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증후군
[해외기고]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증후군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05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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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화면을 장식했던 호주 텔레비전 뉴스는 영국의 해리왕자와 헐리웃 배우출신의 메건 마클에 관한 결혼 소식이었다. 채널 7과 9에서는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 팀들이 일주일 전부터 런던으로 가서 생방송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호주는 영연방국가의 하나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영국왕실이나 로열패밀리에 대해서 가지는 관심은 유난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왕실의 혼인은 헨리 8세로 인해서 로마가톨릭과 분리됐으며 성공회라는 다른 종교 분파를 만들었을 만큼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사연들이 얽혀있다.

공작부인이 된 메건은 이혼 경력이 있는 아프리카계의 미국인이라는 인종적인 특성과 배우라는 직업이 영국왕실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전통을 깨트렸다. 그야말로 유리 구두를 신은 현대판 신데렐라가 탄생한 것이다. 그 결혼식을 보기 위해서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윈저 성 부근에 몰려들었으며 해리와 메건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모습은 과히 열광적이었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붉은 제복을 입은 왕실 경호원들이 모는 화려한 장식의 사륜마차를 타고 윈저성 주위를 돌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라 여겨진다. 마치 디즈니랜드의 만화영화 속에서 나올 듯한 장면이 눈앞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나는 칼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이라는 교재로 꿈 분석공부를 할 때 정신분석학에도 큰 흥미를 가졌었다.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의 스토리는 콤플렉스의 대표적인 예로서 많이 인용이 된다. 자립의지를 포기하고 이성에게 의존함으로서 인생의 변화, 마음의 안정, 보호 받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 등을 추구하는 심리를 신데렐라 이야기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즉 본인에게 반한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서 자신의 미래가 현재와는 전혀 다르게 바뀌어 잘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증세이다. 만약에 이 증상이 병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의존성 성격장애가 된다고 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원인은 여권신장이 변해가는 과정의 중도시기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정신분석학자는 밝혔다.

미혼여성들에게는 누구나 꿈꾸는 배우자가 있다. 로열패밀리의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부러움과 질투도 느끼겠지만 그에 상반되는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통해서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자 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있어왔고, 한편으로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는 남자신데렐라도 생겨나고 있다.

좋은 집안과 좋은 직업의 여성과 결혼함으로서 부와 안정성을 쉽게 얻으려는 환상을 가지고 시도해보는 어설픈 남자들을 말한다. 하지만 성공률은 아주 낮으며 서서히 열등감에 빠져드는 경우가 생긴다.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세계이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재벌들과 결혼하기 때문에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로 만들어주는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해리왕자 같은 특별한 남자가 얼마나 존재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호주 타스마니아 섬 출신의 메리는 유럽의 유명한 왕가인 덴마크의 왕자와 시드니의 한 술집에서 만나서 세계적인 신데렐라가 된 경우가 있기는 하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신데렐라나 잠자는 미녀공주를 깨워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한국의 고전소설을 통해서도 만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소설인 ‘춘향전’은 천출이었던 성춘향이 양반자제인 이몽룡을 만나서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춘향은 열녀이며 정숙함의 대표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회적인 계급의 차별이 유별나며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기생의 딸이 양반사회로 진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퇴기였던 월매는 자신이 겪었던 차별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춘향에게 철저한 상류층 자녀와 같은 교육을 시켰다. 그래서 이몽룡이 밤중에 자기 집을 찾아와서 춘향을 만나려고 했을 때 은근히 두 사람을 부추기는 역할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난 이후에 춘향이는 새로 부임한 사또 변학도에게 고초를 겪지만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암행어사 마패는 이몽룡에게 백마가 되어주었고 옥에 갇힌 성춘향을 구출해내는 권력의 상징이 됐다. 성춘향이나 춘향의 어머니 월매, 이 두 여성들은 인내하고 기다림으로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코 쉽게 얻어진 신데렐라의 행복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 사회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점차 다양해지며 남녀가 동등함을 넘어서서 여성파워가 드세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나약하게 잠만 자는 백설 공주가 아니라 스스로 파워를 만들어 가는 강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시대를 맞고 있다. 반면에 남자는 부드럽고 따뜻함을 보여주는 사람이 인기가 있는 세상이 됐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백설 공주 콤플렉스가 더 이상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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