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46] 단기(檀紀) 연호(年號)
[아! 대한민국-146] 단기(檀紀) 연호(年號)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1.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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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연호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한(漢)나라 무제(武帝)때부터였다. 동중서가 “연호를 사용해서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며 새 역사의 흐름이 시작된다는 것을 널리 선포”하자고 하니, 무제가 이를 받아들여 연호를 건원(建元)으로 정하고, 정복국가들에 강요하면서 주변의 나라들을 중국 중심의 문화권으로 편입시키려 했다. 고대 한국도 중국 연호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391년,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그때까지 쓰던 중국의 연호를 버리고 “천하의 중심이 우리 고구려인데 어찌 남의 나라 연호를 쓰겠는가, 이제 우리의 연호를 쓰도록 하라”고 하여 영락(永樂-백성들과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겠다)이라는 연호가 제정되었다.

광개토대왕이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 것은 흐트러진 나라 안의 기틀을 다시 세우고 고구려를 자주적인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에 따른 것이었다. 고구려는 이후 멸망 때까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

신라는 법흥왕 때인 536년 ‘건원(建元)을 시작으로 개국(진흥왕), 대창(진흥왕), 건복(진평왕), 인평(선덕여왕) 등을 연호로 쓰다가 진덕여왕 때에 당나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자 650년 중국 연호 영휘(永徽)를 받아들였다. 발해를 세운 대조영은 천통(天統)이라는 독자 연호를 사용했고, 10세기 후삼국 가운데 하나였던 후고구려의 궁예는 ‘수덕만세’, ‘정개’ 등 네 개의 연호를 사용했다.

918년 고려를 세운 왕건도 천수(天授) 라는 독자 연호를 사용했지만, 광종 대 이후부터는 중국 연호를 사용했다. “왕을 황제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정하여 사용함으로써 자주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서경천도를 주장하며 난을 일으킨 묘청이 나라 이름을 대위국(大爲國)이라 하고 천개(天開)라는 연호를 썼지만, 오래지 않아 김부식이 이끄는 정부군에 의해 진압이 되고 말았다.

조선 왕조는 건국 때부터 스스로 중국 명나라의 제후국의 일부로 자처하였기에 처음부터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려오다가 갑오개혁 때인 1894년 ‘개국(開國)’ 기년을 사용하더니,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자 1896년 고종은 건양(建陽)이라는 독자 연호를 제정하고 조선이 자주국임을 선포한다. 이는 한민족이 900여년 만에 다시 독자 연호를 갖게 된 것이었다. 이후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연호도 광무(光武), 융희(隆熙)로 이어지다가 1910년 나라가 망하면서 끊어졌다.

1919년 3.1운동 이후, 중국에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지면서 대한민국 몇 년으로 기년을 사용하더니,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독자 연호로 ‘단기(檀紀)’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연도(기원전 2333년)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인 1961년부터 서기를 공식적인 연호로 쓰기 시작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드높이고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에 이르는 민족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서 서기와 단기를 병기하자는 주장이 학계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는 서기 2018년에 2333년을 더하여 단기 4351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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