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술년, '충의'를 아는 견공(犬) 이야기
[기고] 무술년, '충의'를 아는 견공(犬) 이야기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8.01.2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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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池楨官, 그림=池貴巳子(한국 민화 작가)

새해가 밝았다. 무술년. 개띠해다. 집 주인은 대문에 개 그림을 붙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새해를 맞는다. 올해는 개 띠라서 그림의 주인공은 귀신을 물리치는 개다.

주인을 살리는 충견 이야기는 많다. 유교 사회의 중요한 덕목인 ' 충의'를 개처럼 지키는 동물은 없다. "사흘 먹이면 개도 주인을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것은 배신하는 사람을 비난할 때에 쓰는 말이다.

개는 옛날부터 사람의 충직한 반려로 함께해 왔다. 엄마가 아기한테 불러주는 자장가에도 등장한다.

"왕왕, 개야 짖지 말라/ 꼬꼬, 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잘도 잔다"

한국에서 나이를 세는 띠는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다. 뒤에서 2번째인 개는 동물 중에 주인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2003년 한국 경북대(대구시 북구)에서 개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책을 출판했다. 『한국의 개』의 저자인 하지홍 교수는 한국 원산의 개와 북방 개의 두개골, 피, DNA을 조사한 결과, 일본 개는 남방계와 북방계가 섞이고 한국 개는 북방계라고 보고했다. 북방계의 개는 중앙 아시아 개, 몽골계의 개, 에스키모 개다. 개 이동을 연구하면 선사 시대 인간의 이동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개는 한민족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다.

2002년 북한 학자들과 공동 연구하던 일본고구려학회는 황해북도 송죽리 고분군에서 개가 그려진 벽화를 발견했다. 이 벽화를 보면서 나는 고대부터 개와 사람이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박물관에서 5,6명의 조선조 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개 그림을 봤어요. 지금은 개가 애완 동물이지만, 당시는 다른 의미에서 개를 좋아했던 것같아요."

"그래요, 인구가 늘어나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고독해지니까, 지금은 애완동물 친구가 필요합니다. 마음이 통할 상대가...."

"애 아버지도 개를 좋아하구. 고기도..."

"하하, 남자들은 그래요. 나쁜 취미지요. 지금은 다른 음식들이 많은데요."

자장가 노래를 부른 사람과 그녀의 친구는 집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교 윤리를 헌법처럼 지킨 조선 왕조는 '충의'의 성질을 가진 개를 좋아했다.조선조의 민속화가 신윤복은 풍속화 속에 개와 사람이 함께 있는 그림을 그렸지만, 김두량도 개를 좋아해서 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특히 김두량의 그림은 유명하고 그 화폭에는 조선조의 성군 영조가 쓴 글도 있다.

〝밤 민가의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너의 임무인데, 왜 낮에 시내에 나가고 떠들고 다니는가?"

이것은 부실한 관료를 경고하는 임금의 마음을 드러낸다. 대문에는 반드시 개 그림을 붙이는 습속은 당시에도 있었다. 화가 장승업은 삽살개가 좋아하고 삽살개를 잘 그렸다. 삽살개는 작지만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뛰어난 후각, 청각은 인간에게 신기한 세계이었는지 모른다. 고대에는 궁정이나 귀족들이 귀신을 쫓는 개로서 키웠으나 고려와 조선조에는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일반 서민들도 집에서 키우게 됐다.

지금 전 세계에 300종류의 개가 있다고 하는데, 조선조에도 개의 종류는 어느 정도 있었던 모양이다. 16세기에 발행된 사전 『훈몽자회』에는 개를 의미하는 문자로 구(狗) 견(犬) 오(獒) 망(尨)등 4개의 글자가 소개되어 있다.

 '狗'는 치와와 같은 작은 개다. 犬은 독립심 많고 주인에게 충실한 개로, 아키다견 정도 크기다.  獒는 몸이 대형인 개다, 尨은 털을 치렁치렁 드리우고 있는 털이 긴 개다. 그중 마지막의 망은 한국에서는 거의 사어가 되었지만, 19세기의 서적 『자류주석(字類註釈)』과 『물명교(物明攷) 』에는 망모개, 즉 덥수룩한 털 개의 종류가 소개돼 있다.

"민속 박물관에 가서 보면 눈이 3개, 4개인 개 그림이 있어요." 

"아, 그건 인간의 사후 영혼을 저승에 안내하는 개야."

친구가 설명한다. 민속뿐 아니라 불교에서도 개가 많이 나온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개가 스님을 보호하는 그림이 많다. 한국 불교에서도 인간이 개로 윤회하거나 개가 인간으로 윤회하는 얘기가 많다.

전북 임실군의 오수면에 주인을 구한 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전남의 낙안읍성에도 개를 기리는 비석이 있고, 경북 선산에는 개무덤, 평남 룡강군과 평양의 선교리에도 충의를 지킨 개무덤이 있다. 충의를 지킨 개 를 기려서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축제를 벌인다.

한국의 개를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분류한 것은 1930년 식민지 시대때의 모리 타메조우(森為三)였다. 수십리의 거리에서도 집을 찾아가는 기억력이 뛰어난 진돗개, 북한 원산의 사냥 개로 호랑이과도 싸운다는 풍산개, 얌전한 성격으로 집을 지키는 제주개 등은 일본 아키타 개나 시바견과 비교 연구됐다.

*글=池楨官, 그림=池貴巳子

()()(한국 민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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