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브리스아시아 페스티벌 2018
[해외기고] 브리스아시아 페스티벌 2018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2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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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에서 아시아 문화를 알리는 제6회 브리스아시아 축제가 2월10일부터 3월4일까지 23일 동안 열린다. 도시 전 지역에 걸쳐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80개 이상의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설날에 맞추어서 진행되는 이 축제는 브리즈번 시청이 주관하며 다양한 아시아 민족 공동체들과의 협조로 열린다. 축제의 목적은 아시아 민족들의 전통예술과 문화, 음식 등을 호주 현지인들에게 홍보해서 두 문화권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살아 숨 쉬는 혼합 장르의 예술을 브리즈번 여러 지역에 분산시켜서 전시회와 각종 이벤트를 선보인다. 문화, 종교, 역사, 정치적인 배경이 다른 다민족 공동체가 섞여서 살아가는 호주사회에서는 이해와 화합(Harmony)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태어난 브리스아시아 축제는 다문화사회 속에서 굳건하게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 2월10일 QPAC(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의 크레몬극장에서 브리스아시아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오프닝에 참석했다. 그레함 쿽 브리즈번 시장은 자신은 닭 해에 태어났으며 구정을 맞아서 개의 해를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사회자인 벤자민은 ABC 라디오 방송에서 활동하는 30대 중반의 중국인 작가이다. 무대 위에는 3명의 패널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일과 야망,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관중들을 감동시켰다. 이번 축제를 통해서 가장 시선을 집중시키는 한 사람이 있다. 패널 중의 한 사람으로 출연한 리퀀신(Li Cunxin)으로 마오의 마지막 댄서(Mao’s Last Dancer)의 실존인물이며 현재 퀸스랜드 발레단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두드러진 실적은 오랫동안 호주에서 25위 정도에 머물렀던 발레단을 4,5위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이며 해외공연까지 할 만큼 성장시켰다는 점을 꼽는다. 리퀀신 예술 감독은 자신의 발레인생을 영화화되게 만들었고 전기소설을 발간해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나는 오래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책과 시디를 구해서 다시 보았을 만큼 그의 발레공연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그는 타고난 발레리노의 몸매에 열정과 노력이 하나로 합쳐진 진정한 예술가처럼 보였다.

오프닝이 끝난 후 홀에서 칵테일파티를 하며 리퀀신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그와 악수를 나누며 당신의 영화를 보았고 책도 읽었다고 말해주니 반가워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를 보니 무척 사교적이며 호감을 갖게 했다. 다음날 아침 텔레비전 뉴스에 리퀀신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브리스아시아 이벤트중의 하나로 브리즈번 박물관에서 그의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금요일 늦은 오후에 브리즈번 박물관을 찾았다. 입장료를 지불하고서까지 그의 사진전을 보아야 하는지 잠시 망설였지만 호기심은 갈등을 이기고 말았다.

3개의 방으로 꾸며진 전시실에는 그의 어린 시절 사진과 비디오 영상, 낡은 발레슈즈, 중국인민복, 모자, 부모님들이 어린 시절의 그를 회상하는 비디오 인터뷰, 발레 공연할 때 입었던 무대의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리퀀신은 1961년 1월생으로 중국의 문화혁명이 일어난 직후인 1960,70년대에 베이징 발레아카데미에서 그의 나이 11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의 중국 공산치하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공부하며 진정한 자유와 예술이 무엇인지를 어린나이에 깨달았던 사람이다. 그의 삶은 오직 발레뿐인 듯 벽에 걸린 화면에서는 쉴 새 없이 다양한 공연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퀀신은 이미 발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브리스아시아 축제를 보면 대부분의 이벤트가 중국커뮤니티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인들의 호주 이민역사는 19세기 골드러시를 맞았을 때 인구가 크게 늘어났으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경제, 정치, 문화 예술분야등 사회전반에 걸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퀸스랜드 한인 교민수도 이제는 4만명이 넘어섰다. 매년 시청 홀에서 한인축제를 개최하며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홍보하고 있고 3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몰려온다. 한국음식의 인기는 바깥까지 줄을 서야 들어 갈 수 있는 한국식당들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2018 BrisAsia축제에는 한국커뮤니티도 포함이 됐다. 브리스아시아 정보 책자에 한국의 설날이 소개되었고 대형비빔밥 사진도 실렸다.

내 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예술을 알려야 남의 것도 이해하며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우리는 고립된 하나가 아니라 비빔밥처럼 잘 섞여서 둥글게 하나(One)가 되는 길을 찾아야 이민자로서의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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