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오절 유감(遺憾)
[칼럼] 단오절 유감(遺憾)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6.1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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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사회의 큰 명절...산업사회에서는 잊혀지는 게 숙명(?)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페친이라는 말도 있으니 카친이라는 말을 써도 되겠다. 오늘 카톡방에서 카친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단오절을 축하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카친이었다.

단오절은 과거에는 큰 명절이었던 모양이다. 기자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서 옛 습속을 조금은 겪은 게 있다고 하는데도, 사실 단오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이 없다. 아마 시골을 일찍 떠나서 단오에 대한 기억이 더 흐릿한지도 모르겠다.

창포로 머리를 감고, 쑥과 익모초를 뜯으며, 그네뛰기와 씨름 같은 민속행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글로는 봤으나 실제 어릴 적 기억에 있는 것은 그네뛰기와 머리감기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다른 명절과 겹쳐서 어렴풋할 정도이니 단오는 그만큼 기자에게는 인상깊지 않은 명절이다.

단오는 오월 초닷새를 말한다. 음력 5월5일이다. 음양으로 따지면 양기가 충만한 때다. 농사를 짓는 일로 따지면 모내기를 막 끝내고 맞는 절기여서 풍년을 비는 습속과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단오절을 우리보다 조금 더 착실히 지내고 있는데, 산업화가 우리보다 뒤진 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오는 농업사회의 절기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오의 유래에 굴원의 스토리도 덧붙였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회왕 때 굴원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간신들의 모함에 자신의 지조를 보이기 위하여 멱라수라는 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날이 바로 5월 5일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해마다 굴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그것이 단오절이 되었다는 얘기다.

굴원은 당대의 대시인으로 이소((離騷)라는 글로 유명하다. 그리고 굴원이 어부와 대화하는 대목을 담은 어부사(漁父詞)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문장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어부사’는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굴원이 쫓겨난 뒤 강가에서 서성이고 늪가에서 거닐며 시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은 말라있었다.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오. 어쩌다가 여기에 이르렀소?’라고 하자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이 때문에 추방을 당하였소’라고 하였다.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聖人)은 상대에게 얽매이지 않고 세속과 더불어 옮겨가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흐리면 어찌하여 그 진흙탕을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다 취했으면 어찌하여 그 술지게미를 먹고 그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시오. 무슨 까닭으로 깊이 생각하고 높이 행동하여 자신을 쫓겨나게 하였소?’

굴원이 대답하기를, ‘내가 들으니, 새로 머리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새로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고 하였소. 어떻게 자신의 깨끗함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상수(湘水)의 물결에 뛰어들어 강의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내질지언정 어떻게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겠소’라고 하였다.

어부가 빙그레 웃고는 노를 저어 떠나면서 노래하기를,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빨 수 있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수 있다네’라고 하고는 마침내 떠나서 더 이상 함께 말하지 않았다.”

시비곡직을 엄히 따지는 굴원에 대해 어부는 세속에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아마 어부는 ‘관직에 나아가면 유교, 관직에서 물러나면 도교’를 믿는 전형적인 전국시대 지식인상이 아닌가 싶다.

과거 대학시절 종교학개론 강의를 들을 때의 기억이 난다. 종교학계 권위자였던 교수는 “신자가 없어지면 신도 사라진다. 이집트신 이름이 라(LA)신인지 레(LE)신이지도 믿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모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마 오랜 전통의 우리 단오절이나 중국의 단오절도 농업사회가 지나면서 곧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 이집트의 라신인지 레신이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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