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나의 희망수명
[이영승의 붓을 따라] 나의 희망수명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18.06.2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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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가 도래 했다.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아니, 몇 살까지 사는 것이 적당할까?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가 희망하는 수명이 얼마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인생에서 그 무엇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토록 중요한 수명에 목표가 없을 수는 없다. 즉 희망수명을 정해 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온갖 인생 설계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88세를 사셨고 아버지는 89세를 사셨다. 조상들이 당뇨, 고혈압 같은 가족 병이 없어 대대로 장수를 하셨다. 그래서 내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수명은 최소한 90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95세 이상 될지도 모른다. 이런 논리에서 나의 희망수명은 일단 95새로 정했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라 했다. 내 나이 이제 60대 중반으로 적지 않은 나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남은 세월이 30년 이상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젊어진 기분이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면 가끔 경로석에 빈자리가 없는지 살피곤 했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기원전 오백년경인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18세 정도였으며, 기원 후 백년경인 로마 시대는 25세였단다. 그러던 것이 1900년쯤에는 47세로 늘었으며, 그보다 백년 후에는 77세로 급격히 늘어났다니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평균수명은 경제 수준과 환경에 따라 나라별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통계에 의하면 최장수국은 82.6세인 일본이며 우리나라는 79.4세로 스위스, 호주, 이태리에 이어 다섯 번째라고 한다. 참으로 복 받은 민족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한계수명은 얼마나 될까? 현대 의학자들은 대략 120세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는 성경 창세기 6장 3절에 나오는 수치와 일치한다. 일부 학자들은 만약 태아에서부터 생 후 전 기간 동안 최적의 환경 조건이 유지된다면 140세도 가능할 것이란다. 미국 아이아대학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현재와 같은 수명의 연장 추세라면 2,150년경에는 150세를 사는 사람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다. 

인간의 수명과 관계되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조물주가 소를 만들어 놓고 60년의 수명을 주면서 인간의 경제 활동을 도우라고 했더니 소가 너무 힘들 것 같다며 30년만 살고 나머지는 반납했다. 다음엔 개와 말과 원숭이를 만든 후 각 30년의 수명을 줬더니 글 역시 힘들 것 같다며 15년만 살겠다고 했단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든 후 25년의 수명과 함께 지혜를 주었다. 

그러자 인간은 25년이 너무 짧다며 상기 동물들이 반납한 75년을 더 달라고 하여 100년의 수명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은 처음 25년은 제 마음대로 살고, 다음 30년은 소처럼 일만하고, 다음 15년은 개처럼 집을 지키고, 다음 15년은 말처럼 식구들 등쌀에 끌려 다니고, 마지막 15년은 원숭이처럼 재롱떨며 산다는 것이다. 비록 에피소드이긴 하나 인간이 부여받은 수명이 100년인 것은 오늘날 현실과 부합된다. 그렇다면 그 이상 사는 것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니 재앙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노화 속도는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데 우리 몸의 신진대사 과정에 나오는 활성산소가 바로 노화의 원리라고 한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노화 방지를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몸에 좋은 음식물 섭취와 운동은 기본이고 각종 영양제 보충, 과학적 칼로리 조절, 생활환경 개선, 스트레스 해소 등 끝이 없다. 뿐만 아니라 각종 건강검진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며, 최첨단 의학의 발달로 동물의 장기 이식, 인공 장기 개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체 이식 등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누구도 150세 수명을 공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한없이 연장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이다. 이러한 첨단 의료 기술의 발달은 수명을 과도하게 연장시켜 노령 인구 급증을 초래하고, 저 출산 문제와 맞물려 부양해야 할 젊은 세대와 불균형이 심화되며, 국가 재정 부족으로 사회 발전이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복지 정책이 미비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장수 집안이라 95세까지는 너끈히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95세는 아무래도 너무 과욕으로 아버지보다 딱 일 년만 더 살면 어떨까 싶다. 그래, 오늘부터 나의 희망수명은 90세이다. 그때 가서 내 마음이 다시 변할지는 모르지만... 

필자소개
​수필문학으로 등단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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