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비석(碑石)에 새겨진 병자호란의 교훈
[선비촌만필] 비석(碑石)에 새겨진 병자호란의 교훈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8.01.08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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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잠실 롯데 호텔 옆 석촌 호숫가에 있는 ‘삼전도비(三田渡碑)’를 살펴보는 시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국 요령성 심양 발해대학 구내에 있는 삼한산두(三韓山斗) 비석도 찾는 이 없어 외롭게 풀밭에 서 있다.

병자호란이 남긴 이란성 쌍둥이 비석의 기구한 사연을 살펴 오늘의 한반도 정세를 반추해 보고자 한다. 삼전도비의 원래 이름은 ‘청태종 송덕비」인데 병자호란에서 조선의 항복을 받아낸 청(淸)의 강압으로 남한산성 아래 삼전도(지금의 잠실)에 세워놓은 조선에겐 굴욕적인 청의 전승기념비다.

이런 치욕적 내용의 전승비를 세우게 하고 철수하는 청 태종은 인질로 끌고 간 척화파 거두들과 왕자들에 온갖 고문으로 청에 충성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척화파 인질 홍익한, 오달제, 윤집 등 3학사들이 끝내 충성을 거부하며 죽기를 자청했다.

결국 청 태종은 이들을 처형 하면서도 삼학사의 절의(節義)에 감탄, “나도 저런 신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 뜻을 기리는 비를 세워 자기 신하들에게 귀감이 되게 했다는 것이 삼한산두 비석이다.

삼한(三韓)이란 조선을, 산두(山斗)는 태산같이 높고 북두칠성같이 빛난다는 뜻이니 조선 신하의 기개와 충절이 높고 빛나는 사람이란 말이 된다. 청 태종으로선 항복을 거부하는 적국의 신하에게 주는 최대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인조의 항복을 받은 청 태종은 남한산성 아래 삼전도(지금의 잠실)에 ‘청태종송덕비’를 세우게 하고 청의 수도 심양에는 삼학사의 순절(殉節)을 기리는 ‘삼한산두’ 비석을 세웠는데 이는 세계 전쟁사에 유래가 없는 특이한 역사유적이다.

삼한산두 비석은 세월 속에 망실되었다가 1935년 우연히 발견되자 중국 한인 동포사회의 뜻 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복원하였으나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기에 또 다시 훼손됐다. 그 후 2005년 이 비석을 발해대학에서 구입, 발해대학 구내에 복원하여 놓았다.

송파 삼전도비
송파 삼전도비

내가 2010년 심양에서 개최된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했을 때 대학 박물관에 있는 일부 훼손된 삼한산두비와 대학 구내에 세워놓은 모조 삼한산두 비석을 살펴보기 위해 세계각처에서 온 재외동포 몇 분들과 함께 발해대학을 찾아 현장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이렇게 청 태종을 칭송하는 서울 삼전도비(청태종 공덕비)와 심양의 삼학사(三學士)를 기리는 삼한산두 비는 병자호란의 깊은 상처를 기록하고 있는 이란성 쌍둥이 비석으로 남아있다.

대륙의 패권질서가 요동치고 있던 격변기에 조선 조정은 숭명사대(崇明事大)라는 반정(反正)명분과 성리학적 의리론으로 세월을 탕진하다 병자호란이라는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불과 38년 전의 처참했던 임진왜란의 교훈도, 1627년 겪은 정묘호란 이후의 대책도 없었던 조선은 주화(主和)니 척화(斥和)니 하는 허망하고 공허한 정쟁(政爭)으로 지새운 남한산성 45일 이야말로 뼈아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그 후 조선은 북벌론(北伐論)과 함께 심양에서 순절한 3학사를 비롯한 척화파 선비들을 호국영웅, 순국충신(殉國忠臣)의 표상으로 기려왔다. 우암 송시열이 쓴 삼학사전(三學士傳)이 대표적인데 죄 없는 백성들이 정묘, 병자호란에서 겪게 된 고난을 생각하면 척화론자들이 과연 만고의 충신열사라고 칭송만 할 수 있을까?

4강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상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19세기 구한말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반도 정세도 매우 불안정하다. 지금의 안보환경을 지혜롭게 관리하는 지도자의 의연한 모습이 보고 싶다.

허황된 대의명분론(大義名分論)이나 국면 호도용이 아닌 치밀한 전략과 빈틈없는 준비, 그리고 국민적 단합만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400년 전 병자호란의 비극적 역사에서 다시 한 번 배워야 한다.

심양 삼한산두 비석
심양 삼한산두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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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동 2018-01-10 13:24:27
부총재님!
보내주신글 감명깊게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우리가까이에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않되는
역사와 증거물들이 뚜렷이 남아있는데 우리는
지금도 무엇을하고 있는지 부끄럽고도 창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다행이 주위에 김부총재와 같은
현인이 있어 이런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글의 내욤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알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좋은글 보내주심에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리오.
ㅡ 김사동 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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