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春秋] 월조남서(越鳥南棲) 
[대륙春秋] 월조남서(越鳥南棲) 
  •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 승인 2018.05.0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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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그리워하다

고향은 근원적인 그리움이다. 명절에 갖은 어려움을 불사하고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귀성길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심지어 짐승들도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했다. “북방 지역인 흉노에서 태어나 자란 말은 북풍에 기대고, 남쪽 지방인 월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든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行行重行行(행행중행행, 가고 또 가고)
與君生別籬(여군생별리, 그대와 생이별했네)
相去萬餘里(상거만여리, 만 여 리나 떨어져서)
各在天一涯(각재천일애, 각자 하늘 한 끝에 있네)
道路阻且長(도로조차장, 길은 험하고도 머니)
會面安可知(회면안가지, 만날 일 어떻게 알 수 있으리?)
胡馬依北風(호마의북풍, 북방 흉노의 말은 북풍에 기대고)
越鳥巢南枝(월조소남지, 남방 월나라의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드네)
相去日已遠(상거일이원, 헤어짐은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衣帶日已緩(의대일이완, 허리띠는 날이 갈수록 느슨해지네)
浮雲蔽白日(부운폐백일, 뜬구름은 흰 해를 가리고)
遊子不顧返(유자불고반, 길 떠난 이는 돌아오려 하지 않네)
思君令人老(사군영인로, 그대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을 늙게 하고)
歲月忽已晩(세월홀이만, 세월은 어느새 이미 늦어 버렸네)
捐棄勿復道(연기물부도, 다 버리고 다시는 말하지 말자)
努力加餐飯(노력가찬반, 열심히 밥이나 먹자)

이 시는 중국의 고대 시가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의 한 수인 <行行重行行(행행중행행)>인데, 이 시의 제 7,8구 “胡馬依北風(호마의북풍), 越鳥巢南枝(월조소남지)”가 바로 “북방 지역인 흉노에서 태어나 자란 말은 북풍에 기대고, 남쪽 지방인 월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든다”라는 말의 원문임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월나라의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든다’라는 말을 독립시키고 어구를 조정하여 ‘월조남서(越鳥南棲)’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었다. 그 뜻은 당연히 ‘고향을 그리워하다’라는 것이다. 짐승도 고향을 그리워하는데 고향을 떠난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는 논리로 볼 수 있다.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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