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 “신(神)의 옷자락을 붙잡아라!”
[유주열의 동북아物語] “신(神)의 옷자락을 붙잡아라!”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총영사)
  • 승인 2018.03.2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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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8일 밤 10일간의 패럴림픽이 끝나고 대회기가 심재국 평창군수에 의해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의 앤드류 파슨스 위원장을 거쳐 천지닝(陳吉寧)베이징 시장에게 전달됨으로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행사가 모두 막을 내렸다.

이번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실질적인 금메달은 북한의 선수 참가와 특사의 왕래를 통해 4월말에 남북 정상회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어낸 우리의 외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폐막식에 크게 울려 퍼진 태평소의 음률처럼 한반도에 봄날처럼 태평(太平 great peace)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흐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앞서 두 개의 대회는 냉전의 동서 진영이 서로 참가를 거부한 반쪽 대회였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발 미국은 다음 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자 서방 진영이 가세했고, 소련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자 동유럽 국가들이 합류했다.

서울 올림픽에서는 서로 한번 씩 주고받은 진영 논리가 해소되어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라는 당시 주제가처럼 우리와 수교가 없는 중국과 소련 등을 포함 동서 모든 국가가 참석했다. 신이 내려 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서울 올림픽이 계기가 되어 숙원이던 소련과 중국과의 수교를 이루었다.

우리에게 30년 만에 다시 기회가 찾아 왔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북한이 예술단 및 응원단과 함께 선수를 대거 참가시키고 사상 처음 패럴림픽에도 출전시켰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무력시위 등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최대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으로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한국이 내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평창 올림픽 참가라는 명분을 얻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방북한 우리 특사에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정상회담 주선을 요청하는 통 큰 결단을 했다.

“신(神)이 역사 속을 지나가는 순간 뛰어나가 그 옷자락을 붙잡아라!” 독일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는 이러한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는 서울 올림픽에서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가는 순간 옷자락을 붙잡아 지난 30년간 한국의 안보를 보장받고 한국 경제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어 낸 북방정책을 성공시켰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4월과 5월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한일 한중일 정상회담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가세하면서 북핵 외교의 핵심 당사국 정상끼리도 만나 과거 6자 화담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북한의 비핵화를 이번에는 이끌어 낼 것 같다.

비관론을 펴는 사람이 현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전문가들은 예비회담 성격의 남북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이루어지겠지만 본회담 같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비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천지개벽을 하지 않는 한 과거의 사기극을 재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존 볼턴 등 초강경파(super hawk)를 기용 북한을 압박하면서 사기극은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미 정상회담의 파국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역사상 위대한 일은 항상 낙관론자가 해낸다고 한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우라늄 광물이 북한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일본은 핵무기 제조를 위해 북한지역의 우라늄 광물을 탐사했다고 한다. 북한의 우라늄으로 원폭을 만든다는 소문도 돌았다. 일본이 미국보다 1-2년 전에 원폭제조가 성공했다면 세계역사가 달라졌는지 모른다.

중국도 6.25 당시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을 비밀 탐사했다고 한다. 북한은 일본과 중국의 우라늄에 대한 관심으로 핵개발 잠재력에 대해 일찍부터 눈을 떴는지 모른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를 버릴 때가 왔다. 전쟁을 불러 와 지구상에 그 이름이 지워질 수도 있는 핵 보유 보다 체제 안정이 더 급해졌다. 남아공화국도 스스로 만든 핵무기를 전량 폐기했다. 북한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식 핵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과거처럼 시간이나 벌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북한의 살 길은 한국과 화해하고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와의 교류를 통하여 체제 안정을 보장 받고 경제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의 정책을 180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의 상식으로 보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unthinkable) 역사는 그렇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친 서방 국가가 되면 주한미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중간의 갈등이 높아 진 이때에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와 주한미군의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핵 포기 이후의 북한은 사우디 식 또는 베트남 식 모델을 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미 간 긴밀한 정책 조율로 모처럼 찾아 온 신의 옷자락을 단단히 붙잡고 있으면 한반도에는 해빙의 봄날이 찾아 올 것이다. 우리에게 두 번 씩이나 옷자락이 붙잡혀서 얼굴을 내밀게 된 신이 남북이 공존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밝은 미래를 보여 줄 것을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주베이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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