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春秋] 이분명월(二分明月)
[대륙春秋] 이분명월(二分明月)
  •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 승인 2018.05.14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름다운 경치

아름다운 경치를 대변하는 성어에 대한 글을 쓰자니 우리나라 남해의 아름다운 섬 욕지도의 한 펜션에서 소중한 휴가를 즐길 때에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실감했던 것이 추억된다.

펜션의 대형 창문을 통해서 통영과 욕지도 사이의 호수같이 잔잔한 쪽빛 바다와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노대군도, 거기에 하얗게 한 획을 그으며 지나가는 고깃배가 멋진 구도를 이루는 천연의 풍경화를 마음껏 감상했었던 것이다.

무릇 땅 위에 해가 뜨고 지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마는 유독 어떤 곳은 해돋이나 해넘이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한다. 아마도 막 솟아오르는 해와 그 주위의 풍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미감을 형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청사초롱(욕지도 청사의 펜션 이름)에서 바라다보이던 연화도 용머리쯤에서 솟아오르는 일출도 보는 이의 찬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데 달이 뜨는 광경이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고, 달이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말은 더더욱 들어보지 못했다. 달이 뜨고 지는 것이 해처럼 항상적이지도 않고 그 형태가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특정 지역의 달이 비치는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고 노래한 시가 있다.

蕭娘臉薄難勝淚(소낭검박난승루, 소씨 아가씨는 얼굴이 얇아 눈물도 감당하기 어렵고)
桃葉眉長易覺愁(도엽미장이각수, 복숭아 잎 같은 눈썹은 길어서 쉽게 시름을 느끼네)
天下三分明月夜(천하삼분명월야, 천하의 달 밝은 밤을 셋으로 나눈다면)
二分無賴是揚州(이분무뢰시양주, 그 중의 둘은 어김없이 양주의 몫일레라)

당(唐)나라 때의 시인인 서응(徐凝)이 지은 <억양주(憶揚州)>라고 하는 작품이다. 시의 제목과 내용을 아울러 생각해보면 아마도 시인이 사랑하던 고운님과 헤어진 곳이 풍광이 아름다운 중국의 양주요, 그 때 마침 달이 휘영청 밝았던 모양이다.

달빛 속의 몽환경이 아름다울수록 이별의 아픔은 컸을 것이다. 이별의 고통이 쓰라릴수록 그 풍광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천하 야경의 아름다움을 삼등분한다면 그 삼분의 이는 양주의 몫이라고 하였다.

양주라는 객관적인 아름다움 위에 시인의 특수한 정서가 조성하는 주관적 미감을 평가한 것이다. 마치 그 옛날 사령운(謝靈運)이 ‘천하에 재능이 한 섬 있다면 조식(曹植)의 재능은 그 중 8말을 차지한다’고 한 것과 비슷한 어투다.

좌우간 이 시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이 시의 시어에서 조합해낸 이분명월(二分明月)이라는 말이 아름다운 경치를 나타내는 성어로 굳어지게 되었다. 당시 필자의 눈앞에 펼쳐져 있던 다도해의 그 아름다운 경치도 필자에겐 분명 ‘이분명월’이었다.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팽철호 국민대학교 중국학부 중어중문전공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