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만필] 조선의 여성 독지가 김만덕
[선비촌만필] 조선의 여성 독지가 김만덕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18.02.1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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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사회 각 분야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세대, 지역, 계층간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지금. 공동체의 건강도를 가늠 할 수 있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불우이웃 돕기에 매년 거금을, 그것도 익명으로 기부했다는 아름다운 기사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게 된다.

백성의 기아가 만연했던 시대! 백성들의 삶을 보살필 능력도, 의지도, 구호 시스템도 없던 조선 왕조시대에, 그것도 미천한 여성 신분의 김만덕이 거금을 털어 기아에 허덕이던 제주백성들을 구휼(救恤)했다는 전설 같은 미담이 1794년 제주를 울렸다.

그 옛날 농경시대 제주도는 자연, 지리적 환경이 척박했다. 조선 선비들의 단골 유배지로 전락한 외딴섬 제주도는 조선유학의 유풍(儒風)에서도 소외 됐고 농경지의 부족으로 주식의 자급자족이 어려워 육지와의 교역을 통해 생존 물자를 조달해야 하는 제주도가 자연재해는 물론 해양수송의 위험에도 노출되는 등 민생의 안정을 기약하기 어려운 버림받은 섬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수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제주특산물 유통업으로 성공한 김만덕의 선행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됐다.

김만덕(金萬德, 1739~1812)은 이런 특수한 환경의 제주에서 양인의 딸로 태어났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김만덕은 기생집 하녀로 몸을 의탁했다가 결국 기생이 됐다고 한다.

당차고 비범했던 김만덕은 기적(妓籍)에서 이름을 빼고 나와 제주여성 특유의 생활력으로 유통업에서 기반을 잡고 육지와 교역하며 숙박, 요식업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육지와 연계한 제주도내 물산유통을 주도하며 상인 정신을 키워가던 김만덕은 제주목(濟州牧)공납사업을 개척하여 거부(巨富)가 됐다. 결혼도 하지 않은 독신여성이 제주의 유통과정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온갖 모함과 고초를 이겨내며 사업에 전념, 자린고비 정신으로 부를 키웠다고 한다.

1790년대의 제주에는 각종 재해가 빈발하여 대기근이 엄습했다. 조정에서 보낸 구호 물품을 실은 배가 풍랑으로 좌초되자 제주에선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하는 아비규환 상태에 당국도 속수무책 이였다.

이에 김만덕은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식량과 약재들을 들여와 제주도민 구호에 헌신하는 그에게 제주 백성들은 물론 조선 조정까지 감동했다. 온갖 질시 속에 사업에 매진하던 김만덕을 수전노라 비난하던 사람들도 김만덕의 선행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여필종부(女必從夫)로 상징되는 성리학적 신분 질서가 조선시대를 지배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허용되지 않던 조선시대! 성적,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제주 제일의 거부로 당당히 역사의 무대에 그 이름을 떨친 김만덕!

기생에서 거상으로 우뚝 선 김만덕! 냉정한 자린고비 김만덕이 제주 백성 기아 구제에 거금을 쾌척한 조선 유일의 여성독지가 김만덕!

그는 조선이란 나라에서, 제주도란 척박한 섬나라에서 전설이 된 여성이었다. 1795년 정조대왕은 김만덕의 갸륵한 선행을 치하하고 여성에겐 줄 수 없다는 벼슬을 내리려고 한양으로 불러 올렸다. 그러나 김만덕은 벼슬을 사양하며 정조임금에게 금강산 유람과 궁궐 구경을 소원 했다고 한다.

정조는 그에게 말과 가마, 그리고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며 금강산 유람을 시켜 주었으니 국왕의 은전을 입은 조선 최초의 여성 금강산 유람자가 됐다. 여자는 제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당시의 풍속과 천한 기생 신분 이였던 상인 김만덕에게 벼슬을 줄 수도 없는 제도적 한계를 초월한 정조의 파격도 그러하지만 벼슬을 마다하고 금강산 유람을 선택한 김만덕의 비범한 소원 또한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은혜의 빛이 세상에 넘쳤다”는 은광연세(恩光衍世).

1840년 제주에 유배 갔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김만덕의 공적을 기리고자 써준 휘호였다. 당시의 영의정 채제공이 지은 만덕전(萬德傳)이 제주항 인근 ‘김만덕 객주’ 유적지에 재생되어 있고 김만덕 기념사업회가 기념사업을 펼치는 제주에는 김만덕기념관도 세워져 있다.

세상을 밝게 하는 아름다운 기부의 힘!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조선에서 어떤 고관대작이나 사대부도 보여주지 못한 가슴 뭉클한 광경(光景)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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