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산책] 놀고 싶단 말이야!(1)
[달팽이 산책] 놀고 싶단 말이야!(1)
  • 현은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 승인 2018.06.19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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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은 앞표지부터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책들이 있다. 데이빗 새논의 『안돼, 데이빗!』이 그렇다. 앞표지에서부터 불안감 덩어리를 던져 주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시선은 양쪽 대각선으로 던진 위험한 구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독자의 눈은 가운데 있는 어항에서 멈춘다. 기울어지고 있는 어항이 곧 넘어질 것만 같다.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첫 만남에서부터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아이가 여기 있다. 이 책은 이런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림책의 앞표지를 보여주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소란스럽다. “저것 봐! 어항이 곧 쓰러질 것 같아”, “어어, 넘어질 것 같아. 책 위에 한 발로 서 있어.”, “어항 물이 쏟아지고 있어”, “어항이 깨지면 어떡해?” “금붕어가 죽을지 몰라.” 너도나도 소리를 지른다. “아, 안 돼, 안 돼!”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느라 정신없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맑고 환하게 웃고 있다. 

웃는 얼굴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 웃음과는 대조적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이 깔려 있다. 한쪽발로 책 더미 끝에 서 있는 데이빗! 곧 무너져 버릴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 오른쪽 대각선으로 팔을 쭉 뻗어 탁자 위 금붕어 어항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주인공보다 더 크고 무거워 보이는 어항. 어항의 무게감으로 불안감은 더 고조된다. 

반대쪽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탁자. 그 위 어항에서 물이 넘치고 있다. 이제 곧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다. 긴장감을 연출하는 데는 사선의 구도가 제격인 것 같다. “아, 안 돼!”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어진다. 

조심스레 문을 슬쩍 열어 안을 들여다보듯 앞표지를 살짝 넘겨본다. 앞면지에 ‘NO'라는 글자가 빽빽하게 있다. 어릴 때 작가가 수백 번은 들었던 말이다. 지금의 아이들 역시 엄마에게서 늘 듣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환청처럼 이 말을 듣게 될는지도 모른다. ‘NO’라는 글자는 “도대체~?” 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이렇듯 면지는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다. 이 책에서 데이빗 새논은 면지조차 허투루 다루지 않고 있다. 사실 다른 작가들의 그림책에서도 앞․뒤 면지에 문양이나 문자, 색, 이야기 배경, 등장인물의 특성 등의 상징을 넣어 그림책을 디자인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의도적으로 앞뒤속표지나 면지를 이야기 속에 포함시켜 그림책을 구성한다. 이런 그림책을 만나면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말고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자칫 놓치기 쉬운 속표지나 면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돼, 데이빗!』의 실제 이야기는 책 제목과 삽화가 그려진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빗은 벽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낙서이다. 맨 위쪽에는 ‘데이빗의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죠……라고 쓰여 있다. 데이빗은 그림을 그린 후 엄마의 말이 생각나 “안돼, 데이빗!’이라고 쓴다. 

다음 장을 넘기면 제목이 보인다. 예상대로 엄마는 주먹을 꼭 쥔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다리에 힘을 주고 발 한쪽 끝을 까딱까딱 거리며 서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궁금한 것은 그 다음 엄마의 행동이다. “안 돼!”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금지된 장난이 이어지는 나날들. 도대체 어떤...

필자소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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