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春秋] 과전리하(瓜田李下)
[대륙春秋] 과전리하(瓜田李下)
  •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 승인 2018.03.2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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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받을 일은 애초에 하지 마라

의처증, 의부증으로 한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의심한다는 것이 꽤 무서운 병인 것이 틀림없다. 이 의심의 병이 두려운 것이 의심하는 자신을 파멸시킬 뿐만 아니라, 대개는 그와 가까운 사람인 의심받는 사람까지도 불행으로 몰아간다. 

나에게 의심하는 병이 없어도 내가 누군가의 의심의 대상이 되면 나는 의심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내가 남을 함부로 의심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의심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평소에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니, 그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君子防未然(군자방미연, 군자라면 일이 생기기 전에 막는 법)
不處嫌疑間(불처혐의간, 의심스러운 곳에는 있지 않는다네)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참외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바로잡지 않아야지)
嫂叔不親手(수숙불친수, 형수 시동생 사이에는 손으로 직접 건네지 않고)
長幼不比肩(장유불비견, 어른과 아이는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아야지)
勞謙得其柄(로겸득기병, 힘쓰고 겸손함은 그 핵심을 얻는 것)
和光甚獨難(화광심독난, 의뭉하게 행동하는 것만은 심히 어렵다네)
周公下白屋(주공하백옥, 주공은 흰 집에서 내려와)
吐哺不及餐(토포불급찬, 먹던 것을 토하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했고)
一沐三握髮(일목삼악발, 머리 한 번 감다가도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어서)
後世稱聖賢(후세칭성현, 후세 사람들이 성현으로 칭송한다네)

중국 고대의 시가인 악부(樂府)에 속하는 것으로서 <군자행(君子行)>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대체적으로 보아 전반은 자기 자신을 가다듬는 방면에 대하여 말하고 있고, 후반부는 그 바탕 위에서 덕행의 외연을 남에게까지 확장해나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재고해보아야 할 것들도 있지만, 대체로 도덕적이고 품위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노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시의 “참외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바로잡지 않는다”라고 한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이 두 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소박한 표현 속에 절실한 교훈을 담고 있어서 속담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이 두 구절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한문 교재에 자주 등장하는 탓에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두 구가 이런 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 두 구에서 ‘과전이하(瓜田李下)'라는 사자성어로 만들어내었다. ‘과전이하(瓜田李下)'는 ‘과리지혐(瓜李之嫌)’, 또는 ‘과리혐의(瓜李嫌疑)’로 쓰기도 한다. 그 내포된 뜻은 이 두 구의 원래 문맥처럼 ‘의심받을 일은 애초에 하지마라' 정도가 될 것이다.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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