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영화 윈체스터(Winchester)를 보고
[Essay Garden] 영화 윈체스터(Winchester)를 보고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8.04.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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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컨트리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을 반자동 소총으로 공격한 사건이 아직 생생한데,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에 있는 Marjory Stoneman Douglas High School 학교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다. 발렌타인 날(Valentines day)에 일어난 이번 사고로 교사와 학생,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무렵 나는 영화 ‘윈체스터’를 보았다. 

총기 사건이 날 때마다 미국인들은 경찰이 무능했던 200년 전의 헌법을 바꾸라고 외쳤지만, 총기회사의 강력한 정치적 로비활동으로 총기소유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3월24일에도 미 전국에서 총기규제를 외치는 대규모 항의 시위(March for Our Life)가 있었다.

범인은 고등학교 퇴학생이다. 트럼프 정부는 니콜라스 크루즈(Nikolas Cruz)에 대한 신상 조사를 조부모까지 파헤치며 정신 이상자라고 변명하고, 총기회사 대표는 선생님도 이제는 총으로 학생을 지키라고 한다. 교사로 은퇴한 나의 미국인 친구는 그렇다면 성격이 나쁜 선생이 총으로 사고를 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문득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인학생 조승희가 반자동소총으로 무자비하게 죽인 32명의 희생자와 가족들의 울부짖던 장면이 떠올라 도대체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영화 ‘윈체스터’를 보며 그처럼 총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슬픈 원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딸이 치과에서 기다리며 병원에서 ‘피플’ 잡지에 윈체스터 저택 기사를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오래전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권하여 딸은 펜으로 그린 그림과 갱지 종이로 입체화를 만들어 특상을 받았기에 우린 벽에 걸어놓았는데 그게 유령의 집이라는 것이다. 당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지도 못했던 딸은 단순히 빅토리안 시대의 아름다운 저택 사진을 보고 신나게 그렸는데 말이다.

우린 묘한 사연이 있는 ‘윈체스터’ 영화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영화광고 포스터에서 얼굴을 가린 검정색 상복의 여인을 보며 섬뜩하여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런데 안락의자가 설치된 극장이라 소름끼친 장면이 나와도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영화를 본 후, 나는 실리콘벨리의 산호세에 있는 그 집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윈체스터 부인 사진을 보니 이마가 좁고 독특한 얼굴이다. 코네티컷 주 뉴헤이번(New Haven)에서 태어나(1839-1922년) 4개 국어를 말하던 키가 조그마한 지성인 같다. 같은 고향에서 자라 결혼한 남편은 뉴헤이번에서 유명한 윈체스터 리피팅 무기회사의 외아들이다. 공교롭게도 태어난 첫 딸이 6주 만에 죽고, 이듬해엔 남편이 결핵으로 죽자 미망인은 누군가의 저주라고 추측했다. 

하긴 케네디 대통령의 외아들 존이 죽자 미국 신문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는 케네디가의 저주인가’라는 커다란 기사 제목을 나는 본 적이 있다. 풍문도 케네디의 증조부가 밀주를 만들어 술장사를 했기에 술 중독자 가족들의 저주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릴 적부터 나는 아버지의 서재 벽에 걸린 숙부의 사진들을 보며 집안 역사가 궁금했다. 한분은 만주에서 유학시절 젊은 나이에 또 한분은 교수이셨는데 한국전쟁 때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공산당 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어떤 집안은 가족이 장수하며 잘 사는 집도 많은데, 이처럼 단명하거나 사고사를 당하는지. 나는 그 때부터 죽음과 인간관계에 대한 의문들이 윈체스터 부인처럼 시작되었고 지금도 탐구중이다. 

윈체스터 부인은 산호세로 이사 온 후 거액의 유산으로 미완성 된 저택을 사서(1884년) 계속 증축하다 82세로 사망했다. 24시간 엄습하는 공포를 365일 일하는 목수들의 뚝딱거리는 소리로 위안을 삼았을까. 생전에 그녀는 유령이 자주 보였고 때론 가구가 흔들리는 불안 속에서 여 조카네 가족이랑 살았다고 한다. 

영화 속의 미망인은 시아버지 회사의 총으로 희생된 원혼들과 대화도 하며 혼동 속에 살아 온 너무나도 가련한 여인이었다. 집 안 계단을 올라가면 2000개의 문이 있는데 거의 통로가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160개의 방, 1000개의 창문, 40개의 계단이 있다는 역사유적지인 유령의 저택을 찾는 방문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집안을 돌아보는지 나는 퍽 궁금하다. 또한 언제면 전쟁용 자동총을 아무나 사용할 수 없게 금지하는 법이 미국 국회에서 통과될까.  

남가주 팜스프링 배닝(Banning)에는 1990년대 세운 한국사찰 금강사(Diamond Zen Center)가 있다. 생전에 천안통 스님으로 알려진 강청화 선사(전 성륜사 조실)는 우리주변에는 고통을 주는 악신과 우리를 보호해주는 호신이 있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알게 모르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덕을 쌓으며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법문의 한 말씀이 아닐지. 

필자소개
미국 샌디에고 30년 거주 수필가
저서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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