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 미국 실리콘 밸리 탐방기
[유주열의 동북아物語] 미국 실리콘 밸리 탐방기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나고야총영사)
  • 승인 2018.05.16 10: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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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몇 번을 가도 새롭다. 태평양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해협을 통하여 내항으로 들어가면 남북으로 기다랗게 베이(bay)라고 부르는 만(灣)이 있다. 북쪽으로는 와인 산지 라파 밸리가 있는 노스베이에서, 남쪽으로는 스탠퍼드 대학의 팔로알토로 연결된 사우스베이로 이어진다.

베이의 입구는 골든게이트(Golden Gate, 金門)가 막고 있다. 골든게이트는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흑해로 들어가는 골든 혼(Golden Horn 金角灣)에서 유래된다. 1840년대의 골드러시와 연결시키지만 현지 지인의 설명에 의하면 황금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을 탐험한 유럽 사람들이 비잔틴 시대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이스탄불의 내항을 ‘골든 혼(Golden Horn 金角 灣)’으로 부른 것을 연상하여 ‘골든게이트’라고 불렀다고 한다. ‘골든게이트’와 ‘골든 혼’의 의미는 좁은 해협을 통해 무역에 의한 골드(富)가 축적될 것으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러시아의 시베리아 총독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좁은 해협을 보고 보스포루스와 같은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골든 혼’ 즉 금각만으로 불렀고 지금도 그 지명이 남아 있어 흔히들 블라디보스토크를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로 부르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는 ‘금문’ 덕분인지 부가 축적돼 왔다. 부가 축적되자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는 공화국으로 독립한다. 캘리포니아 공화국의 국기에는 연어를 잡는 곰을 그려 넣었다. 그 후 캘리포니아 공화국은 미연방의 일부인 캘리포니아 주로 편입되지만 주기에는 공화국 시대부터 내려 온 곰의 깃발을 그대로다.

캘리포니아의 유레카

캘리포니아 주의 모토는 그리스 어인 ‘유레카(Eureka)’이다. 그리스의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가 물질의 밀도에 따라 비중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내고 기쁜 마음으로 맨몸으로 뛰쳐나와 ‘유레카! 유레카!’하고 거리를 돌아 다녔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유레카’는 그리스어로. ‘나는 찾아냈다(I have found it)’라는 의미다.

‘유레카’의 모토처럼 캘리포니아가 찾아낸 것이 많다. 우선 황금을 찾아내어 골드러시를 이루었고 그 후 석유를 찾아냈다. 지금은 무엇을 찾아냈을까? 실리콘 밸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있다.

스탠퍼드 지사와 스탠퍼드 대학

샌프란시스코 항구 안쪽의 사우스베이 근처에는 거대한 분지가 있다. 그곳에는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는 비가 오면서 온화하다. 과거 스페인 사람들이 ‘랜초’라고 부르는 목장과 과수원이 많았던 곳이다

이곳에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을 이용하여 태평양 연안까지 철도를 끌어 와 버려진 땅값을 올린 사람이 있다. 스탠퍼드(1824-1893)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 태어 난 외아들은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자랐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고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다. 스탠퍼드 부부는 아들을 위해 유럽여행을 자주 다녔다. 부모는 외아들이 좋아하는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럽을 답사하고 토로이 전쟁의 전설을 찾아 발굴 중이었던 터키까지 찾아갔다.

외아들은 터키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여객선에서 티푸스(typhus)에 걸렸다. 바닷바람을 잘 못 씌었는지 티푸스의 발진과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리아 플로렌스에 도착하자 불귀의 객이 됐다. 외아들을 잃고 한동안 망연자실한 스탠퍼드 부부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모든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아들의 이름(Leland Stanford Junior)으로 학비 전액면제의 대학을 세웠다. 1891년 설립된 스탠퍼드 대학이다. 많은 돈을 투자하여 학비 면제의 대학을 세우니 미국 전국에서 인재가 모였다. 스탠퍼드 대학 주변의 팔로알토는 대학촌이 형성됐다. 팔로알토(Palo Alto)는 스페인 이름으로 ‘키 큰 나무’의 뜻이다. 근처에 지금도 하늘로 높이 솟은 나무들이 많다. 메타 스콰이어로 레드우드라고 불리는 스콰이어의 변종이라고 한다.

트랜지스터에서 유래된 실리콘

세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에게는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동맹관계였던 소련이다. 미국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소련에 대한 적대관계는 과거 나치 독일과 제국 일본을 능가했다. 미국은 소련과 경쟁해야 했다. 군사무기로 레이더에는 컴퓨터가 들어간다. 증폭시설은 진공관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부피가 어마어마했다. 레이더가 필요한 잠수함에 컴퓨터를 실으면 잠수함이 꽉 차기 때문에 승조원이나 무기를 실을 다른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미국의 학자들은 부피가 작은 진공관 대용품을 찾아야 했다. 미국 격언에 ‘창조를 자극하는 데는 위기만한 것이 없다(Nothing stimulates creativity like a good crisis)’는 말이 있다. 1957년 벨 회사의 실험실에서 윌리암 쇼클리(1910-1989)와 동료들은 거대한 진공관을 대체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트랜지스터는 이동(transit)을 제어(resister)하는 소자라는 의미의 조어이다. 쇼클리는 규소 결정체에 불순물을 넣으면 전도성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알아냈다. 온도에 따라 도체(導體)가 됐다가 부도체(不導體)가 되는 반도체(半導體)는 규소 즉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

1957년 스웨덴의 노벨심사위원회는 쇼클리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쇼클리는 반도체의 상용화를 목적으로 벨 회사를 나와 실험실을 따로 준비했다. 어릴 때 자랐고 몸이 불편한 모친이 거주하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멀지 않은 산타클라라 군의 마운트 뷰에서 실험실을 열었다. 팔로알토 인근이다.

