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황진이, 금강산을 유람하다!
[선비촌만필] 황진이, 금강산을 유람하다!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7.11.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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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갈 수 없었던 조선의 금강산!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산’이란 무엇이었을까? 조선시대에도 등산이란 개념이 있었을까?

조선의 선비, 사대부들은 명산유람을 유산(遊山)이란 이름으로 즐겼다. 요산요수(樂山樂水)했던 것이다. 많은 선비들이 백두산, 지리산, 소백산, 묘향산 등 명산을 유람하고 유산록을 남겼다. 경서(經書)는 물론 시, 서, 화(詩, 書, 畵)를 기본교양으로 연마했던 조선의 선비들에겐 풍류라는 테마로도 유산을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금강산은 중국에까지 소문난 조선 최고의 명산으로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금강산 유람은 일생일대의 로망이요 꿈에나 가볼 수 있는 그런 산이었다.

송강 정철처럼 강원 관찰사란 한직(?)으로 나갈 때를 이용, 말과 가마 그리고 관노비를 동원하여서나 할 수 있었던 것이 금강산 유람이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가사 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관동별곡이 태어났지만 지금 같으면 예산 유용에다 근무지 무단이탈로 문책되지 않았을까?

조선시대에는 삼종지도(三從之道), 여필종부(女必從夫), 칠거지악(七去之惡) 등으로 상징되는 종속윤리가 여성을 구속했다. 여성들의 삶의 주인공은 언제나 남자였다. 이런 성적, 신분적 금제(禁制) 논리에 도전한 조선여성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남성의, 그것도 양반 사대부 남성들만이 누렸을 법한 금강산 유람을 감행한(?) 몇 몇 조선여성들의 주체적 삶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조선의 사대부들도 하기 힘들었다는 금강산 유람을 자의(自意)로 결행한 여성들이다. 황진이와 김만덕, 그리고 김금원이 그들이다.

주인의 필요에 의하여 동원된 기생이나 하녀들이 금강산엘 따라 간 경우는 있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이 세 사람만이 자의로 금강산을 유람한 조선여성들이었다. 금강산은 조선여성으론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꿈의 코스였던 것이다.

다 알다시피 송도의 명기, 아니 조선의 명기로 소문난 황진이는 조선양반 한량들의 로망이었지만 돈과 권세에 비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성과 풍류를 갖춘 남성들을 선택하는 주체적 자기 삶의 주인공이자 예인(藝人)이었다. 뭇 사내들의 위선적 추파에 신물이 난 황진이가 사대부들도 하기 힘들다는 금강산 유람을 기획하면서 재상의 아들이자 백수건달인 이생을 유람 파트너로 선택함으로서 여성 유람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기지도 발휘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남친과 무전(無錢)여행을 감행한 여자 연예인이라고나 할까! 기생의 몸으로 수개월에 걸친 장기간 유산(遊山) 과정에 황진이와 이생은 헐벗고 굶주렸다.

결국 이생은 고난의 유람에 지쳐 소리 없이 도망치고 말았지만 황진이의 고행(苦行)은 계속 됐다. 당대의 섹스 아이콘 황진이가 몸 팔고 구걸하며 무전유람을 계속하는 모습들을 상상해 보자니 가슴이 저려온다.

금강산에 있는 많은 사찰엔 황진이의 땀 냄새와 살 냄새가 배어있다. 황진이가 다시 송도로 돌아왔을 때 그의 몰골을 알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기생의 몸으로 명산대천을 유람하며 진정한 삶의 자유를 만끽했던 황진이! 그는 조선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여자임에 틀림없다.

[필자소개]
김도 전 청와대 총무, 정무비서관
한민족 공동체재단 부총재(현)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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