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전통마을
[선비촌만필] 전통마을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8.01.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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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거형태는 아파트 일색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었다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급격한 도시화로 30여 년 만에 인구의 대다수가 아파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천여 년 온돌 한옥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주거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주거환경의 급변과 도시의 번잡함으로 인해 옛스런 전통마을이 도시인들의 새로운 여행코스가 되는가 하면 전통고택 체험숙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 한옥의 향수를 못 잊어 고택체험 여행을 하곤 하는데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맛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전통마을 한옥들을 답사하다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되는데 유서 깊은 전통마을엔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온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종택, 고택들이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유교문화 유적인 서원, 사당, 누정(樓亭) 등 교육, 풍류공간이 구색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마을이 배출한 역사인물이나 조상의 유물, 유적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전통 유교문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하회나 양동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농경시대에서 비롯된 유교문화유적은 산업화, 도시화시대에 개발의 이름으로 회손되기 시작하여 이제 그 흔적들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이렇게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에선 전통마을이나 유서 깊은 유교문화유적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전통마을은 특정 성씨(姓氏)들의 집성(集姓)마을이 대부분인데 이는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 양반가문의 전통을 지켜가기 위해 종택(宗宅)을 중심으로 씨족공동체를 형성했고 이런 혈연공동체의 결속력이 전통마을을 유지해온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국에 남아있는 유명 전통마을을 살펴보면 하회, 양동마을을 비롯하여 무섬, 한 개, 산운, 황산마을과 괴시, 천전, 오록마을 등이 경상도에, 외암, 신항마을이 충청도에, 담양 삼지내마을이 전라도에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전통마을이 경상도지방에 다수 남아있으며 비교적 유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교문화 인프라인 서원, 누정(樓亭)등도 경상도에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경상도 일원은 보수적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었고 산업화에 늦었으며 가부장적 신분질서의 유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이유가 아닐까!

또한 조선후기 권력에서 소외된 영남 남인 선비들이 출사를 포기하고 향리에서 은거해 왔기에 전통마을이 지금까지 온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도시로 출향한 전통마을의 후예들이나 정부, 자치단체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고택, 종택, 누정들을 복원하거나 보수하는 정성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남, 충청지방의 전통마을이 희소한 것은 동학 농민전쟁 때 피해를 입었거나 19세기말 신분질서 해체와 국권 상실기에 유력 집권 권세가들의 집성마을이 와해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도교적 자연관이 잘 구현되어 있는 고색창연한 전통마을의 고즈넉한 고택들이 벌집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심신의 평안을 만끽하며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50여년 전 까지만 해도 일상으로 살아왔던 자연속의 한옥들이 이제는 특별한 체험공간으로 거듭 태어나 도시에서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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