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삼성 독립유적지 답사기]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희생한 이회영 형제
[동북삼성 독립유적지 답사기]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희생한 이회영 형제
  • 장세훈(선양한국국제학교 11학년)
  • 승인 2018.05.1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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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삼성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다녀오기 전에 내가 가게 될 장소가 어떤 곳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료가 잘 나오지 않았다. 역사적인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옛 독립투사들이 목숨 바쳐 희생했던 그날들을 잊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답사를 떠난 날의 날씨가 좋아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겼다. 여러 장소들에 대한 호기심, 3일간 이동할 거리가 1000km가 넘는다는 것에 대한 걱정, 여행의 설렘...

첫 번째 답사 장소는 의암 기념원. 유인석이 거주하면서 의병활동을 펼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유인석은 항일투쟁을 직접적으로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한인촌에서 여러 청년들의 계몽정신을 깨우치게 하여 여럿 애국지사를 양성했다. 그는 죽기 전까지 독립운동을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의암 기념원

점심을 먹고 난 후 양세봉 장군의 기념비를 향했다. 약 두 시간 정도 달리고 나니 양세봉 장군 기념비에 도착했다. 나는 제일 먼저 기념비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선생님 한 분이 소리치셨다. “거기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안 돼!” 나는 의아해했지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계단이 많이 노후가 돼서 무너질 수도 있단다.”

양세봉 장군 기념비

노후가 된 것은 계단뿐만이 아니었다. 양세봉 장군의 얼굴이 조각된 기념비 바로 아래에 있는 몇 블록 안 되는 돌들도 사람들이 밟으니 쉽게 부서졌다. 이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소홀히 되고 있다니...

양세봉 장군 기념비는 1920~1930년대 만주에서 조선혁명군 사령관으로 활동했던 양세봉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든 흉상이라고 한다. 양세봉 장군은 통화전투, 흥경전투 그리고 영릉가전투 등 여러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답사 때는 가지 않았던 장소지만 양세봉 장군의 순국지도 남아있다고 한다. 양세봉 장군은 유격 특무대 대장 박창해가 일본과 밀약을 맺음과 함께 암살당하고 말았다. 역사탐방 당시 나누어 주었던 책에 나와 있던 정보인데, 이것을 보고 너무 슬프고 화가 났다. 나라를 위해 애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도 있었다니. 나라를 위해 몸 바치다가 같은 민족에게 암살당했던 양세봉 장군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음 목적지는 7인 열사 능원이었다. 경신참변으로 인해 희생당한 한인학교 교사들의 넋을 기리는 묘지공원이라고 한다. 이 묘지는 한인학교에서 무참히 희생당한 7명의 교사를 기리는 묘지이지만, 그 당시 간도 일대에서 학살당한 피해자들 또한 기리는 곳이기도 하다.

7인 열사능원

당시 10월9일부터 11월5일까지 27일간 간도 일대에서 학살당한 피해자만 3,469명이라고 한다. 일제의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이었던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장소였다.

다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식당으로 이동했다. 하루 종일 답사를 하러 다녀서 그런지 너무 배가 고팠다. 몇몇 친구들은 중국음식을 전혀 못 먹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기도 했지만, 나는 비교적 중국음식을 잘 먹었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만통호텔이라는 곳에 가서 잠을 잤다. 2인 1실이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좋았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날 탐방한 유적지는 동북삼성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였다.

신흥무관학교 터: 합니하 고려인촌 앞(강 건너에 신흥무관학교 기숙사와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경학사를 세우고 신흥무관학교를 운영하던 분은 이회영 형제들이다. 이들은 당시 알아주는 부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그 큰돈을 아낌없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솔직히 나라면 이회영 다섯 형제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것 같다. 자신이 거의 평생을 노력하여 힘들게 번 돈인데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나라를 위해 다 쓴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목적지를 향할 때 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지는 해를 보고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구나!’하고 생각했다. 답사가 점점 끝나 간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노학당 기념비에 도착했다. 윤희순은 기념비로 남아 있는 여성의병으로는 유일하다. 윤희순은 <안사람 의병가>라는 노래를 통해 여성들도 의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깨우치게 했다.

2일차 마지막 답사를 마치고 농가원에 가서 투숙을 했다. ‘농가원’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말 시골에 온 기분이었다. 중국은 보통 공기가 아주 나쁘고 더러운 이미지가 강한데도 불구하고 농가원에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아니었다. 공기도 맑았고 농가원 뒤에는 맑은 하천까지 있었다. 중국에 온 뒤로 몇 년째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지 못해서인지 자꾸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다음 날 아침도 역시나 중국 음식이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음식도 부족하고 종류도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부분은 조금 개선이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밥을 꾸역꾸역 먹고 차에 올라 3일 차 일정을 훑어봤다.

이제 정말 곧 집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왜냐면 3일차에 가게 될 답사 지는 두 곳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원섭섭했다.

이날 방문한 곳은 이진룡 장군과 우씨 부인의 의열비였다. 먼저 이진룡은 안중근 의사와 고향이 같고 나이도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의병활동을 할 때도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또한 이진룡은 독립군단의 통합에 힘을 모았으며, 군자금을 모집하려고 애썼다.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영변군에서 운산 금광 마차를 습격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밀정의 밀고로 실패하고 이 사건을 빌미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순국했다.

이진룡이 순국하자 그의 부인도 순절했다. 평소 이진룡과 우씨 부인의 좋은 인품과 바른 행실을 알고 있었던 한족들은 이런 소식을 듣고 이를 기리기 위해 의 의열비를 건립했다. 게다가 현재 인근 한족 학교에서는 해마다 이진룡컵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여 이진룡 장군과 우씨 부인의 행적을 기억하려 하고 있다.

이진룡 장군과 우씨 부인 의열비

독립운동하면 당연히 한국인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내 생각과 달리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타지에 와서도 대한 독립을 위해 힘쓰셨던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족 등 여럿 중국인들과도 서로 의기투합하여 일제에 대항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답사지는 무순평정산참안기념관이었다. 당시 일제가 만주에서 자원약탈 그리고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념관이다. 기념관에 가서 직접 당시에 학살당한 3000명이 묻힌 백골관을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 그 자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갔을 억울한 우리 민족들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파졌다. 다시 한 번 일제의 끔찍한 만행을 머리에 되새기게끔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이런 우리 역사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중요한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알아차리고 발 빠르게 대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세훈(선양한국국제학교 1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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