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산책] 네모난 못, 방지(方池) 방당(方塘)
[정원산책] 네모난 못, 방지(方池) 방당(方塘)
  •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 승인 2017.12.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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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당(方塘)이라 부르는 네모 모양의 연못은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朱子, 주희(朱熹, 1130년 ~ 1200년)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만들었다. 그 시에 “반 이랑의 방당이 거울 하나로 펼쳐지니, 하늘 빛 구름 그림자 그 속에 배회하누나.(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했다.

우리에게 네모난 못은 방당보다는 방지로 익숙하다. 방당이 한자어로 어렵다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네모난 못은 유학자들이 반듯하고 곧은 성향을 좋아해서 많이 만들게 됐다고도 한다.

네모난 못에 둥근 섬을 만드는 방지원도(方池圓島)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상징한다. 대표적인 연못이 창덕궁 후원에 만들어진 부용지다.

부용지가 있는 공간은 왕실 서고였던 주합루와 과거 시험장이었던 영화당, 서쪽 우물지 4개를 기록한 비각이 있는 사정기비각(四井記碑閣)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으로 부용지에 걸쳐 아(亞)자 형태 부용정이 있는 창덕궁 후원공간에서 하이라이트다.

1824~1827년에 그려진 <동궐도>를 보면 현재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부용지 주변은 주로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만든 지역으로 후원 내에서 가장 인공적인 구조물을 설치해서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공간이다.

하엽정지
하엽정(荷葉亭)은 삼가헌(三可軒)에 딸린 정자로 이곳 묘동(妙洞)마을은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인 박팽년(朴彭年) 후손 순천 박씨(順天朴氏)의 집성촌이다. 박팽년의 호를 따서 ‘하엽정(荷葉亭)’이라 했다. 하엽정 앞에는 꽤 큰 방형의 연못을 파고, 가운데에 원형의 섬이 있고, 넓은 후원에는 죽림(竹林)을 두었다.

연못의 북동쪽 모서리의 일각문 앞에는 5~6개의 괴석을 일렬로 배치했다. 원형의 중도(中島)에는 연을 심었고, 원래 백일홍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한다. 「파산서당기(巴山書堂記)」에 ‘마루 앞에 방당을 파고 연(蓮)을 심으며 송, 죽, 괴, 류, 율, 상, 재, 칠(松, 竹, 槐, 柳, 栗, 橡, 梓, 漆) 등 잡목(雜木)을 심으니’

하엽정은 주거 별당 형식의 원림으로 서당이 정자로 바뀌어 만든 점이 특징이다. 주변의 산세가 낮고 좁으며, 마을과는 거리가 있어 한가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19세기의 대표적 정원이다.

무기연당
경남 함안군 칠원면 무기리에 위치한 무기연당(舞沂蓮塘)은 국담(菊潭) 주재성(周宰成)이 1717년 이후 별당에 만들었다. 무기연당의 ‘무기(舞沂)’는 논어論語 선진(先進)편에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묻자 모두 벼슬길에 나갈 포부를 밝혔지만 증점(曾點)은 ‘기수에서 목욕하고 기우제 드리는 곳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나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대답한 대목에서 따온 것이다.

무기연당이 있는 무기마을은 과거 상주주씨(尙州周氏) 집성촌으로, 무기연당은 1728년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모집하여 난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운 주재성의 활약과 관련된다. 이인좌의 난이 진압되고 관군들이 복귀하는 도중 그의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난이 평정된 후 관군들이 그의 덕을 칭송하기 위해 주씨(周氏) 향리(鄕里)에 모여 동네 입구에 창의사적비(倡義事蹟碑)를 세우고, 서당(書堂) 앞 넓은 마당에 연못을 파고 섬을 만들었으며 주위에는 담장을 쌓고 일각문을 내었다. 연못은 국담(菊潭), 석가산(石假山)을 쌓은 섬은 양심대(養心臺), 일각문은 영귀문(詠歸門)이라 했으며, 이 모두가 고마움에 보답하려는 병사들의 정성이었다.

연당인 국담(菊潭)의 북쪽에는 하환정(何換亭)이 남향하고 있다. 하환정의 ‘何換’이라는 명칭은 무기연당을 삼공(三公)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에서 취한 것이고, 풍욕루의 ‘風浴’과 영귀문의 ‘詠歸’는 무기연당의 ‘舞沂’와 같이‘기수에서 목욕하고 기우제 드리는 곳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나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한 증점(曾點)의 고사에서 따온 듯하다.

방지방도(方池方島) 형태의 무기연당은 특이한 형태의 석가산(石假山)을 쌓고 괴석을 배열했는데, 그 중에는 ‘백세청풍(百世淸風)’과 ‘양심대(養心臺)’라 새긴 괴석도 있다. 연못의 북서쪽과 동쪽 와송(臥松) 곁에 연못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무기연당을 그린 <하환정도(何換亭圖)>에 동쪽의 계단을 탁영석(濯纓石)이라 했고, 또 풍욕루 남쪽 담장 아래에 세워놓은 괴석은 귀두석(龜頭石)이라 했다.

조선 후기 살림집의 별당에 연못을 파고 정원을 꾸민 유적이 남아있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현재의 모습이 <하환정도(何換亭圖)>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더 큰 가치가 있다.

모던 방지
최재혁 작이다. 한국정원 본연의 가치를 담으면서, 과거의 정원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던 정원이다. 세심원(洗心園)은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고택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좁은 대나무 담길을 따라 이끌리듯 걸어 들어가면, 길모퉁이에 작은 물확과 야생화가 방문객을 반긴다. 그 안으로 작지만 편안한 크기의 아늑한 정원이 펼쳐진다. 대나무 담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바람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원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대나무로 엮은 평상에 걸터앉아, 작고 반듯한 못을 바라본다. 그 안에 비춘 하늘과 꽃과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긴다. 정원을 나서면 길게 이어지는 귀로를 따라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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