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봉헤치로 상징물, ‘우리 같이 갑시다’
[비바 코리안] 봉헤치로 상징물, ‘우리 같이 갑시다’
  • 정길화 MBC PD
  • 승인 2018.03.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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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인 교포들의 구심점에 조형물 설치
성숙한 한브라질 동반자 관계 지향하는 계기
브라질 패션과 섬유 산업의 거점 봉헤치로
브라질 패션과 섬유 산업의 거점 봉헤치로

상파울루는 지구 반대편 남미 최대의 도시로 브라질 경제의 중심지다. 이 도시에 위치한 봉헤치로(Bom Retiro) 지구는 한국인들의 브라질 이민 역사가 서린 곳이다. 주지하다시피 브라질 이민은 1963년 한국 정부가 이민법에 따라 정책적으로 한국민의 해외 이주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근대이민의 효시’에 해당한다. 1963년 이 해는 브라질 농업이민을 필두로,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등 어떻게든 해외에 한국인들의 교두보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이 흘렀다. 브라질 농업이민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한인들의 생활력은 강인했다. 그들은 대도시로 진출해 살아갈 터전을 만들었고 삼삼오오 봉헤치로로 모여들었다. ‘좋은 휴식처’라는 뜻인 봉헤치로는 브라질 패션과 섬유 산업의 거점 지역이다. 눈썰미 있고 손재주 좋은 한인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앙골라, 모잠비크까지 의류 산업의 상권을 확장하고 있다. 브라질 한인 교포의 대다수가 이곳에 살고 있다.

봉헤치로 풍경
봉헤치로 풍경

이런 내력을 감안해서인지 지난 2010년 상파울루 시 당국은 조례를 통해 봉헤치로를 ‘코리아 타운(Bairro Coreano em Sao Paulo)’으로 지정했다. 봉헤치로에는 한국식 이름의 패션, 의류 가게가 즐비하고, 골목골목에 한국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식 수퍼가 성업중이며 최근에는 대규모 상가빌딩이 건립중이라고 한다.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이 위치하고 있으며 교포들이 설립한 한류문화센터도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표적인 신문인 ‘폴랴 지 상파울루(Folha de Sao Paulo)’는 한인 이민자들과 신세대들이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구시가지 가운데 한 곳인 봉헤치로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랴 신문은 의류업체가 대부분인 봉헤치로 지역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커피점과 레스토랑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면서 상파울루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신구 업소와 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경제의 침체, 중국인 상권의 틈입 등으로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여전히 봉헤치로는 브라질 한인 교포들의 구심점이다. 작년에 박원순 시장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바 있는 조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은 봉헤치로를 ‘리틀 서울’로 명명하겠다고 제안했다. 도리아 시장은 봉헤치로 내 한국 상징물 설치와 한국 음식·제품 홍보 공간 마련, 한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문화교류,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물 정비 등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연합뉴스).

재팬타운인 리베르다지(Liberdade)
재팬타운인 리베르다지(Liberdade)

상파울루에 리베르다지(Liberdade)라는 곳이 있는데 동양인 거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사실상 ‘재팬 타운’이다. 일찍이 일본인들의 투자를 유도하여 일본 상가와 식당이 발달하고 일본식 정원과 이민박물관 등이 있다. 리베르다지 거리에는 일본 신사의 입구처럼 ‘토리(鳥居 torri) 문’이 설치되어 있고, 일본적인 이미지로 디자인한 가로등이 줄줄이 서 있다. 일부 한인 교포들은 봉헤치로에는 언제 이런 상징물이 들어설 수 있을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드디어 봉헤치로에도 한인타운을 표상하는 조형물이 설치된다. 시의회가 봉헤치로를 문화관광특구로 지정한 것을 기념해 추진된 사업이다. 한인회의 상징물조성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한 끝에 이 조형물은 봉헤치로 입구인 프라치스 사거리에 10평 규모로 6m 크기와 5.5m 크기의 한 쌍이 들어선다. 이 작품은 성상원 작가와 4명의 팀원들이 제작한 것으로 한국의 장승을 모티브로 삼았다. 조형물의 이름은 ‘우리(Uri)’로 명명되었다. ‘우리’는 두 사람이 걷는 모습으로 얼굴 부위에 ㄷㅎㅁㄱ과 ㅂㄹㅈㅇ라는 한글 자음이 표시된다.

안상수 PATI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장(왼쪽)이 디자인한 한인타운 조형물 ‘우리(Uri)’.
안상수 PATI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장(왼쪽)이 한글 글꼴을 디자인한 조형물 ‘우리(Uri)’.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각각 ‘대한민국’과 ‘브라지우(브라질의 현지 발음)’를 뜻한다. 한국인과 브라질인이 ‘우리’가 되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글 타이포그라피로 유명한 안상수 교장(PATI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으로부터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안 교장은 AGI(국제그래픽연맹)에서 주최한 ‘2014 AGI 상파울루 오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고 이 때 교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개최한 인연이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 작품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필자는 두 사람이 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작품의 느낌을 살려 ‘바모스 준토스(Vamos juntos 같이 갑시다)’로 명명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같이 갑시다’는 영어 ‘We go together’로서 주한미군의 슬로건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지난 2012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 강연에서 그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맺음말로 “We go together”라고 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이 말이 유명해졌는데, ‘같이 갑시다’ 혹은 ‘함께 갑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승되었다.

수교 60년(1959.10.31)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 브라질 양국은 ‘21세기공동 번영을 위한 동반자 관계’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내일의 나라, 자원 부국 브라질과 IT 등 기술과 교육의 강국 한국은 향후 미래지향적으로 함께 발전할 것이다. 제8차 세계 물포럼(3.18-23, 브라질리아)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하는 이낙연 총리가 오는 3월 17일에 봉헤치로 조형물 기공식에 참여한다고 한다. ‘한브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생각 같아서는 ‘우리(Uri)’를 공식 명칭으로 하고, 브라질 사람들을 위한 별칭으로 ‘바모스 준토스(Vamos juntos)’를 병기하는 방안은 어떨지 상징물조성위원회에 제안하고 싶다.

필자소개
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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