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책담길
바다로 가는 책담길
  • 곽재환 전 동북아평화연대 상임대표
  • 승인 2018.01.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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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해리면 라성리에 위치한 책마을해리에서부터 상하면 장호리 명사십리해변까지 약 3km 구간에 책담길이 만들어진다.

책담길은 ‘부엉이집 책담’으로부터 시작해 ‘우금나루 책담’까지 총 15개소의 책담 쉼터로 조성된다. 19세기 조선의 역사를 동학농민혁명의 발생 전후로 나누어 조형물로 구성한 것이다. 중간지점인 법장천을 기점으로 책마을해리(7개소)까지는 인문정신의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로, 명사십리해변(7개소)까지는 혁명정신의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로 개념화했다.

책담길을 따라 거닐다보면 바다에 당도한다. 그 바다는 미지에 대한 동경을 품은 꿈의 세계로 세상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동학농민혁명이 추구하던 수평의 평등세계를 상징한다.

이 책담길을 통해 후천개벽을 염원했던 동학농민들의 넋을 기리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자 한다. 그리하여 바다로 가능 책담길을 짓고자하는 것은 경계를 허물어 열린 나눔의 사회를 지향하고, 삶의 지혜와 희망을 노래하는 평등·평화의 메시지를 널리 전하고자함이다.

1. 부엉이 집 책담: 19세기 초 조선은 개혁을 추진하던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순조가 즉위(1800년)하고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된다.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홍경래의 난(1801년)이 일어나고 크고 작은 민란들이 계속된다.

2. 월봉연못 책담: 현종이 즉위(1834년)하자 풍양 조씨가 득세했으나 민생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헌종마저 일찍 죽자 강화도령 철종이 즉위(1849년)한다. 하지만 후천개벽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삼정이 극히 문란해진다.

3. 동학의 꿈 책담: 암울한 시대에 민족고유의 경천사상을 바탕으로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1860년)한다. 산남에 민란(1862년)이 발생한 후 고종이 즉위(1863년)하고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나 최제우는 혹세무민의 죄로 결국 처형(1864년)되고 만다.

4. 청 보리밭 책담: 경복궁이 중건(1865~68)되고 서구열강의 세력들이 아시아로 뻗칠 때 외세 침탈을 막으려한 통상수교거부정책과 충돌하는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가 일어나고 동학교도 이필제의 진주민란(1871년)이 발생한다.

5. 솟대깃발 책담: 서원의 오랜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 서원철폐(1871년)가 단행되고 진주민란으로 동학은 더욱 탄압을 받는다. 흥선대원군이 실각(1873년)된 후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1876년)을 체결하고 마침내 개항하게 된다.

6. 사인여천 책담: 외세가 한창 밀려오던 시기에 동학의 교세는 비약적으로 확대됐으나, 임오군란(1882년)이 발생하고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가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갑신정변(1884년)을 일으켰으며 거문도사건(1885년)이 발생한다.

7. 녹두서당 책담: 전봉준은 고창 당촌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아버지 전창혁의 서당에서 한학을 배운 후 성년이 되자 고부에서 훈장과 한의사 생활을 하며 곤궁하게 보내다가 20대에 동학에 입교하여 접주(1892년)가 된다.

8. 쌍조다리 책담: 삼례집회(1892년)와 한양 복합상소(1893년)는 최재우의 죄명을 벗고 포교의 자유를 얻기 위한 동학의 교조신원운동으로 처음엔 종교운동이었으나 보은집회(1893년) 이후 ‘척왜양’의 반외세 정치운동으로 발전한다.

9. 새야새야 책담: 고부군수 조병갑이 만석보를 축조해 부당한 세금을 징수 착복하고 폭정을 자행함에 격노한 군민들이 항의하자 오히려 학정을 가중시키며 탄압한다. 이것이 이듬해 동학농민혁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10. 사발통문 책담: 조병갑이 폭정에 분개한 20인의 의인이 사발통문을 작성(1893년)하고 고부민란(1894년)을 일으켜 탐관오리를 응징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명된 안핵사 이용태가 오히려 군민들에게 죄를 물어 탄압하자 재궐기한다.

11. 무장기포 책담: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등의 동학 접주들이 의기투합해 무장에서 포고문을 작성하고 동학농민혁명의 반봉건, 반외세 기치를 올리며 보국안민, 제폭구민을 위한 본격적인 투쟁을 선포(1894년)한다.

12. 백산창의 책담: 고부관아를 재점령하고 백산에 집결한 후, 전봉준을 동도대장, 손화중과 김개남을 총관령으로 하는 동학농민군을 결성하며 창의문과 4대강령을 선포한다. 이때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란 말이 생긴다.

13. 녹도꽃밭 책담: 상황이 급박해지자 조정에선 청군 파병을 요청하고 텐진조약에 따라 일군도 파병한다. 동학농민군은 황토현 전투와 황룡촌 전투에서 승리하고 파죽지세로 전라도 전역을 접수한 후 전주성에 입성한다.

14. 집강우물 책담: 외세의 간섭이 시작되자 조정과 전주화약을 맺고 전라도 각 군현 53개소에 농민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한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청국과 일본 간에 청일전쟁(1894년)이 발발하고 갑오개혁이 행해진다.

15. 우금나루 책담: 조정이 위기에 처하자 재봉기했으나 우금치전투에서 패해 좌절된다. 절명시를 남긴 전봉준이 처형된 후 을미사변(1895년)이 터지고 대한제국이 선포(1897년)되며 최시형마자 처영(1898년)니 한 서린 백년의 역사가 저문다.

책담길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절명시도 소개된다. 다음과 같은 시다.

時來天地皆同力(시래천지개동력, 때 만나서는 하늘과 땅이 힘을 합치더니)
運去英雄不自謨(운거영웅부자모,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愛民正義我無失(애민정의아무실, 백성 사랑 올바른 길에 잘못이 없었건만)
愛國丹心谁有知(애국단심수유지, 나라 사랑 붉은 마음 그 누가 알리)

필자소개
현 건축그룹 칸건축사사무소(주) 대표이사
현 삼육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
전 동북아평화연대 상임대표
2017년 건축의날 국무총리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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