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49] 비빔밥
[아! 대한민국-149] 비빔밥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4.14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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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비빔밥은 맛이나 향, 모양 등에서 비슷한 메뉴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음식이다.

하얀 쌀밥에 갖가지 나물과 고기볶음, 튀각과 달걀 등을 올려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음식으로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 다채로운 내용물과 색깔의 조화가 한껏 풍요로움과 만족감으로 미각을 선동한다.

제철, 그 땅에서 나는 채소를 다 넣을 수 있으니 신토불이 음식이요, 시금치의 철분, 도라지의 인사포닌, 버섯의 비타민B, 튀각의 칼륨과 칼슘, 거기에 소고기 볶음이나 계란노른자가 단백질을 장담할 수 있다.

특히 나물에는 다양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물질이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고추장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조선조 초기부터의 음식내용을 정리해 놓은 19세기 말에 나온 『시의전서』에 그 이름이 처음 나오는데, 한자로는 밥을 뒤섞는다는 뜻을 가진 골동반(骨董飯)이라고 적는다. 이 기록에 의하면 비빔밥은 산신제, 동제(洞祭), 제사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음식을 남긴 채 정월 초하루 새해 설날을 맞지 않으려는 옛사람들이 남은 음식들을 모두 함께 모아 비벼서 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농부들이 들에서 일하다가 새참으로 먹었다는 설도 있다. 『시의전서』는 비빔밥 만드는 방법으로 “밥을 정히 짓고 고기를 재워 볶고, 각종 채소를 볶아놓고,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숴놓는다. 위에는 깨소금, 기름을 많이 넣고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비빔밥은 밥에 잡곡을 넣으면 안 된다. 반드시 흰 쌀밥이어야 한다. 잡곡밥은 제각각의 나물 맛을 희석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적당한 끈기로 뭉쳐있어야 하며, 질거나 고두밥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밥이 질면 비빔밥이 아니라 비벼버린 밥이 돼 버린다. 잘 지은 쌀밥에 은은하게 무친 나물들, 달지 않은 고추장, 볶은 고기와 촉촉한 달걀 프라이는 비빔밥의 오묘한 맛을 제대로 살려낸다.

한국에는 다양한 비빔밥이 있다. 전주비빔밥은 17세기 전주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콩나물이다. 진주비빔밥은 밥 위에 각종 나물을 얹고 가운데에 육회를 놓아서 모양이 꽃처럼 화려하다고 해서 화반(花盤)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볶은 소고기가 일품인 평양비빔밥, 해산물과 닭고기를 얹어먹는 해주비빔밥, 비빔밥 위에 생미역이나 톳, 방풍나물 등을 고명으로 얹어 비벼먹는 통영비빔밥, 삼색나물에 전과 돔배기(상어고기), 산적과 함께 먹는 안동 헛제사밥, 함경도 닭비빔밥, 거제 멍게젓갈 비빔밥이 유명하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깊고 오랜 비빔밥 사랑이 1990년대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채택하게 해서 지금은 국내 항공사는 물론 외국 항공사에서도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기내식으로서의 비빔밥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아서 뒷자리에 앉은 승객은 자칫하면 비빔밥을 못 얻어먹는 수도 있다.

앞자리 승객 대부분이 치킨이나 고기 대신 비빔밥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비빔밥이 단시간 내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은 전 세계 기내식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의 나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비빔밥으로 미슐랭 별을 딴 식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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