도 고마운 배려다. 워낙 그 공간이 넓어서 바자회와 문화행사들도 작은도서관 주최로 개최한다는 설명이다.

“작은도서관 후원회에 436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개인회원은 가입비 100위안, 가족회원은 200위안입니다. 한번 가입하면 평생회원이 됩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관외 대출이 허용된다. 한번에 세권까지 집에 들고 가서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회원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나 관외대출만 안된다는 게 차이다. 작은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소식지는 이번이 창간호다. 타블로이드 4면으로 이뤄진 소식지에는 작은도서관에서 개최한 독서모임 후기, 동화모임 후기 등 활동상과 장서 현황, 독후감 등 읽을거리들이 가득하다. 이런 내용의 독후감도 들어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 대한 독후감이다. 도서관 자원봉사자인 정현수씨가 쓴 글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비극적인 삶을 사는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전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은 인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며 단순히 남성의 재산으로써 취급당할 뿐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마리 얌은 부자인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팔려가듯이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게 된다. 그 후 마리 얌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핍박을 받고 후에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 라일라를 남편이 아내로 맞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라일라는 두 아이를 낳는데, 첫째는 다른 남자의 아이다.

라일라의 첫 아이의 아빠가 생존해 있음을 알게 된 두 여자는 남편을 죽이고 그 길로 도망을 간다. 도망가는 길에도 여자끼리만 이동할 수 없기에 다른 일행에 도움을 청하지만 결국 경찰에 잡힌다. 결국 마리얌은 감옥에 갇혀 사형을 선고받고,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놀라운 사실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에서 기인한 허구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이 글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수많은 마리얌과 라일라들이 고통받고 있다. 현실의 비참함과 비참함을 증폭시키는 작가의 문체가 만난 이 소설에 눈물을 흘렸다면 눈물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런 일들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결심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 책은 나의 편안함에만 만족하지 않고 내가 몰랐던 세계의 다른 이들에게도 관심을 두고 그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한다.

소식지에는 위와 같은 독후감들이 무려 7편이나 실려 있다. 또 도서관에 2017년 10월말 현재 7214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으며, 문학서적이 3522권, 역사서적이 839권을 차지한다는 등 분류별 도서 장서수도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자원봉사활동이 한인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 우리 자녀들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북경 어머니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북경 왕징 포스코건물 3층에 있는 작은도서관. 공간은 포스코가 무상 제공했다고 한다.
북경 왕징 포스코건물 3층에 있는 작은도서관. 공간은 포스코가 무상 제공했다고 한다.
'작은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마침 한 교민이 와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작은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마침 한 교민이 와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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