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당(晩唐)의 풍류시인 두목(杜牧)은 적지 않은 염문을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번은 두목이 호주(湖州)를 지나가다가 열 살 남짓한 여자 아이를 보고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후한 예물로 간곡히 설득한 끝에 10년 후에 다시 돌아와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조건의 약혼을 했다.
그러나 운명은 두목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가 그 여자아이와 결혼하기 위해서 다시 호주로 찾아갔을 때에는 약혼한지 이미 14년이 지난 후였다. 그래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두목은 들뜬 마음으로 그 여자아이의 집을 찾아갔으나 그 여자아이는 이미 3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갔고, 슬하에는 벌써 자녀가 둘이 생겨 있었다.
억장이 무너진 두목이 그녀의 부모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약속을 저버린 쪽은 바로 두목 자신이라는 반론에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때 낙망한 심정으로 쓴 것이 다음과 같은 시라고 한다.
自是尋春去較遲(자시심춘거교지, 스스로 봄 찾아가는 것이 좀 늦었으니)
不須惆悵怨芳時(불수추창원방시, 슬퍼하며 꽃피는 시절 놓친 것 원망할 필요도 없으리)
狂風吹盡深紅色(광풍취진심홍색, 센 바람이 짙은 붉은색을 다 날려버려서)
綠葉成蔭子滿枝(녹엽성음자만지, 녹색 잎이 그늘이 되고 열매는 가지에 가득하구나)
이 시의 제목은 <탄화(嘆花)>라고 하나, <창별(悵別)>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시에서 ‘짙은 붉은 색’은 표면적으로는 꽃을 상징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의 묘령의 시기를 상징한다. ‘녹색 잎이 그늘이 되고 열매가 가지에 가득하다’는 말은 여자가 결혼하여 자녀들이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마지막 구 ‘綠葉成蔭子滿枝(녹엽성음자만지)’를 4자로 줄인 ‘綠葉成蔭(녹엽성음)’의 표면적인 뜻은 ‘나뭇잎이 무성하여 그늘을 드리우다’이지만, 성어로서는 ‘여인이 결혼하여 자식이 있음’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물론 원시에서의 ‘綠葉成蔭(녹엽성음)’은 애틋하게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이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자식을 두고 있는 상황에 낙망하는 남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는 것에 특화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