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음식 본맛은 이거예요” 주한라오스대사 부인의 ‘이색 문화외교’  
“라오스 음식 본맛은 이거예요” 주한라오스대사 부인의 ‘이색 문화외교’  
  • 헬레나 김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8.06.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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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삐약’에서 스프링롤과 쌀국수 선보여

“라오삐약이 무슨 뜻일까?”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라오스 레스토랑 에 들어가면서 얼핏 이런 의문이 들었다. ‘라오삐약’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찾은 것은 6월25일. 지인인 주한 라오스 대사 부인이 ‘라오스의 본맛을 보여주겠다’면서 초청해 함께 간 것이다. 라오스대사 부인의 이름은  마니랏 케오달라봉( Manirath Keodalavong)이다.   원래 라오스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남편이 주한 라오스대사로 부임하면서 함께 한국으로 왔다. 그는 대학에서 요리와 금융을 전공했다고 한다.  

“한국에 라오스 음식점이 오픈되었는데, 그들이 제대로 된 라오스 요리 맛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는게 이날 마니랏씨가 라오삐약을 찾은 이유였다.

정기휴일이라는 팻말이 붙은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라오스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빨간등, 볏짚으로 만든 파라솔,  틈이 넓은 나무탁자,  노랑 등 원색을 살린 디자인과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현란한 꽃무늬 국수그릇 등  라오스의 변두리 식당에서 보았던  토속적인 집기들까지 라오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릇에서 탁자까지 모두 라오스에서 가져다가 장식을 했다”는 이 음식점 두 여사장은 각기 아나운서(정효열씨)와  PD(원성훈씨)로  함께 일하면서, 우연히 라오스 여행을 떠났다가 라오스와  라오스 음식에 매료돼 급기야 지난해 이 음식점을 열었다고 한다. 새로운 ‘스타트업 벤처’인 셈이다.

“라오삐약은 ‘라오스 쌀국수’라는 뜻입니다. 삐약이 쌀국수라는 의미인데, 라오스의 대표적인 음식이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정효열 사장은 “소스에서부터 식재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라오스에서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원성훈 사장도 모두 모델처럼 예뻤다.

이런 말이 오가는 가운데 마니랏씨가 차에 싣고온 보따리를 풀었다. 대사관저에서 가져온 식자재들이었다. 마니랏씨는 “오늘  이 식당 전체를 사용하자고 미리 이야기했다”면서 식자재들을 들고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을 맞은 음식점의 두 사장도 뒤를 따랐고,  특별히 초대받은  우리도 주방 한켠에 자리 잡았다. 

주한라오스대사부인 마니랏씨
주한라오스대사부인 마니랏씨

"자~지금부터 소스 만드는것을 보여줄께요. 물에 마늘과 설탕을 넣고 끓일께요.“

잠시후 물이 끓기 시작하자 색깔이 바뀌었다. 마니랏씨는 기다렸다는 듯 소금과 설탕을 더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쉬소스를 넣었다. 이렇게 해서 적당히 졸인 즙에 라임액과  땅콩다진것으로 마무리된 라오스식 스프링롤 소스가 만들어졌다.

이어 함께 스프링롤을 말기 시작했다. 손님으로 초청받은 우리 세사람도 같이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조리과정에 동참했다. 음식점 주인 두사람은 일찍부터 마니랏씨를 돕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스프링롤을 소스에 찍어 시식하는 단계. 소스에 설탕을 듬뿍 넣었으니, 너무 달지 않을까? 하지만 스프링롤을 찍어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기우임을 알았다. 전혀 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향긋한 맛이었다. 

이밖에도 여러 음식을 만들었다. 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를 섞은 반죽을 국수처럼 잘라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육수를 곁들인 전통국수 카오삐약쎈, 야채를 넣은 신선한 스프링롤 요카오, 호박과 계란의 절묘한 조화 상카야막흐 등등.

마니랏씨를 도와 목이버섯을 얇게 채썰기도 했다.  만들어서 즐길때까지 거의 두시간을 우리는 라오스 문화와 라오스 음식 얘기로 화제의 꽃을 피웠다.

마니랏 케오달라봉 여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태국대사 관저에서였다. 그후 간간이 연락이 오갔는데, 이날 직접 라오스 요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초대했던 것이다.  마니랏씨와 함께 만든 음식을 즐기면서 문득 지난해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라오스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편안하고 평온한 곳이었다. 아침을 여는 새소리에 창문을 열면 높은 산에 둘러쌓인 강변에 가득한 운무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새벽녘 굉음을 울리며 떨어지는 빗소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어줄 것 같은 귓가의 속삭임으로 들렸다. 여행자들이 라오스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느린 듯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로움이라고 할까.  

라오스 대사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생활한 지 3년차에 접어드는 마니랏은 명석하고 스마트한 여인이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니랏씨는 남편인 캄수와이 케오달라봉 주한라오스 대사와 ‘라오삐약’을 찾았는데, 음식 맛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점에 정통 라오스음식 조리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라오스 음식이 한국에 알려지길 바란다”며 “다음엔 파파야샐러드와 찹쌀밥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이날 말했다. 누구보다 정통한 라오스 문화외교관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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