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허브향 가득한 제주 ‘붉은오름’과 ‘절물오름’
[답사기] 허브향 가득한 제주 ‘붉은오름’과 ‘절물오름’
  • 제주=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4.13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휴양림으로 조성돼 힐링객 유혹

“상산나무인 것 같아요.”
“상동나무일텐데…. 모야모(moyamo)에 올려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올림픽파크텔 인근 식당에서 이규원 공인회계사와 얘기가 오갔다. 이규원 회계사는 월드코리안신문에 ‘올공(올림픽공원)의 꽃 세계’를 연재하는 꽃 전문가이기도 하다. ‘모야모’는 꽃 이름을 알 수 있는 앱이다. 회원 40만명이 있어서, 꽃 사진을 찍어 올리면 누군가로부터 빠르게 답이 나온다. 말하자면 40만 회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식물사전인 셈이다. 마침 제주에서 찍어온 사진이 있어서 모야모 앱에 올리고는 얘기를 계속했다.

“꽃이 아니고 나뭇잎만 있어서 답이 빨리 안 나오는 것 같네요. 전문가들이 점심 식사를 한다고 앱을 바로 보지 않을 수도 있어요.” 모야모에 올린 것은 제주 절물오름과 붉은오름에 그야말로 지천으로 깔려서 독특한 허브향을 풍기는 나무였다.

작은 것은 보통 사람의 키 크기와 비슷하고, 그보다 큰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뻗어 나와 크는 탓에 둘레가 굵은 나무를 찾기 어려웠다. 붉은오름과 절물오름을 찾은 것은 제주에서 세계한인무역협회 대표자대회가 열렸을 때였다. 마침 이사회 개최 때와 마지막 날 제주올레길 걸을 때 짬을 내 이 오름들을 찾았다.

절물오름은 한라산 동쪽 중턱에 있는 자그만한 분화구다. 대나오름이라 부르기도 하고, 옆에 절이 있어서 사악(寺岳)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고문헌에는 ‘붉은 노을 산’이라는 뜻의 단하악(丹霞岳)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입구에서 길을 따라 오르자 연못이 나타나면서 ‘오름 등반로’와 ‘장생의 길’로 표지판이 갈라져 있었다.

‘매도 먼저 맞자’는 생각으로 우선 오름 등반로를 택했다. 등반로에 접어들자 길 주변에서 향기가 물씬 풍겨져 나왔다. 허브 향을 품어내는 나무의 정체는 곧 풀렸다.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어른 키 크기의 나무들이었다. 나무 굵기는 어른 손가락만한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그보다 두배 세배 굵은 것도 있었다. 잎을 따서 코끝에 대자 상큼한 향이 흘러나왔다.

“봄의 새 잎에서만 향이 날까? 아니면 여름에도 마찬가지로 날까?” 이런 생각을 하며 전에 사려니숲길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려니숲길에서도 비슷한 허브향이 길 주변을 떠돌아 상쾌했던 기억이 있었다.

등산로를 30분쯤 오르자 정상에 닿았다. 정상은 둥근 원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로는 물 없는 분화구가 보여 마치 세숫대야 같은 느낌이었다. 정상에서는 시야가 탁 트인 제주 앞바다도 조망됐다. 분화구 둘레로 한 바퀴 도는데도 진한 허브향이 계속 코끝을 간지럽혔다. 분화구는 말발굽형으로 한쪽이 약간 낮았다.

정상을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장생의 숲길’로 접어들었다. 절물오름은 자연휴양림으로 조성돼 있으며, 중심에 오름이 있는 형태였다. ‘장생의 숲길’은 숲 속으로 길게 이어져서, 걸으면 그냥 오래 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처럼 힐링 혹은 치유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장생의 숲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절물자연휴양림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이튿날 비슷한 곳인 붉은오름을 찾았다. 붉은오름은 땅이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옛 문헌에는 토적악(土赤岳)으로 적혔다.

붉은오름도 자연휴양림으로, 절물오름처럼 오름과 주변 숲길로 만들어져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30분을 오르자 정상에 이르렀다. 정상에서 보니 한켠으로는 목장이, 한켠으로는 한라산 정상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오름도 분화구를 둘러싸고 정상을 일주하는 길이 원형으로 이뤄져 있었다. 정상을 한 바퀴 도는데 절물오름보다는 더 비탈진 길이라는 게 차이랄까? 붉은오름 정상길을 돌다 보면, 아래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는 곳도 만난다.

절물오름과 붉은오름 정상길을 돌면서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떠올렸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한라산을 통째로 담을만한 거대한 규모로, 절물오름이나 붉은오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상에 있는 숙소에서 망원경으로 분화구 바닥을 내려다보면, 버팔로 떼가 깨알처럼 보인다. 그나마 시력이 좋아야 깨알이 움직이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분화구가 거대한 독립 자연생태계였다.

정상을 내려오면서 다시 자연휴양림 둘레길을 돌았다. 이 둘레길은 상잣길이라고 불린다. 잣이란 조선시대 관용 목장용으로 둘러친 화산암 울타리를 말한다. 이것이 마치 길에 늘어서서 마치 성곽과 같은 느낌을 준다. 화산암 돌성을 따라 지금도 목장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역시 이어지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절물오름과 붉은오름 휴양지 모두 입장료는 1천원, 승용차 주차료는 1일 2천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 (한신잠실코아)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