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일마을을 아시나요
[기고] 독일마을을 아시나요
  •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 승인 2017.12.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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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남해에 가면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이국적인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1960년대 어려운 시기에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되어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했던 파독 근로자들이 한국에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독일마을’이다.

독일마을 창설자인 정동양 박사(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1974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베를린공대에서 토목학을 전공한 하수처리 전문가다. 그는 독일 유학 시 만났던 독일 근로자들의 귀국, 정착을 돕기 위해 21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독일마을을 설계하고 창설했다.

남해군의 하수처리장 설립에 정 박사가 개발한 자연처리 공법을 채택한 것을 인연으로, 당시 남해군수인 김두관 의원에게 ‘독일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독일마을 조성이 시작됐다. 남해군의 도움을 받아 2002년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됐고, 독일에서 직접 건축재료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건축 기술로 주택을 지었다. 현재는 주택 41채가 완공되어 교포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독일의 문화, 예술, 조경 등 이국 문화를 잘 보여주는 관광명소가 됐다.

더욱이 정 박사는 청계천 복원에 연구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로 유명하다. 스스로 ‘하천 살리기 운동’의 원조임을 자처하는 그가 빗물과 오수가 함께 흐르던 청계천을 친환경적 하천으로 복원하는 일에 자문 역할을 맡아 지금의 청계천을 완성시키는 데 기여했다.

며칠 전 필자는 파독 광부 출신이면서 독일한인회장을 역임했던 지인의 소개로 정동양 박사를 만나고자 독일마을을 방문했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와 독일마을 설립 및 청계천 복원과정에 기여했던 경험을 살려 북한 주민의 수인성 질병(감염병) 해소를 위한 마을 단위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만드는 일에 인도주의적 지원사업 형태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평양과기대 의학부와 공동사업으로 감염병 퇴치를 목적으로 하수처리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감염병 예방업무를 추진하도록 하자는 구상을 나눴다. 먼저는 평양과기대가 소재한 평양시 낙랑구 부락 일대를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하여 시행한 후 그 성과를 봐가면서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얼마 전 JSA 귀순 병사의 질병 상태가 공개된 것을 계기로 북한의 감염병 실태가 드러났다. 또한 2013년, 2016년 수해로 설사병 환자가 증가했고,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주요 사망원인이 설사병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북한 감염병의 여러 원인 가운데서도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병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에 대한 의약품 지원, 영양 증진 등 의료적인 치료방법도 필요하지만, 하수도 시설을 정비하고 급수를 관리하는 적정기술형 인프라 구축이 북한 감염병 문제에 무엇보다 시급한 해결방안이라 할 수 있겠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 주민들의 위생과 생존적 인권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한의 소득 격차만큼이나 큰 것이 남북한 주민의 건강 수준의 차이가 아닌가! 이 건강 격차를 방치하면 남북교류, 나아가 통일 시 사회적 대(大)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이 같은 보건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과거 독일은 분단 시기에도 서독이 장기적인 통일 계획을 갖고 동독 보건의료 분야를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이것이 통일독일의 재건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한반도 통일전략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 북한 주민의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하는 일은 문자 그대로 민족적 지상명령이라 할 만하다.

북한의 수인성 질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동양 박사가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수처리 전문가이며, 독일마을을 창설했고 운영한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청계천을 생명의 물길로 복원하는데 기여했으며, 무엇보다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했던 정동양 박사와 같은 분들이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에 유능한 길잡이가 되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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