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선의 사행(使行)길은 문화교류여행의 길
[칼럼] 조선의 사행(使行)길은 문화교류여행의 길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2.1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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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민에 대한 설날 인사 두고 의견 다양
조선에서 신년인사 보낸 정조사 사행을 사대주의로 보는 것은 무리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조선시대 정월 초하루에는 정조사(正朝使)라는 사신을 보냈다. 새해를 맞이하여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이다. 사대주의의 극치였다.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없어졌다. 그런데 120년만에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에 두손 모아 공손히 새해 인사를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누군가가 ‘문재인 대통령, 中국민에 설날 인사’ 라는 TV 영상을 올리고는 단체 카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이런 걸 왜 하죠?”라면서 “중국은 뭐라 할까? 다른 나라에서는 뭐라 할까?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나?”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날을 맞아 중국 CCTV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란 뜻인 ‘따쟈 하오(大家好)로 시작해 “중국 국민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보내는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또 “중국과 한국은 오랜 시간, 문화와 전통을 함께 해오며 닮아왔다”면서 “함께 해야 할 일도 참으로 많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인사를 한데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잘했다’는 의견도 ‘심했다’는 견해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중국에 사신을 보낸 것이 꼭 사대주의 때문일까?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고려를 이은 조선도 해외에 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태종때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를 만든 것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1402년 좌정승 김사형(金士衡), 우정승 이무(李茂)와 이회(李薈)가 만든 이 지도는 현존하는 최고의 세계지도로, 일본 류고쿠대학에 보관돼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해외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충족시켰을까?  기본적으로 ‘사행(使行)’을 통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선 밖은 어떻께 돌아가고 있을까? 어떤 새로운 문물이 있고, 어떤 책이 읽히며, 어떤 데 관심이 있을까? 이런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통로가 사행이었다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만 봐도 당시 선비들의 사행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연암은 팔촌형 박명원이 정사로 임명되자 기다렸다는듯 수행을 자처했다. 연암이 따라갔던 1780년 사행은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사절이었다. 이들은 1780년 5월25일 한양을 떠났다가 같은 해 10월27일 서울에 도착했다.

북경(연경)으로 가는 사행을 '연행'이라 불렀다. 연행은 정기 사행과 임시 사행으로 나뉘었는데, 정기사행은 정월 초하루에 맞춰 가도록 구성되었다. 그게 정조사다. 원래 정기사행은 신년축하를 하는 정조사, 동지때 가는 동지사, 황제와 황후생일의 진하사 등이 있었는데, 청나라는 이를 통합해 1년에 한번 하는 것으로 간소화시켰다.

사행단 규모는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렀다. 정사가 속한 상방, 부사가 속한 부방, 서장관이 속한 삼방 등 몇 개의 무리로 나뉘어 움직였다. 각 방마다 역관과 수행을 담당하는 무관이 동행했다.

필자는 조선의 많은 지식인들이 연암 박지원처럼 북경에 가서 큰물의 흐름을 보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행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조선에서는 몇 번이고 핑계를 만들어 보내려 했을 것이라 본다. 조선의 호기심 많은 선비들은 따라가고 싶어하고, 청나라는 너무 자주 오는 것을 귀찮아 하지 않았나 싶다. 연암 박지원은 대륙을 맨눈으로 보고싶어 했고 결국 따라가서 ‘열하일기’라는 명저를 남겼다.

그런 점에서 중국으로의 사행을 ‘사대주의’로만 보는 것은 편협된 접근이지 않나 싶다. 오히려 조선 지식인들의 호기심을 채우는 문화교류행렬이었다고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연암 박지원의 말대로 당시 조선의 선비들은 청나라를 무시하고, 임진왜란을 도와주다 망한 명나라의 의리를 생각해서 명나라 숭정제 연호를 고집해서 쓰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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