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만담] 만절필동 vs 만절필동
[북경만담] 만절필동 vs 만절필동
  • 북경=곽노전 중국지사장
  • 승인 2017.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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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전 월드코리안신문 중국지사장
곽노전 월드코리안신문 중국지사장

12월5일 노영민 주중대사가 시진핑 주석에게 신임장 제정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입장할 때, 방명록에 지금까지의 우여곡절과 어려웠던 한중 관계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의미로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는 글귀를 남겼다.

만절필동이라는 말은 황하가 만번을 꺾이고 굽이쳐 흘러도 중국 지형이 서고동저인 까닭에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말로 원래 순자 유좌편에서 유래했다. 자공이 공자에게 군자가 물을 보고서 느껴야 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마치 만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 들어가고야 마는 것과 같은 굳센 의지(其萬折也必東似志)라고 답한 데서,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 충신의 절개 등을 상징하는 말로 널리 사용돼 왔다.

또 한편 이 말은 서고동저의 지형상 당연히 물이 동쪽으로 흘러들듯이, 당연한 사실의 귀결, 자연의 순리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됐다. 주로 도가계열에서 아무리 고난이 닥쳐도 그 또한 자연의 순리이니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무위자연 하라는 의미로도 사용돼 왔다. 같은 물을 보고도 유가는 굳센 의지와 힘찬 역동성을, 도가는 그 순수한 자연스러움으로 달리 보았던 것이다.

경기도 가평 조종천변에 가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만절필동의 암각을 만나게 된다. 1684년 우암 송시열이 소경(昭敬)대왕(조선 선조의 시호)의 어필을 옮겨 암각해 놓은 것이다. 이곳을 조종암(朝宗巖)이라 하는데,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숭정제의 시호)의 어필 사무사(思無邪)와 청에 대한 북벌정책을 단행했던 조선 효종대왕의 시 일모도원 지통재심(日暮途遠 至痛在心, 날은 저무는데 길은 아직 멀고, 마음엔 통한이 있네)을 우암이 글로 옮겨놓은 암각이 3종 세트로 같이 있다. 명이 멸망한지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송시열등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명나라를 기리고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을 이렇게 남몰래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또 충북 괴산 화양구곡에 가면 제5곡 첨성대에서 우리는 만절필동의 암각을 볼 수 있고, 임진왜란때 원군을 파병한 명나라 마지막 두 황제 만력제와 숭정제의 신위를 모셨던 사당 만동묘(萬東廟) 유적지가 있다. 만동묘의 만동은 짐작하겠지만 만절필동의 줄임말이다. 1704년 숙종때부터 시작하여 1865년 고종이 이를 금지시킬 때까지 경향 각지에서 유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성대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조선의 유생들의 뇌리에 새겨진 만절필동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원군을 파병해준 명의 고마움을 기리기 위하여 쓴 휘호 만절필동 재조번방(萬折必東 再造藩邦)에서 유래한다. 황하가 일만번을 굽이쳐도 결국 동쪽으로 흘러드는 자연의 순리처럼 명나라가 우리에게 번방의 나라를 다시 만들어 주었네라는 극존의 감사인데, 이는 만동묘와 함께 향후 일본 식민사관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임란후의 조선의 유생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았으며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고 민생을 살펴왔을까? 우리는 가평과 화양구곡의 만절필동을 보면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시대를 같이 살아왔던 절대다수 민초들의 삶이 어떠했을지도 어슴푸레 가슴에 미어져 온다.

근 300여년의 격동의 세월을 겪어온 후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만절필동을 대하고 있다. 우리 외교의 최첨병 수장이며 대한민국 집권당의 핵심으로서 그는 과연 어떤 심정으로 만절필동을 다시 꺼내 들었을까?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 우리는 분명 조선과는 다른 역사를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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