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뉴저지 아름다운 저택 결혼식
[Essay Garden] 뉴저지 아름다운 저택 결혼식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8.07.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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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방문하는 동안 마침 그 주말에는 나와 가깝게 지내는 대학교 후배 딸의 결혼식이 뉴저지에서 있었다. 4년이나 중국인과 데이트를 했지만, 그동안 모른척했던 신부의 엄격한 아버지가 총각을 만나보고 갑작스레 결정한 결혼식이었다. 큰 손으로 알려진 중국인 시부모님은 큰아들 결혼식은 600명을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200여명정도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이란다. 장소는 리처드 기어가 출연하는 ‘The Hoax’와 ‘Law & Order SVU’의 여러 에피소드, ‘Cadillac Records’ 등 영화 촬영 장소로도 알려진 40에이커 되는 저택이라니 나는 매우 궁금했다. 

1912년 촬스 니콜스(Charles Nichols)라는 사업가가 뉴저지 주(New Jersey) 웨스트 오렌지 시에 있는 네덜란드 농장을 여러 개 매입한 후 살면서 지은 집이다. 유럽을 자주 방문했던 니콜스씨는 북부 프랑스와 남부 잉글랜드의 노르만 건축에 대한 영감으로 당시 유명한 건축가 알렌(Augustus N. Allen)과 함께 이 집(Pleasant Château)을 지었다고 한다. 

1959년 니콜스씨가 사망하고 이 저택을 그의 회사인 Allied Signal에서 인수하여 뉴저지 지역 역사적 장소로 보존하며, 기업과 교육 그리고 지금처럼 특별한 행사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장소로 일반인들에게도 공유하며 건물로 간직해 오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가. 내 일생에 이토록 아름다운 저택 결혼식을 또 볼 수 있을지! 

건조한 기후인 남서부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나는 높은 상록수 아래에 기대어 130년 전의 멋진 집주인을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본다. 잠시 안개비를 뿌리는 오후였지만, 비가 올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결혼식 때는 멈추었다. 조금 쌀쌀한데도 푸른 초원에서 뛰어 노는 다람쥐들과 오리들은 평화롭기만 하다. 사진도 찍고 아담한 정자에 기대어 아름다운 저택을 바라보며 꿈속인 듯 나는 행복한 소녀가 된다. 이름 모르는 나무의 귀여운 연분홍 꽃들에 취해 내 마음은 봄바람처럼 하늘거린다. 진한 향기가 없어도 좋다. 나는 꽃과 나무와 자연을 언제나 사랑한다. 만약 자연이 제공해주는 산소가 없다면 우리 인간은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사는 텁텁한 공기의 뉴욕을 벗어나니 나의 코끝에 닿는 공기가 신선하다. 

야외 결혼식을 올릴 오늘의 신부를 위해 온통 튤립꽃밭으로 잔디 곁길을 장식해 놓았다. 키가 자그마하고 잘 생긴 신랑이 행차하더니 남녀 친구 들러리가 한사람씩 꽃길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복항아리 같은 인상의 시어머니가 남편의 손을 잡고 나온 후 신부 어머니는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드디어 활짝 웃는 신부, 지니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다양한 민족의 하객들이 뒤돌아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했고,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를 깍은 흑인 목사부부가 결혼식을 진행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저택으로 들어가니 작은 홀과 복도 양쪽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차려 있다. 대서양에서 나오는 굴과 게는 서부에서 맛보던 것과 달랐다. 수상한 경력의 요리사들이 만든 다양한 애피타이저를 나는 촌스럽게 푸짐하게 먹었다. 요란한 밴드음악 소리에 끌려 팔각형 천장의 아름다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1900년대 초기 유럽풍의 우아한 내부 건축으로 내 눈이 휘둥글 해진다. 둥그런 상위엔 생화 꽃병이 화사하게 그림처럼 웃고 있고, 야채샐러드 본 요리가 우리를 기다렸다. 

주례를 했던 목사부부가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가 시작되었다.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이 영어로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재미난 추억을 이야기했고 이어 분위기를 즐기는 분들이 나와 춤을 추었다. 닭과 소고기, 생선 중에 각자 선택한 요리가 나왔지만 우린 배가 불러 싸들고 왔다. 도중에 밥만 먹고 떠나는 한국 풍습과 달리 미국에서 결혼식은 언제나 끝까지 참석하는 게 예의였다. 하지만 운전을 해준 나의 사촌이 서둘러 돌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결례를 했다. 다음 날 우리 곁에서 결혼식을 끝가지 참석했던 미국인 하객이 금가루가 뿌려진 예쁜 케이크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와 우린 눈으로 맛을 상상해보았다. 아름다운 저택에서 최고로 대접을 받았던 우리모녀는 무척 행복한 5월의 일요일이었다.

착한 신랑과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신부 지니(Jeanne)는 하객들이 선물해준 축의금을 사회를 위해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든든한 미래를 만들어 갈 한 쌍의 신호탄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하여 코넬 대학을 나온 신부를 맞이한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중국인 시부모님. 신랑은 모두 가지고 있어서 아무것도 선물해 줄 것이 없어 허전해 하는 나의 대학 후배인 신부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나는 흐뭇한 감동의 연속이다. 케빈과 지니, 부디 서로 배려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며 살아가세요.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미국 샌디에고 30년 거주 수필가
저서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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