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악 재일한국부인회장, "차세대가 당당하게 살도록 만들어야"
박선악 재일한국부인회장, "차세대가 당당하게 살도록 만들어야"
  • 동경=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3.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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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회는 늘 모국과 함께 해와"...소탈하고 직선적인 성격
박선악 재일한국부인회 중앙회장
박선악 재일한국부인회 중앙회장

"일본에서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품위를 갖고 당당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차세대한테 그런 공생사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리 부인회가 밀고 나가는 일입니다.“

박선악 재일한국부인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직선적으로 말한다. 박회장은 “부인회가 여성들과 어머니들의 모임이어서 민단이 하는 일을 돕고, 또 민단이 하기 어려운 일도 해낸다”면서, “일본 사회에서도 이 때문에 우리 한국부인회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바늘 가는데 실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민단이 바늘이라면, 실 같은 게 부인회다. 중앙에서는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민단의 주요행사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는 등 행사 뒷치닥꺼리를 하는 게 부인회다. 민단이 개최하는 어린이를 활동이나, 학생회, 청년회 심지어 각종 문화행사까지 부인회가 챙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도 부인회는 민단과 함께 했다. 민단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2억엔(20억원) 성금을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 영하 10도 한파속에서 치러진 개회식에도 무려 500명이나 참석했다. 성금모금이나 개회식 참석에 부인회가 앞장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동경 미나토구의 한국중앙회관 5층에 부인회 중앙이 있다. 사무실에 걸린 일정표에는 민단중앙과 산하단체의 활동이 자세히 적혀 있다. “한달치 행사를 적어놓아요. 지금 적힌 것은 2월 후반기과 3월 전반기의 행사입니다.” 민단 중앙대회 취재차 동경에 들렀다가 부인회 사무실을 찾았을 때 박선악 회장은 이렇게 소개했다. 이처럼 행사를 적어놓고 직접 챙기는 것이다.

지난 2월22일 여건이 단장, 박안순 중앙의장, 양동일 감찰위원장으로 구성된 신임 민단중앙집행부가 출범해 핫포엔에서 축하연을 개최했을 때, 맨먼저 무대에 올라 축하꽃다발을 전달한 것도 한국부인회였다.

“한일관계가 경색된 후 재일동포사회가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였지만 혐한(嫌韓) 시위나 헤이트스피치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신임 집행부의 어깨가 무겁지요.”

재일한국부인회의 결성은 광복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인회 홈페이지 (www.fuzinkaikorea.org)에는 그동안 부인회가 걸어온 길이 사진들과 함께 소개돼 있다.

부인회가 출범한 직후 곧 모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부인회는 바로 구원물품 지원활동에 나섰다. 부인회 회원들은 일본에서 구원물자를 싣고 38선과 부산피난지를 찾아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철원전차부대 등 군부대도 찾아 장병을 격려했다. 이때의 사진 가운데는 구호물품을 앞에 두고 부인회 간부들이 이승만 대통령, 프란체스카 영부인과 함께 촬영한 것도 있다.

박선악 회장은 "모국이 어려울 때마다 부인회에서 발 벗고 나서 도왔다"며, "민단과 부인회는 늘 모국과 함께 해왔다”고 강조했다. 모국에 대한 재일동포들의 기여는 민단의 활동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그 뒤에서 민단을 떠받쳐온 부인들의 조력이 있었던 것이다.

재일동포들은 모국의 산이 헐벗었을 때는 나무심기와 묘목보내기에 앞장섰다. 제주도에 밀감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진 것도, 남부지역들에 편백나무 숲 등이 울창하게 들어선 것도 재일동포들이 앞장서 묘목들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때는 저금통을 털어서 모국의 고향에 길을 만들고 지붕을 고쳐줬으며, 서울올림픽때는 무려 100억엔(지금의 1천억원 상당)의 성금을 전달해 경기장을 짓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도록 했다.

당시 부인회의 활동도 대단했다. 부인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모금운동을 전개해 한국 전역에 400곳의 공중화장실을 설치했다.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가 바뀐 것도 재일한국부인회 덕분이다. 박 회장은 "1982년부터 7년 동안 하루에 10엔 모으기 운동을 부인회가 벌였다"고 소개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부인회가 나섰다. 박 회장은 “한 사람이 10만엔(100만원 상당)씩 기부하는 운동을 벌였다”면서 "조국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생각에서 모두 발벗고 나섰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 불어 모국에 피해가 크면 성금을 모았고, 남대문이 불타도 모금해 보냈다.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2011년)과 구마모토 지진(2016년) 때는 자구활동으로 모금과 구호활동을 벌였다.

박선악 회장은 우리말이 유창하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후 일본 부흥시기에 자라면서 일본사회의 차별과 어려움 속에서 우리말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그는 “우리 차세대들은 우리말도 잘 하고, 일본에서 자랑스럽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재일동포 2·3세를 교육시키고 50년, 100년 가는 조직을 만들도록 부인회가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악 회장은 “잘 살아야 힘도 생긴다”는 소리를 곧잘 한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들은 머리가 좋아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노벨상 받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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