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52] 은진미륵
[아! 대한민국-152] 은진미륵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18.06.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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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은진미륵이란 충남 논산의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을 일컫는 말이다. 고려 초인 968년(광종19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당대의 조각장(匠)이었던 승려 혜명에 의해 세워진 18.12m의 국내 최대 불상으로 1963년에 대한민국 보물 218호로 지정되었다가 55년만인 2018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통일신라시대의 세련된 불상 등에 비해 못생겼다고 해서 흔히 ‘못난이 불상’으로 불리면서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버림받다시피 저평가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머리와 손이 지나치게 크고 몸체는 둔중해 인체비례에 전혀 맞지 않는다. 머리 길이 보다 훨씬 긴 원통형 보관을 쓴 것도 그렇고, 눈 코 입까지 커서 괴상한 느낌까지 주고 있다. 널찍하고 편평한 얼굴에 토속적인 얼굴을 지녀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 길래 세상에 꿈쩍하지 않고 서있는 것은 은진미륵이라는 민간신앙도 생겨났다.

쥐의 사위 고르기라는 민간설화가 있다. “생쥐부부가 늘그막에 얻은 딸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에게 시집보내려 했다. 해님을 찾아갔더니 나를 가로막는 구름이 더 세다고 했고, 구름은 나를 날려 보내는 바람이 더 낫다고 했다. 바람은 말했다. 내가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꼼짝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은진미륵이다.”

저평가되어 왔던 은진미륵이 최근 들어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어인 일일까. 문화재청은 국보로의 승격 이유로 ‘파격적이고 대범한 미적 감각’과 ‘뛰어난 독창성과 완전성’을 들었다. 이제까지는 통일신라시대의 세련된 불상, 특히 석굴암을 가지고 불상의 미적(美的)기준을 삼았는데, 과연 그것이 모든 시대에 적용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정제미와 이상미를 추구한 것이 통일신라시대의 미감이었다면,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은진미륵은 ‘파격과 대범’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미감으로 볼 수 있다.

유홍준 교수는 여기에 “은진미륵에는 민간신앙에 남아있던 장승의 이미지를 불교적으로 번안한 듯한 토속성이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중을 보듬고, 민중과 함께 기적을 일으킬만한 괴력의 소유자 같은 모습으로 민중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불상은 의도적으로 상식적인 고전미학을 벗어던지고, 시대적 염원을 담아 제작되고 세워졌다는 해석도 있다.

불교미술전문가이자 문화재 위원인 배재호 교수는 “돌 하나로 불상 하나를 만들던 신라 때와는 달리 큰 돌 3개로 거대한 불상을 쌓아올린 기법은 아주 새롭고 실험적인 발상”으로 그 후에 제작된 당대 불상에 영향을 준 전범이었고 아래쪽 옷자락 표현을 자세히 보면 바람에 살짝 들어 올린 사실적인 기법도 드러나는데, 이는 제작자와 시대의 기술이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은진미륵은 그 독특한 개성으로 하여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일명 은진미륵)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일명 은진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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