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선 미스터 봉으로 불려요”
“쿠웨이트에선 미스터 봉으로 불려요”
  • 쿠웨이트=이종환 기자
  • 승인 2017.12.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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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봉철 쿠웨이트한인회장
NRP프로젝트에 현봉철회장도 수로관건설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15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석유정유단지 조성공사다.

쿠웨이트시티의 홀리데이인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데, 아랍 복장을 한 남성이 차를 받겠느냐고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이자, 포개 들고 있는 작은 잔 건네며, 차를 따랐다. 연한 갈색의 액체로 아랍커피였다. 커피를 받자 스테인레스로 된 2단 접시를 내밀며, 먹을 것도 권했다. 대추야자로, 달콤한 맛이 혀를 찔렀다.

“대추야자는 중동에서 과거 부의 척도였어요. 집에 몇 그루가 있느냐에 따라 빈부가 갈라졌지요.”

현봉철 쿠웨이트한인회장의 얘기다.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주전자와 컵을 들고 다니면서 ‘아랍커피’와 ‘대추야자’를 내놓더라고 하자, 꺼낸 말이었다. 쿠웨이트에서는 손님한테 아랍커피를 내놓는 게 오랜 관습이라고 했다. 호텔 측도 손님한테 가끔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추야자 사우디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과거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대추야자는 학명이 피닉스 닥틸리페라(phoenix dactylifera)로, 종류가 많아요. 정원 조경에 많이 썼는데, 뒤처리가 문제였어요. 옮겨 심었는데, 말라 죽으면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요. 좁은 담장 안에 있으면 끄집어낼 수도 없어 곤란하지요.”

현재 쿠웨이트에서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현 회장은 1977년 현대건설 직원으로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파견되면서 오랜 중동생활을 시작했다.

“1천200만달러짜리 조경공사가 있었어요. 대추야자나무는 그동안 현지인한테 하청을 줘왔는데, 제가 직접해보자고 마음먹었지요.”

NRP 프로젝트로 불리는 쿠웨이트 정유시설단지 공사. 현봉철 회장의 회사가 이 프로젝트의 수로관 공사를 맡고 있다.
현봉철 회장이 현장 숙소 가설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건설을 떠나 막 독립했을 때였다고 한다. 그는 우선 대추야자 공급지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해서 베두인들이 사는 사막 오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손짓발짓까지 동원한 흥정 끝에 나무를 사들이기로 했다. 산지 공급 가격은 말도 아닐 정도로 저렴했다. ‘뿌리를 요청한 방식대로 감싸주면 값을 배로 쳐 주겠다’ ‘빠른 시간 안에 옮겨주면 돈을 더 얹어주겠다’ 등 옵션들을 넣으니 나무 가격이 6배가 됐다. 하지만 그래도 마진이 아주 컸다. 그 가격의 5배로 현장에 공급했기 때문이었다.

“그일 후 3년간 저를 따라올 데가 없었어요. 사우디 전역을 커버했어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일이 많았습니다.”

마침 사우디 리야드의 외교거리 건설 조경도 발주가 나왔다. 1980년대 초반이었다. 현대건설은 현회장의 대추야자 나무 공급에 힘입어 프로젝트 거의 대부분 따냈다. 리야드 외교거리에 현회장이 공급한 대추야자 나무만 3만 그루였다고 한다.

“대추야자 한그루에 5t이 넘어요. 멀리 산지에서 뿌리를 싸서 트럭에 실어서 옮겨와야 합니다. 발주처 요구에 따라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어요.”

현 회장은 일을 맡으면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대추야자 건도 스스로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당시는 스펙도 분류돼 있지 않던 것을 그는 미군 공병대의 스펙을 가져와서 응용했다. 8m, 10m, 12m 등으로 나무 크기 스펙도 구분해 발주처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종류별로 사진도 찍고, 자랄 수 있는 땅에 대해서 조사해, 옮겨 심는 곳의 특성에 맞췄다. 나무마다 자랄 수 있는 염분농도 범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께서 자주 하신 말이 있어요. ‘당신, 그 일 해봤어?’라는 말입니다. 해봐야 어려운지 쉬운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현봉철 회장도 정주영 회장의 이 같은 현장중심의 일 방식을 몸으로 익혔다. 이것은 그가 현대건설을 떠나 지금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지키고 있는 철칙이자 철학이다.

현봉철 회장이 운영하는 Mechanical Engineering & Contracting.
현봉철 회장이 운영하는 Mechanical Engineering & Contracting.

현봉철 회장은 1997년 쿠웨이트로 건너왔다. 쿠웨이트에서는 알가님이라는 회사와 파트너로 해서 독자적인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건설사업과 트레이딩 등이 주된 분야다. 알가님은 쿠웨이트에서는 손에 꼽히는 그룹이다.

현장에서 현 회장은 ‘Mr.봉’으로 불린다. ‘봉’이라면 재미있게 들리겠지만, 쿠웨이트 사람들은 ‘현’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봉’으로 부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의 실용주의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Mr. 봉’의 건설산업 현장을 찾아간 것은 쿠웨이트를 떠나던 날 오후였다. 워낙 바쁘게 움직여서 만나지를 못하다가, 떠나던 날 겨우 시간을 빼냈던 것이다. 현장은 쿠웨이트시티 남쪽에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달리자 대형 프로젝트 건설현장들이 나타났다.

“저 현장은 30억불짜리 LNG 프로젝트 현장입니다. 현대가 공사를 맡고 있어요.”

차창 왼쪽으로 큰 규모의 땅에 거대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좀 더 달리자 또 다른 큰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각종 트럭이 오가는 가운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현 회장이 출입증을 꺼내자 통과가 됐다.

NRP 프로젝트로 불리는 쿠웨이트 정유시설단지 공사였다. 공사규모는 무려 150억불. 현대 대우 SK GS 등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조인트 벤처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수로관 공사를 우리가 맡고 있어요. 이 공사를 시작으로 해서 여러 후속공사들을 발주 받게 됩니다.”

현 회장은 수로관 공사 현장에 차를 세워, 현장을 소개해보였다. 초대규모로 이뤄지는 정유단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사이에 날이 어두워지면서 LPG 공사현장에 조명이 켜졌다. 마치 여수산단의 일부를 떼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불빛이었다.

한국을 떠나 열사의 나라에서 공사현장을 지키면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한국의 대형 건설사들. 그리고 그 현장에 다양한 장비를 공급하고, 다양한 일들을 도급 맡아 처리하면서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도록 돕는 현지의 한인 기업들... 이들이 어울려 쿠웨이트의 한인사회를 조화롭게 이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쿠웨이트한인회 체육대회
쿠웨이트한인회가 12월1일 카지마 스포츠클럽의 잔디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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