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다수 거주하는 교토시 남구 히가시쿠조 지구에서 40년간 총 500명 이상이 배운 일본어 배우기 교실 '어머니학교'가 3월 말 폐교했다. 많을 때는 100명 이상의 학생이 일본어 읽고쓰기를 배웠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와 함께 참가 학생들 지난해는 6명, 올해 들어서는 3명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어 읽고 쓰기를 가르치던 젊은이들도 어머니 학생들로부터 배우며 성장했다. 교실을 운영하던 박실(74)씨는 "외롭네요. 어떻게든 지금까지 꾸려왔지만 이제 방법이 없는 것같아요"라며 어깨를 떨구었다.
'어머니학교'는 일본 전후, 어렵게 살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재일 1세를 중심으로 하는 어머니들이 일본어를 배우던 장소다. 1978년 재일대한기독협회 교토 남부교회에서 "'쿠조어머니학교'를 열면서 시작됐다. 2003년부터는 '히가시쿠조 시민문고마당센터'로 자리를 옮겨 '어머니학교'라는 명칭으로 사랑 받아왔다.
매주 월요일 밤에 개강했다. 일본인 교원이나 대학생들이 강사가 되어 지도에 나섰다. 어머니들은 열심히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쓰면서 글을 익히는 즐거움을 배우고 갔다. 친어머니도 이 학교에 다녔다는 박실씨는 "어머니가 글씨를 쓰게 되면서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학교 출발 초기부터 다닌 쿄토 태생의 재일동포 2세 조이일(87)씨는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 정도는 쓸 줄 알아라고 초등학교는 다녔지만, 매일 생활이 힘들고, 결혼 후에도 일과 육아에 쫓겼다"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교실에 다녔다. 글씨도 배우고, 친구도 생겨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4월7일 이 센터에서 열린 '작별모임'에는 조씨를 포함한 학생 4명과 강사들 등 모두 15명이 참가했다. 가까운 곳에 집을 둔 이영애(89)씨는 "다닌 지 10년, 도중에 다쳐서 쉬었을 때도 있었지만 서로 만나서 즐거웠다. 문을 닫는다니 슬퍼진다"고 말했다.
남부 교회 때부터 약 30년간을 다닌 구차혜(94)씨는 "무학이었던 자신이 글을 배우운 게 기뻤다"며 당시를 그리워하는 등 모두들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박씨는 "차별이나 남존여비로 글을 배우는 것을 생각지 못한 시대에 살았던 어머니들이 필사적으로 글을 배우는 모습에 감동마저 느꼈다. 어머니학교는 여러분에게 마른 목을 축여주는 모임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4월16일부터 27일까지 교토시 지역 다문화교류 네트워크센터에서 어머니학교 사진을 전시한다.
40년간 500명이 다녀...고령화로 참가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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