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재외 동포 향수 달래줄 한인 화가들의 2018 달력
[비바 코리안] 재외 동포 향수 달래줄 한인 화가들의 2018 달력
  • 정길화 MBC PD
  • 승인 2018.01.08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2018년 달력을 만들었다. 해가 갈수록 종이로 만든 달력이 귀한 요즘에 이번 달력은 구성과 내용 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2018년 달력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인 화가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었다. 11개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화가 12명의 작품이 담겼다고 하는데 뉴스를 보니 이 중 세 작품에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다.

3월의 ‘라일락꽃의 날’은 우즈베키스탄의 화가인 신 이스크라의 작품이다. 신 화백은 카레이스키(고려인) 출신 미술가 고 신순남 화백의 제자이자 며느리라고 한다. ‘아시아의 피카소’로 불리는 신순남 화백은 1937년 이후 스탈린에 의한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를 웅변하는 대작 <레퀴엠> 등을 남긴 세계적인 화가다. 그의 고통스런 가족사를 한인 유민(流民)의 장엄한 민족사로 투영한 다큐멘터리 <하늘색 고향>(김소영 감독)이 상영된 바 있다. 연전에 서울시립박물관에서 신순남, 안일 등 카레이스키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고(2007 카레이스키 기념전), 필자는 이와 관련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제 고려인 후손에 의해 그려진 ‘라일락꽃의 날’은 고통스런 심리적 외상에서 벗어나 한민족의 생동하는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즈베키스탄의 화가인 신 이스크라의 작품.
우즈베키스탄의 화가인 신 이스크라의 작품.
우즈베키스탄의 화가인 신 이스크라의 작품.
'아시아의 피카소' 신순남 화백.

4월 ‘공기에 바람을 더하다’는 쿠바 동포 박 알리시아의 작품이다. 몽환적인 느낌의 화풍이 낯익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들어본 듯하다. 문득 묵은 취재일지를 찾아보니 화가의 이름은 알리시아 데라 캄파 박(Alicia De La Campa Pak)이다. 2004년 12월에 MBC의 멕시코 에네껜 이민 100주년 취재 시(이민 100주년은 2005년이고 미리 출장을 실시함), 쿠바 출장에서 직접 박 알리시아를 만났던 것이다. 그녀의 조부모는 멕시코 에네껜 농장 노동자였다. 1905년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떠났던 한인들 중의 일부가 1921년에 쿠바로 재이민을 갔다. 그들의 신산스런 삶은 쿠바에서도 계속됐다. 당시에 알리시아에게 한국에서 온 조부모의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요청했었다.

2004년 에네껜 취재 당시에 아바나에서 만난 쿠바의 한인 동포 화가 알리시아 박과 그녀가 그린 이민자 선조인 조부모.
2004년 에네껜 취재 당시에 아바나에서 만난 쿠바의 한인 동포 화가 알리시아 박과 그녀가 그린 이민자 선조인 조부모.

7월 ‘흙 놀이하는 아이들’은 브라질 동포 전옥희 화가의 작품이다. 전 화백은 주재상사원의 가족으로 상파울루에서 살면서 브라질풍의 화법으로 브라질 농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브라질에 애정을 가지고 특히 북동부 바이아(Bahia) 지방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6년에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국문화원에서 ‘한국과 브라질의 하모니’란 주제로 전시회를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브라질 상파울루 간 자매결연 40주년을 기념해 워커힐에서 단독 전시회를 가졌다. ‘달콤한 파티’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그녀의 작품에는 브라질 북동부 농촌 풍광과 지역 토박이들의 소박하고 서정적인 삶이 경쾌하고 따뜻한 필치로 표현되고 있다.

2017년 9월22일 서울시와 브라질 상파울루 간 자매결연 40주년을 기념해 워커힐에서 열린 전옥희 화백의 전시회 '달콤한 파티' 개막일 장면
2017년 9월22일 서울시와 브라질 상파울루 간 자매결연 40주년을 기념해 워커힐에서 열린 전옥희 화백의 전시회 '달콤한 파티' 개막일 장면

물론 3월, 4월, 7월 외에도 유수한 화가들의 좋은 작품이 즐비하다. 재외동포재단이 만든 이 달력은 재외공관을 통해 각국에 있는 우리 동포 단체들에 전달된다고 한다. 재외 한인들의 가정집과 가게, 사무실 등에 걸린 이 달력은 아마도 동포들의 한국 향수를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촌 곳곳 세계 180여 개국에 있는 700만 재외동포의 위상을 살필 수도 있겠다. 이왕 이런 기획을 한 마당에 장차 기회가 된다면 이 예술가들의 더 많은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합동 전시회가 추진되면 어떨까 싶다. 또 디지털 시대에 재외동포재단 사이트에서 이번 2018년 달력을 볼 수 있게 하고, 또 이 작가들의 온라인 갤러리를 조성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필자소개
정길화(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다큐멘터리 PD로서, 2005년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에네켄> 3부작을 제작, 방영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