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齊魯단상]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
[齊魯단상]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
  • 청도=김흥윤 편집위원
  • 승인 2018.06.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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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0년 쯤 전의 일이다. 학교에서 처음 경제원론을 듣기 시작해 한 한달 쯤 시간이 지나서였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균형가격을 이뤄내는데 여기에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손은 시장에서 수급의 균형과 정상이윤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 시절 그 손은 너무나 절묘하고, 신비롭고, 절대 선(善)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그 짧은 경제학 지식은 ‘보이지 않는 손’이 항상 옳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살게 했다. 그 사이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한지도 이미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신비롭기까지 했던, 경제학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 손과는 좀 다른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그걸 느낄 때마다 다가오는 무력감과 막연한 불안감은 뭐라 한마디로 설명이 좀 쉽지 않다.

지난해는 중국과의 연을 맺고 일을 벌이는 크고 작던 기업과 사람들이 사드 문제로 매우 힘들었던 한 해였다. 중국에서 사업을 벌였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은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지역을 옮겼다.

그런 사정도 여의치 못하면 눈물을 훔치며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런 중국과의 경제적 마찰이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는 게 기가 막혔다. 중국정부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한국에 관광 가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사드 문제로 감정이 서로 격앙됐을 때도 어디 가서 시위하라고 부추긴 적이 없으며, 한국산 차를 산다고 구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롯데는 마트사업을 접어야 했고, 현대기아차는 부품밴드사에 대금조차 결제를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어야 했다. 화장품 몇 개 팔겠다고 뛰어다니던 주위의 소상인들은 매대에서 끌어 내려져야 하는 자기 상품을 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오는 6월9일부터 11일 사이에 산동성 칭다오에서는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정상이 참석하는 상하이협력기구 국제회의가 개최된다. 규모가 큰 정상급 회의이다 보니 새해가 들어서자 사는 동네의 골목과 도로가 정비되고 간판이 새롭고 아름답게 바뀌고 여러 많은 환경이 좋아졌다.

‘보이는 손’들이 하는 일들이었다. 그러고는 약 한달 전 부터 동네 사우나와 노래방이 문을 닫더니 이제는 공장이 문을 닫았다. 행사기간을 전으로 식당들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만연해 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정부기관 어디에서도 문을 닫으라고 하는 공문이나 지시를 내리거나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행사기간 소방점검을 좀 더 철저히 하고 위생검열를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LPG가스는 위험한 물건이니 배달을 중지시킨다는 것이었다. 절대 식당 문을 닫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스불도 없이 식당에서 요리를 만들어 낼 재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선 길거리 차들도 많이 줄었다. 검문검색 구간이 많다 보니 귀찮아서인지 덜 움직인다고 한다.

부제 운행을 지시한 적이 없고, 다니지 말라고 한 적이 없으며, 문 닫으라 한 적이 없다. 다들 알아서 문 닫고 덜 다니고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리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G2가 된 우리의 이웃은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시킬 정교하고 다양한 수단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 오늘을 사는 우린 무얼 또 조심하고 대비하며 살아야 할까.

필자소개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중국중앙민족대학 법학석사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등 공무원 21년 근무
현 청도태음화상무유한공사 법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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