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있으면 우선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북송(北宋)시대에는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됐다. 다재다능한 천재들과 비범한 인물들의 활약으로 일구어진 문화의 찬란함은 서양의 르네상스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바가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근수누대(近水樓臺)’라는 성어와 관련이 있는 범중엄(范仲淹)도 그 시대에 활약했던 명인 중의 한 사람이다.
범중엄이 군사를 거느리고 전당(錢塘) 즉 지금의 항주(杭州)에 진주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범중엄은 그 지역에 있던 장교들을 발탁하여 직책을 맡겼는데, 소린(蘇麟)이라는 한 사람만은 유독 합당한 직책을 배정받지 못하여 자칫 해직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자 소린은 시를 한 수 써서 범중엄에게 바쳤는데, 그 속에 다음과 같은 두 구가 있었다고 한다.
近水樓臺先得月(근수누대선득월, 물에 가까운 누대는 먼저 달을 얻고)
向陽花木易爲春(향양화목이위춘, 햇빛을 보는 꽃나무는 쉽게 봄기운이 난다)
물 가까이에 있는 누대에서는 물에 비치는 달로 인해 달을 먼저 볼 수 있으며,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는 꽃나무는 따뜻한 까닭에 꽃을 먼저 피우기 쉬운 법이다. 그런 이치를 참작해보면 소린이 이 두 구에 담은 뜻은 ‘가능하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기회를 주세요’라는 것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범중엄도 그 뜻을 금세 알아차리고 그에게 적당한 직책을 배정하였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이 두 구는 널리 알려지게 됐고, 그로 말미암아 이 두 구에 들어 있는 ‘근수누대(近水樓臺)’는 성어(成語)가 됐다. 때로는 ‘近水樓臺先得月(근수누대선득월)’이라는 구가 통째로 성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 의미는 이 두 구를 쓴 소린의 원래 뜻과 같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우선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권세가 곁에 있으면 그만큼 덕을 보기가 쉽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