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브리즈번 보타닉 가든에서 힐링을...
[해외기고] 브리즈번 보타닉 가든에서 힐링을...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07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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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자연 치유음악인 숲 명상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으며 보타닉 가든으로 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5분 정도 강변 방향으로 걸어가면 20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s)이 있다.

브리즈번 시청의 소유로 1855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으며 1997년 2월 퀸스랜드주의 유적지로 등록되었다. 여왕의 공원(Queen’s Park)이라는 로고가 1865년부터 2012년까지 게이트에 부착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로얄 보타닉가든이라는 로고로 바뀌어져 있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도시 한가운데에서 각종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리고 수백 년이 넘어 보이는 우람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아름다운 산책길로 들어선다. 브리즈번 강 위에는 작은 보트들이 드문드문 여유롭게 떠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강변길을 따라서 끝까지 걸어가면 굿윌브릿지(Goodwill Bridge)를 지나서 사우스뱅크와 만나게 된다. 오른편에는 유럽풍의 국회의사당 건물과 QUT(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대학교 캠퍼스가 있으며 학생들에게는 멋진 뒷마당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보타닉 가든에는 열대우림지(Rainforest)가 몇 군데 있다. 나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진한 숲 냄새에 이끌려서 미로처럼 보이는 샛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갔다. 우람한 열대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길을 걸어가면 마치 아프리카정글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돌과 흙으로 길게 만든 계단은 가든 카페로 향해있어서 커피 향에 대한 유혹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이른 아침에 나무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받으며 목욕 세례를 하는 모습은 신성해 보이기조차 한다.

키가 길게 쭉 뻗은 나뭇가지들은 마치 하늘을 향해서 구원을 바라는 듯 신비한 형상을 보여준다. 아, 이게 열대 대추 야자나무고, 저 나무는 원산지가 어디이며 이름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챙겨보며 한 걸음씩 내딛어 본다.

작은 우산만한 파초 잎사귀 들이 부채를 부치듯이 천천히 움직이는데 마치 큰 새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난 가만히 선 채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비처럼 내리는 햇살의 눈부심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무들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시며 한 손을 나무 위에 올렸다.

땅 속 깊이 뿌리박힌 거대한 나무의 에너지를 내 몸 속으로 받아들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나무님,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받은 대지의 기운을 나에게 조금만 나눠주세요. 나쁜 기운은 버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좋은 기운을 얻고 싶어요”라고.

오래전 북미 인디언들은 건강이 좋지 않으면 산으로 달려가서 숲속의 큰 나무를 끌어안고 나무가 주는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자연 치유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진정한 자연인이었기에 숲과 새, 짐승, 풀이 우거진 늪과 물과 흙에서 풍기는 공기를 마시며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도 그들과 같은 자연인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건강한 에너지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에 무리하게 일을 해서 자주 아팠다. 기관지가 약한 나는 감기를 달고 사는 편이다. 긴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심한 기관지 기침으로 인해서 휴가도 즐기지 못하고 병원과 약국, 한의원을 번갈아 찾아다니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내 몸에 경고가 왔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불찰을 깨닫고 이제야 열대 우림 속에서 자연의 힘을 빌려서 치유하려 하고 있다.

숲속에 자리 잡은 가든 카페에 가서 간단한 식사를 시켜놓고 숲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깊은 산속의 산장에 와있는 것 같다. 1905년에 큐레이터의 집으로 지어진 아담한 오두막집이 이제는 카페로 변신해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메뉴는 간단하지만 음식은 꽤 맛있는 편이다.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이 와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참 적절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숲속에서 물이 치솟으며 물안개를 흩날리는데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뿌옇게 환상적으로 보였다. 물보라가 치솟는 숲속, 키다리 아저씨처럼 우뚝 솟은 열대나무들, 초록 잎사귀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물안개가 서늘한 기운을 주위에 퍼뜨리며 또 다시 깊은 숨을 들이 마시게 만든다. 물보라는 무지개다리를 만들며 나무와 내가 하나 되기를 바라는 숲속의 아침을 연출하고 있다. 강변을 걸으면서 끝없이 터져 나오던 기침은 어느새 멈춰져 있었다.

화학성분으로 똘똘 뭉친 약보다 자연이야말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명약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치유음악인 인디언 플롯음악을 들으며 건강이 조금씩 치유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는 자연의 공기를 숨 쉬고 땅의 힘을 얻는 보타닉가든에서 힐링하며 새해 일월을 시작하고 있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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