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12월, 나눔과 배려의 시간
[해외기고] 12월, 나눔과 배려의 시간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2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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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또 다시 떠나가며 새해를 향해서 손짓을 하고 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올 한해는 유난히 빨리 지나갔다고 말한다. 나이에 가속도가 붙기도 했지만 살면서 겪는 바쁜 일들이 더 많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뒤돌아보고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었는지 아니면 보조역을 충실하게 했는지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실하고 겸허한 자세로 살았다면 그만큼 아쉬움도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해 동안 베풀었던 사랑, 나눔, 배려, 감사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됐다.

아메리카 인디안 부족들은 12월을 다양한 의미를 가진 달로 표현했다. 체로키 족은 ‘다른 세상의 달’, 크리크 족은 ‘침묵하는 달’, 퐁카 족은 ‘무소유의 달’이라고 명칭을 정해서 달력을 사용했다.

그들은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동시에 내면을 응시하는 영적인 능력을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묵상하게 만드는 단어로 사용한 것을 보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던져주는 의미가 큰 것 같다.

심장(Heart)이라는 단어는 사랑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뜻이다. 심장(Heart)이라는 단어에서 첫 알파벳 H와 마지막 알파벳 t를 빼면 귀(ear)라는 말이 중간에 있다. H는 머리(Head)를 상징하고 t는 발가락(toe)을 상징한다. 그래서 머리(Head)부터 발끝(toe)까지 잘 들어주고(ear) 사랑(Heart)을 나누며 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 단어의 깊은 뜻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혜와 축복은 다른 사람들과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과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고 했다. 12월에는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 힘든 이웃을 배려하며,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열린 마음의 달이 된다면 좋겠다. 내 마음 안에 촛불을 켜서 네 안에 옮길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브리즈번시티에 스프링 힐( Spring Hill)이라는 동네가 있다. 거기에는 19세기 후반 무렵에 건설된 지하 물탱크 저장소가 있다. 재정비 수리를 해서 지금은 작은 규모의 오페라 공연을 하는 지하극장(Underground Theatre)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 퀸스랜드주 내의 유적들의 환경보호를 위한 모금활동(Fundraising) 토론회가 있었다. 주제는 ‘현재, 유적보호에 더 강한 힘을 실어줄 것인지, 아니면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이었다.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각 팀에서 두 명의 발표자가 나와서 자신들의 의견을 토론 형식으로 진행했다. 청중들의 대부분이 보수적인 환경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어서 결과는 이미 정해진바와 다름없었지만 발표내용들이 흥미로웠다. 건축사들은 충분히 잘 보존된 유적지 건물들의 주변 공간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장소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는 유적보존에 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브리즈번 시티의 안작광장을 예로 들고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강한 주장을 제기했다.

중간 휴식시간에는 간단한 다과가 제공되고, 오페라 가수들이 나와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었다. 동서남북 날개 모양으로 관중석이 있고 그 가운데에 작은 무대가 있었으며 오페라 가수들은 멋진 노래를 불러주었다.

티켓을 팔은 돈은 모두 유적지 보존에 쓰이게 된다. 누구의 기획인지 꽤 참신한 이벤트였다. 불쌍한 이웃을 위한 자선 단체의 모금활동은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이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나눔과 배려의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부터 시청건물에 특별한 영상이 띄워졌다. 산타할아버지가 나오고, 큰 별을 손에 든 한 소년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먼 길을 헤매는 장면이 나온다. 마침내 그 소년은 브리즈번 시청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찾고 큰 별을 트리 꼭대기에 올려놓는 애니메이션 동영상이다.

그 순간, 트리에 올린 별모양 장식에 불이 들어오고 시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녁 7시15분부터 매 15분마다 이어지는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청광장으로 모여든다. 시민을 위한 시청의 노력이 엿보이고 이 또한 연말을 즐겁게 보내라는 배려라고 여겨진다.

일 년에 정기적으로 몇 번 만나는 예전 학교의 옛 동료선생들 4명이 있다. 페이스 북으로 서로의 안부를 자주 묻고 늘 건강을 챙겨주며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는 좋은 친구들이다. 잦은 감기로 고생하는 나를 위해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를 챙겨주며 나의 건강을 걱정해준다.

최근에 트레이시선생의 페이스 북에 ‘나의 사랑하는 옛 동료 선생님들!’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을 보았다. 그들의 변함없는 우정은 이 땅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내가 사는 사회에 건네는 작은 도움의 손길이 있고,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이벤트도 있고, 멋진 우정을 나누는 호주친구들도 있는 사회, 바로 이런 것들이 모여서 하나(One)가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남지 않은 12월을 물질이 앞서기보다 마음이 먼저 다가가는 진정한 나눔과 배려, 감사의 시간으로 채워보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아름답게 느끼는 진정한 사랑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2017년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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