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하와이 사진신부 천연희의 이야기
[신간] 하와이 사진신부 천연희의 이야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8.01.1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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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하와이서 자신의 삶 개척한 한인여성의 이야기

“한인 사진신부들은 대부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경제적 이유와 남녀 차별적 사회에서 박탈당한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이민을 택했다.”(<하와이 사진신부 천연희의 이야기> 중에서)

사진결혼이란 한국에 사는 여성과 미주 지역에 노동이민을 온 남성이 서로 사진을 교환해 혼인하는 중매결혼을 말한다. 1900년대 초 일본인들이 사진과 서신으로 혼인하는 모습을 보고 미주 지역의 한인들도 이 방식을 따랐다.

하와이 정부는 관련법을 만들어, 결혼하려고 하와이에 오는 여성들의 입국을 허가했다. 이렇게 하와이로 건너간 사진신부가 1910~1920년대에 약 600~1,000명이었다.

<하와이 사진신부 천연의의 이야기>(일조각, 888p)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고 천연희 여사(1896∼1997)의 자전적 기록이다. 1915년, 19세의 나이로 하와이에 건너간 작가는 말년에 자신의 일생을 24개의 구술 녹음테이프와 7권의 노트에 기록했다. 자신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동향과 독립운동단체의 활동, 이에 대한 정치적 의견 등을 노트에 썼다.

1896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출생한 작가는 19세 때인 1915년 하와이 마우이섬의 파이아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길찬록의 사진신부로 이민을 가 101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 따르면, 고향에서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하고 기독교계 여학교를 다녔던 천연희는 일제의 압박을 받는 답답한 현실과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사진신부가 되기를 자청했다.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가부장제에서 비껴난 가정환경도 천연희가 사진신부로 떠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천연희는 하와이에서 27살 연상의 첫 남편과 가정을 꾸리고 자녀 셋을 낳았으나 남편이 술을 좋아하고 일을 제대로 못해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자 그와 별거하고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그러던 중 자신과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박대성을 만나게 되어 길찬록과 이혼하고 박대성과 재혼했다.

박대성과의 사이에도 자녀 셋을 두었으나 그가 안정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전 남편의 딸 메리의 대학 진학을 반대하는 등 자녀교육 문제로 불화를 빚자 천연희는 그와 이혼한다. 아이들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천연희의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천연희는 가족의 생계와 자녀교육을 위해 빨래, 바느질, 여관업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했다. 45세가 된 1941년, 미국인 남성 로버트 기븐을 만나 재혼한 천연희는 카네이션 농장과 호텔을 경영하며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모두 결혼시켰다.

천연희는 척박한 생활 속에서도 <태평양잡지>, <국민보>와 같은 한인 신문 잡지를 꾸준히 읽고 국민회, 동지회 등을 후원했다. 또한 대한부인구제회 회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교회에도 꾸준히 다녔는데, 특히 이승만이 설립한 한인기독교회에 출석했다.

남편 기븐이 지병으로 사망한 후에도 천연희는 혼자 생활하며 노년에도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75세 때인 1971년부터 88세가 된 1984년까지 천연희는 7권의 노트에 자신의 일생을 또박또박 적어서 남겼다. 그리고 1997년, 하와이에서 파란만장한 101년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기록과 자료는 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 이덕희 소장의 주선을 거쳐 하와이 대학교에 기증됐다가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으로 재기증됐다. 이 책에는 일제 강점기에 머나먼 타향으로 떠나 아내라는 자리를 넘어 여섯 자녀의 어머니로서, 사업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여성의 강인한 삶이 기록돼 있다.

도서출판 일조각은 “일제강점기에 고국을 떠나 하와이 이민 1세대로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개척한 천연희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한국사의 뼈아픈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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