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우리詩論-2] 한경용의 시집 ‘빈센트를 위한 만찬’
[김필영의 우리詩論-2] 한경용의 시집 ‘빈센트를 위한 만찬’
  • 김필영(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
  • 승인 2018.06.3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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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한국 현대시를 선정··· 시와 함께 읽는 시평

평생 기억에 남는 시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감동을 주는 시를 찾아내기란 짚단에서 바늘 찾기와 같을 수도 있다. 필자는 2014년 가을부터 감동시를 찾아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를 찾아 감상 평론도 썼다. 다음은 그가 찾아낸 주옥같은 한국 현대시와 그의 평론이다. 본지는 해외한인사회의 우리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김필영의 우리시론’이라는 타이틀로 시와 평을 소개한다.<편집자>

연어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이 소식은 사할린 강바닥에서도 들려왔다.
따스한 해류에서 느끼는 정감,
나는 물살을 거스르는 파란 힘줄과
물결에 뜯길 지느러미를 준비한다.
해원의 무늬살이 애향을 가리키며 
겨울을 생산하는 바람 속에 오호츠크해가 있다.
조류란 먼 바다에 계신 당신이 끄는 물의 힘을 찾는 것,
태어난 강바닥 위, 흙모래 냄새도 코끝을 당겼으리라.
움직이며 물밑을 더듬는 찰나,
거품이 방울지는 산호더미
용왕 전에서 굿을 하고 남대천으로 돌아오나.
구름의 농도를 재는 무속으로 
해가 솟는 물목마다 군무다.
그물이 쳐진 여울목에는 늘 길이 부서지지만
연어에게는 앞으로 가는 유영법만이 있을 뿐,
저 멀리 고향의 등대가 보이고
상처로 달군 몸의 피도 뜨겁다.

(한경용 시집, 『빈센트를 위한 만찬』 현대시 시인선 139, 11쪽, 연어)

『상처로 달군 몸의 뜨거운 피로 그리는 본능적 향수(鄕愁)』

가족이라는 집합체는 혈연관계로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떨어져있게 되면 서로 본능적으로 그리워한다. 인류역사속의 무수한 사람들은 전쟁이나 재난을 겪으며 가족과 이별하게 되어 죽는 날까지 상봉하지 못하고 한 생애를 마치는 이도 있고 우여곡절을 겪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도 있다. 집을 떠났던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든 가족은 조건 없이 버선발로 나가 반겨 들인다. 한경용 시인의 시를 통해 가족을 떠난 존재가 되어본다.

시의 첫 연 첫 행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로 시작되는 행간에 바닷물과 개여울의 물안개에 젖은 울음이 묻어있는 듯하다. 집을 떠났던 자식이 집으로 돌아와 대문밖에 서서 볼멘소리로 부르짖는 음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행위의 진행상으로는 맨 마지막에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물고기인 연어처럼 영원한 아버지의 아들이 긴 고행을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와 할 수 있는 말을 첫 행으로 끌어다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의 존재인가? ‘아버지’는 생명의 수여자를 의미하기도 하고, 지식과 지혜의 교육자이기도 하고, 도덕의 뿌리이기도 하고, 가장 신뢰할만한 성(城)과 같은 존재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런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는 본능적 믿음을 유전 받았기에 그 망망대해를 향해 떠났었는지 모른다.

이제 이어지는 2연에서 연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화자이자 시인이 아버지를 찾아 돌아가야 하는 우리의 대역으로 연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은 우리 인류에게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연어는 본능적으로 아버지가 기다리는 고향 사할린 강바닥에서 이어진 “겨울을 생산하는 바람 속에 오호츠크해”가 있음을 감지한다. 

“따스한 해류에서 느끼는 정감”을 느끼는 것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오기 때문이다. 우리는“물살을 거스르는 파란 힘줄과 물결에 뜯길 지느러미를 준비”하는 연어처럼 언젠가는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려고, 아버지에게 ‘참 잘 했다’라고 말해주실 아버지를 상상하며 힘겨운 땀방울을 흘리기도 하고 주린 배를 참아내며 살아간다. 

집을 떠나와 세상이라는 바다에 사는 일이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그 아픔을 통해 생을 배워야 했는가? 우리는“당신이라는 존재가 이끄는 물의 힘을”, “태어난 강바닥 위, 흙모래 냄새가 코끝을” 당기듯 보이지 않는 혈연의 끈으로 우리를 당기고 있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힘을 무의식중에도 신뢰하기에 본능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당신께 가는 길에 “움직이며 물밑을 더듬는 찰나, 거품이 방울지는 산호더미”같은 알 수 없는 유혹에 도전하며 얼마나 많은 헛발을 딛어야 했는가?

시는 종반에 이르러 연어가 돌아가야 하는 길에 “그물이 쳐진 여울목에는 늘 길이 부서지”는 절망적인 길이 있음을 알려준다. 연어에게 그물이 의미하는 것은 절망적 장애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는 절망적 장애물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물을 뛰어 넘을 때 돌아갈 수 있기에 “연어에게는 앞으로 가는 유영법만이 있을 뿐”이다. “저 멀리 고향의 등대가 보이고 상처로 달군 몸의 피도 뜨겁기”에 연어처럼 어떠한 고난도 뛰어 넘어 필경,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라고 기쁨으로 부르짖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약력]
*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2017~8)
* 한국시문학문인회 차기회장(2019~2020)
* 시집 & 평론집: ‘나를 다리다’, ‘응’, ‘詩로 빚은 우리 한식’, ‘그대 가슴에 흐르는 시’
* SUN IL FCS(푸드서비스 디자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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