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6.25는 내전일까, 전쟁일까··· 크로아티아 단상
[이종환칼럼] 6.25는 내전일까, 전쟁일까··· 크로아티아 단상
  • 자그레브=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3.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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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중동 연합회, 크로아티아의 플로트비체 국립공원 방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6.25는 내전일까, 전쟁일까? 크로아티아의 한 마을을 지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버스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자 길 양켠으로 벽에 총탄자국들이 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고 분쟁 때의 전투 흔적이라고 가이드가 소개를 했다. 길 한쪽으로는 당시 전투 때 동원됐던 전차와 대포 같은 무기들이 전시된 전쟁박물관도 만들어져 있었다.

유고 분쟁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면서 일어난 전쟁이다. ‘내전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싸움’이 현재 이 분쟁에 대한 정의다. 한나라 안에서의 싸움은 내전, 나라끼리의 싸움은 전쟁이라고 한다. 유고는 내전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났다.

유고슬라비아는 ‘7개의 국경, 6개의 공화국, 5개의 민족, 4개의 언어, 3개의 종교, 2개의 문자, 하나의 국가’로 설명되던 다민족 연방국가였다. ‘남(南)슬라브인들의 땅’이란 뜻으로, 세르비아 빨치산 지도자인 요시프 티토가 독립국이던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 6개의 나라를 규합해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으로 1945년 출범시켰다.

주민의 절대적 다수가 세르비아 정교회 신봉하는 세르비아는 2차대전 당시 독립국이었고,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영향이 강했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2차대전 당시 추축국인 독일편에 서 있었다. 종교도 로마카톨릭으로 세르비아와 달랐다.이런 나라를 독일에 저항하는 세르비아 빨치산 지도자 티토가 ‘범슬라브주의’의 기치아래 통합해 한 나라로 만들었던 것이다.

티토가 만들어낸 유고 연방은 슬로베니아어 크로아티아어 세르비아어 알바니아어 등 언어도 달랐고 , 로마카톨릭, 세르비아정교, 이슬람 등  종교도 달랐다. 문자도 달라 로마자와 키릴문자가 통용되던 그야말로 '다민족 다문화 실험국가’였다. 하지만 이 실험국가는 40여년이 지난 뒤 동구권 붕괴와 함께 해체의 수순을 걸었다.

1991년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슬로베니아가 독립하고, 이어 헝가리와 국경을 맞댄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했다. 유고 연방을 주도하던 세르비아는 이들의 독립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립을 선언한 나라들과 세르비아가 주도하는 유고연방군 사이에 10년간의 긴 전투가 벌어졌다.

슬로베니아는 10일 전쟁으로 짧게 끝났으나 크로아티아는 5년을 끈 긴 전쟁이 일어났다.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자치주로 알바니아계 주민이 많던 코소보 등도 차례로 독립했다. 그때마다 전쟁이 뒤따랐다. 유고 연방의 해체는 내전과 함께 진행됐다.

크로아티아가 독립전쟁을 치른 5년간, 포탄과 총탄이 오가면서 희생자가 늘고 아픔과 증오도 늘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 마을이 갈라져서 이웃이 서로 총을 겨누며 싸우기도 해서 영화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유고 분쟁은 ‘증오만 남긴 전쟁’이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플로트비체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양켠의 전투흔적도 그때 생긴 상처였다. 뿐만 아니라 플로트비체 국립공원의 습지대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현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지만, 발칸 반도의 사람들한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의 현장이었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의 6.25는 전쟁일까 내전일까? 우리한테 상처와 아픔, 증오 말고 무엇을 남긴 것일까? 플로트비체 국립공원을 다녀오면서 든 의문이다.

플로트비체 국립공원을 찾은 것은 아프리카중동한인회(회장 임도재)와 한상총연합회(회장 김점배) 총회를 겸한 관광일정에 참여해서였다. 이 두 단체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이어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헝가리를 돌았다. 크로아티아를 도는 관광일정에 플르트비체 국립공원을 방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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