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사기열전을 통해 본 사마천의 인간 철학과 재물철학
[선비촌만필] 사기열전을 통해 본 사마천의 인간 철학과 재물철학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7.11.25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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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은 언제 봐도 놀랍다. 인간사를 그토록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사건과 인물을 관찰한 사가적(史家的) 예리함과 평가의 엄정함, 인간정신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역사서는 일찍이 없었다.

사마천의 사가(史家)로서의 사명감도 감동적이지만 그의 기록정신, 인간 본성에의 성찰, 사회시스템에 대한 탁월한 통찰은 참으로 감탄스럽다.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만이 아니라 인류 문명사에 위대한 기록유산이다. 사기열전은 인간정신은 물론, 재물이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했다.  화식열전(貨殖列傳)이 그것이다.

경제에서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이는 18세기 산업 혁명의 결과로 성립된 체제이다.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칼 막스의 저서 ‘자본론’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교 도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영웅호걸들의 인간사(人間事)를 기술한 사기열전 70편중 69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사마천은 상공업을 이용한 이재(理財)의 이치(理致)를 다루었다. 사마천은 이미 시장경제 개념을 갖고 화식열전을 쓴 것이다.

‘화식’이란 재산 불리기 즉 재테크다. 열전에 기록한대로 재테크의 이치와 부자들의 이재원리, 인간사에 재화가 미치는 영향 등을 2200년 전에 사마천이 통찰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화식열전은 하, 은, 주(夏, 殷, 周) 이후 춘추, 전국시대와 진, 한대에 걸쳐 수백 년간의 거부들을 열거하면서 특성들을 분석했다. 당시는 농경 시대로 농업은 천하의 대본이라 해서 존중하고 상업은 말업(末業)이라 천대했다. 그런 시절에 상공업활동에 주목해 별도의 열전으로 다룬 것은 사마천의 탁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은 세상의 이치를 인간의 이치, 자연의 이치, 재물의 이치로 나누어 설명했다. 세상의 이치를 알면 인간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이치를 알면 이재의 이치를 안다고 했다.

화식열전에서 사마천은 인간이란 달콤한 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아름다운 미인을 보고 싶어하며 맛있는 요리를 먹고싶어 한다고 갈파했다. 또 안락함을 좋아하고 자신의 권세나 재능을 자랑하고 싶어하며, 이것이 인간의 천성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사마천은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서 재화를 생산하고 생산된 재화는 인간의 욕망을 더욱 자극해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또 인간은 자기보다 10배의 재력을 가진 자에겐 자기를 비하(卑下)하고, 백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배가 되면 그에게 부림을 당하고, 만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고 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인간과 역사를 움직이는 재물의 힘을 깊이 이해한 자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70편의 사기열전은 인간의 정의관을 구현하기 위해 성인(聖人), 현자(賢者)들이 어떻게 살아 왔으며, 그에 관통하는 인간 정신주의의 위대함을 기록했다. 사마천은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면서도 재력의 위대함에 감탄할 줄 알았다. 이재(理財)의 원리와 그 힘을 간파해 '화식열전'을 열전 마지막에 배치하는 절묘함도 발휘했다.

[필자소개]
김도 전 청와대 총무, 정무비서관
한민족 공동체재단 부총재(현)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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