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산책] 섬에는 아이 혼자가 아니듯 그림에는 단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팽이 산책] 섬에는 아이 혼자가 아니듯 그림에는 단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다
  • 현은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 승인 2018.05.1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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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동동 거미동동(2편)

우도 마을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다. 하늘이 온통 유채꽃에 물들었다. 유채꽃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가에도 꽃다발처럼 즐비하게 피었다. 마을 안 양지바른 곳에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밭 가운데도 언덕처럼 누워 있는 무덤도 있다. 이 섬에서는 바닷가만이 아니라 무덤가도 놀이터가 된다. 

이 마을에 섬보다 더 외롭고 심심해하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감자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선다. 신을 신고 있는 아이의 눈이 얼굴 밖으로 나와 있다. 

“이 아이의 눈이 왜 얼굴 밖으로 나와 있을까?”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건요, 그니까 아이가 검정 신을 신고 있잖아요? 검정이니까 잘 보려 구요.” 사실 나는 아이들이 이 말을 해주기 전까지 아이가 검정고무신을 신고 있었다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었다. 점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은 이런 점까지도 주인공의 마음으로 읽을 줄 안다. 

아이는 집을 나서며 초가집 처마에 매달려 있는 거미에게 꼬리 따기 놀이를 시작한다. “왕거미 거미줄은 하얘.” 이 때 아이와 왕거미의 네 개의 눈은 곧은 사선으로 만난다. 다정한 눈빛이다. 

아이들에게 또 물어본다. “이 때는 왜 아이의 눈이 얼굴 밖으로 나와 있을까?” 뭐라고 대답할 지 몹시 궁금해진다. “가까이서 거미줄에게 말하려고요.” 이번에도 거침이 없다. “아이는 거미줄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친구하자고 해요. 나랑 같이 놀~자! 하니까 거미줄이 ‘그래, 좋아’하고 말해요.” 네 개의 점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들과 주고받는 다정한 마음을 읽는다. 

그렇다. 아이들은 금세 섬 아이가 외롭다는 것을 느낀다. 혼자 집에서 엄마를 기다려 본 아이는 더욱 쉽게 공감할 것이다. 그 심심한 외로움을. 아이들은 거미줄의 반응까지 헤아려가며 점점 꼬리 따기 놀이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왕거미 거미줄은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세모 조각으로 화려하게 멋을 낸 하얀 드레스 같다. 그 옷을 입은 팔각형 거미줄의 웃는 모습이 화사하다. 몬드리안의  컴포지션(composition)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거미줄은 섬 구석구석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거미줄을 보며 이토록 아름다운 드레스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하얀 도화지를 내어주면서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미줄을 그려보자. 그리고 그 거미줄에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의 옷을 입혀주자”라고 한다. 크레파스로 자기만의 거미줄 모양의 옷을 디자인한 후 수채화 물감으로 아름답게 색칠을 한다. 

토끼는 집 옆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의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왕거미 거미줄은 하얘”. 이 꼬리 따기 노래를 들었다. 토끼는 아이 뒤에서 조심스레 꼬리 따기 놀이를 이어간다. “하얀 것은 토~끼.”소리가 너무 작았을까?  아이는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토끼의 모습을 보라. 허리는 구부정 휘어져 있고 앞 다리와 꼬리는 감추듯 축 쳐져 있다.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당당한 아이의 발걸음과는 대조적이다. 이 책에서 토끼와 까마귀의 첫인상은 친구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수줍은 아이 같다. 움츠러든 채 왜소한 모습이다. 

그러나 꼬리 따기 놀이를 하며 날아갈 때는 아주 크고 당당하다. 과장법이 쓰였다. 확 다가온 친구의 등장으로 아이는 얼떨결에 노래를 이어간다. “토끼는 난다.” “정말 토끼는 날 수 있을까?”라고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그건요. 토끼가 아이 앞으로 높게 펄쩍 뛰어갔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거예요.” 자기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까? 관계에 대한 적극성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꼬리 따기’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상상놀이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나올까? 

그림책을 읽을 때는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림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등의 자신의 관점에 집중해 본다. 그러다 보면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틀림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느낌이 있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그런 책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책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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