쇼클리의 실험실에는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인재들은 쇼클리의 천재성을 존경하지만 그의 편집증과 괴팍한 지도 스타일을 싫어했다. 그중 8명의 과학자들이 페어차일드의 자금 지원을 받아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회사이다. 쇼클리는 그들을 ‘8인의 배신자(traitorus eight)’라고 불렀다.

그 무렵 소련이 큰일을 낸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를 성공시킨 것이다.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스푸트니크 쇼크’였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페어차일드 반도체회사’를 미국 우주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중심회사로 지명한다. 페어차일드 반도체회사는 승승장구한다. 쇼클리는 실의에 빠져 실험실을 닫고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로 돌아간다.

팔로알토의 창업자들

팔로알토에는 파크(PARC)가 있다. 뉴욕 주에 있는 복사기 회사 제록스의 연구기관이다. 제록스는 그리스 어 자이러그라피(zerography)에서 나왔다. 풀이하면 ‘마른 글쓰기(dry writing)’라는 뜻이다. 복사기를 말한다. 제록스의 젊은 학자들은 연구실을 본사가 있는 뉴욕 근처에 두기를 거부했다. 기계를 잘 모르는 본사 간부들로부터 미주알고주알 간섭을 받기 싫어했다. 그들은 본사에서 300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의 팔로알토에 연구실을 차렸다.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곳으로 이만 한 곳이 없었다.

부동산 개발로 스탠퍼드 대학은 부자대학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알토며 마운트 뷰 그리고 로스 알토스 등에는 스탠퍼드 대학 소유의 땅을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이다. 값 비싼 땅에 집을 지어 렌트 수입이 만만치 않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 졸업생들의 창업 지원에 물 쓰듯이 한다.

컴퓨터 제조회사인 휴렛 팩커드사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 윌리암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스탠퍼드 대학 의 창업기금으로 대학인근의 차고를 빌려 설립한 회사이다. 회사 이름을 결정할 때 서로 자신의 이름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여 두 사람이 동전을 던져 결정했다는 일화도 있다. 결국 팩커드가 이겼지만 양보하여 친구의 이름을 앞에 나오도록 회사명을 정했다고 한다.

1971년 1월 미국의 어느 주간지의 기자가 스탠퍼드 대학 주변 사우스베이의 분지에 실리콘밸리라는 말을 처음으로 붙였다. 과거 목장이 있었던 랜초가 반도체(실리콘) 산업의 메카가 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유명한 애플사를 창립한 스티브 잡스가 팔로알토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주선 같은 거대한 원형 건물을 신축하여 본사 건물로 쓰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가 창립한 테슬라가 이곳에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하는 실리콘 밸리에는 인종에 관계없이 천하의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든다. 후진국의 두뇌유출(brain drain)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실리콘 밸리는 국적이며 출신과 관계없이 재능(탤런트)만이 존경 받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규제를 한다고 해도 실리콘 밸리는 예외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실리콘 밸리

이곳에서 돈을 많이 번 회사들의 기부행위도 대단하다. 지인의 이야기에 의하면 팔로알토의 공립학교에는 현지 회사들이 낸 기부금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공립학교는 의무교육으로 학비가 면제되지만 학교 질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곳의 공립학교는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고 실험 기자재가 풍부하여 교육수준이 높다. 명문대학의 진학률이 높아 동부의 사립학교가 부럽지 않다고 한다. 이는 실리콘 밸리 매력의 하나로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글로벌 인재를 끌어 오는 동인이 된다.

팔로알토 시내에는 구글의 무인자동차(self-driving)가 다니고 있다. 인터넷으로 유명한 구글 본사도 인근 멘로파크에 있다. 앞으로는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그러했듯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여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 주게 된다. 아빠가 하루 종일 운전대 잡느라고 지쳐서 휴가를 망치지 않아도 될 날 도 머지않았다. 식구들이 자동차 안 테이블을 둘러싸고 사이좋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운전자 없는 드라이브를 즐길 날이 머지않다.

과학발전의 시대에 사람들은 많은 꿈을 꾸고 있다.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실리콘 밸리에 와 보면 ‘미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라는 미국 격언이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화제이다. 미국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실리콘 밸리에 와서 느낀 점이 많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항공기, 자동차)등 새로운 기술혁신이다. 실리콘 밸리는 간섭과 규제를 피해 온 과학자들의 피난처(sanctuary)에서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정부가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자유로운 영혼의 과학자들이 마음대로 연구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분위기 제공만이 정부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자들이 찾아내는 새로운 유레카가 기대된다.

필자소개
한중투자교역협회(KOITAC) 자문대사, 한일협력위원회(KJCC) 사무총장. 전 한국외교협회(KCFR) 이사, 전 한국무역협회(KITA) 자문위원, 전 주나고야총영사, 전주베이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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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park 2018-05-23 18:33:51
잘 모르고 있던 정보/지식들을 아려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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