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비트코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해외기고] 비트코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 양영빈 북경송백투자자문유한공사 수석연구원
  • 승인 2018.01.12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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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사회에서 최고의 이슈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지는 남북대화도 아니고 트럼프의 헛소리도 아니다. 최고의 이슈는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하는 자리나 저녁 술자리에 여기저기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혹자들은 비트코인이야 말로 제4차 혁명의 총아라고 칭송하고 미래의 새로운 화폐의 원형이라고 치켜세운다. 비트코인의 대열에서 밀린다면 중요한 미래 산업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규제들이 비트코인 같은 획기적인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성토하기도 한다. 최근 법무부가 비트코인을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표현이 잘못됐고 가상징표라고 해야 맞다는 내용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한다는 것을 발표했다.

1. 비트코인이 아닌 것

a) 일단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이점에 관한한 법무부의 징표라는 표현은 상당한 고민을 거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가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기초적인 (주류)경제학 원론을 배운 적이 있는 사람들은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을 알 것이다. 첫째 교환의 매개체, 둘째 회계의 단위, 셋째 가치저장 수단이다. 이 세 가지가 화폐의 기능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세 가지 기능으로 화폐를 정의하는 방식은 개념의 몰역사적인 함정에 쉽게 빠진다. 세 가지 기능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모든 유형의 사회에 그대로 통용된다. 따라서 세 가지 기능으로 화폐를 이해하면 현대 사회의 화폐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확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b) 현대 사회에서 화폐의 본질은 거래 당사자 갑과 을이 있는데 슈퍼 갑인 국가가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것에 있다. 갑이 을에게 자동차를 팔고 을은 갑에게 화폐를 지불하는 거래를 생각해 보자. 을이 지불하는 대금이 1000만원일 때 을은 5만원권 200장을 갑에게 건넬 때 갑은 그 5만원권 200장을 왜 아무런 의심 없이 기쁘게 받아들이는가? 국가라는 슈퍼 갑이 존재하고 그 슈퍼 갑이 5만원권 지폐의 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c) 물론 국가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엄청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화폐에 대한 독점권은 수많은 정부들에게 가장 쉬운 방책이었다. 시뇨리지(Seigniorage)를 이용해 국가 구성원들에 대한 재산 강탈을 매우 쉽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정권이 민주적이 아닐수록 이러한 유혹은 더욱 강했다.

멀리는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가깝게는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그나마 작동하는 국가들은 정부의 화폐 남발에 대한 유혹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현대 국가 이전에 정부가 세금으로 금화나 은화를 받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2차대전 이후에 본격화된 금과의 태환이라는 고리가 사실상 없어진 법정화폐(지폐, fiat money) 체제 하에서는 세금을 법정화폐로 받았기에 화폐남발을 통해 세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은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화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는 동시에 화폐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의무를 지게 되었으며 이것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정부와 화폐의 관계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화폐를 단순히 화폐라고 부르지 않고 신용화폐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국가가 그 가치를 보증함을 신용하기 때문이다.

d) 그런데 비트코인의 가치는 누가 보증하는가? 당연히 정부는 아니다. 가치보증의 주체는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가치상승에 대한 믿음에 의해 뒷받침되는 자기실현적 예상뿐이다. 비트코인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또는 중앙권력의 화폐발행에 대한 독점을 무너뜨리고 민주적인 화폐발행의 단초라고 보는 견해는 완전히 잘못된 견해이다.

현대 화폐는 태생부터 그 가치를 보증할 수 있는 제삼자가 필요하다. 만약 그 보증이 자기실현적 예상에 의한 것이라면, 자기실현적 예상이 상승이 아니라 하락으로 반전한다면, 그 결말은 매우 뻔하다.

e) 정부가 화폐에 대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화폐의 가치 변동이다. 화폐의 가치 변동은 크게 두 가지이다. 화폐가치가 오르는 것(디플레이션)과 내리는 것(인플레이션)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한다.

화폐가치가 오른다면 경제주체들은 투자나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만원에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데 화폐가치가 올라 커피 두 잔을 마실 수 있게 된다면 당장의 소비나 투자를 자제할 것이다. 이런 경우 전체적으로 경제는 마비된다. 반대로 경제학자들은 경제 전체적으로 온건한 인플레이션을 매우 선호한다.

지금 만원에 커피 한 잔인데 향후에 가격이 2만원으로 오른다면 당장 커피를 마시는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는 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화폐라면 이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한다. 이것은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제대로 할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대정부는 화폐가치의 급격한 변동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

2. 비트코인인 것

a) 비트코인이 화페가 아니라면 비트코인은 일반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는 주식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1999년 우리나라에 코스닥 아이티버블이 있었을 때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시가 총액을 앞선 적이 있었다.

그런 버블은 왜 가능했을까? 집단적인 자기실현적 예상이 계속해서 피드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버블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 끝은 있다.

b) 당시에 유행했던 이야기를 한다면 증권사 객장에 애를 업은 아줌마가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그때가 꼭지라는 말이 있었다. 여성비하적인 표현이지만 그 당시에 실제 회자되던 이야기이다.

3. 현재 비트코인 시장

a)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전형적인 또는 매우 순수한 형태로 발현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금융시장, 도박시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그러한 시장은 정부가 세금을 매기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제가 없기에 능력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 시장이다. 시세조종, 내부거래 같은 온갖 편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b) 역사 이래로 개인투자자는 금융시장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가위 바위 보 토너멘트에서 누군가는 우승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과 같다. 참가자가 많을수록 상금은 많아지고 상금이 클수록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c) 비트코인 시장도 같은 길을 갈 것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한 2030이 현재 이 대열의 주력부대인데 한편으로 이해는 가지만 매우 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충고는 이렇다. “만약 주위에 절대로 비트코인을 안 할 것같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하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바로 최적 엑시트(exit) 타이밍이다.”

필자소개
서울대 경제학과 석사, 현 북경송백투자자문유한공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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