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 필리핀한인무역협회 이사장 "재외한인구조단과 함께 한인 100여명 구조했어요"
박일경 필리핀한인무역협회 이사장 "재외한인구조단과 함께 한인 100여명 구조했어요"
  • 강화=이종환 기자
  • 승인 2018.07.1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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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4일 강화 푸른초장의 '그린월드' 찾아...해외에서 들어온 한인들의 재기를 위한 장소
박일경 회장이 강화 푸른초장을 찾았다
박일경 회장이 강화 푸른초장을 찾았다

“2015년 필리핀에 사업하러 가서 한인한테 2억원을 사기 당했다. 부평에 있는 땅을 처분해서 승부를 보자고 다시 필리핀으로 찾아 갔지만 사업은 풀리지 않았다. 좌절 끝에 몸도 많이 상했으나, 여기 와서 4개월 동안 지내면서 많이 좋아졌다.”(필리핀 A씨)

“2010년 필리핀으로 가서 렌트카와 관광사업을 했으나 3년만에 망했다. 그후 다시 식당을 차렸으나 쉽지 않았다. 여기 와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재기할 기회를 생각하고 있다.”(필리핀 B씨)

“5년전 필리핀에 들어가 PC방을 열었다. PC 출장수리 판매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문을 닫고 좌절감에 빠져 방황했다.”(필리핀 C씨)

“필리핀에서 사업 실패로 마약에 빠졌다. 여기로 온 지 2년 됐다. 여기서 굼벵이사육법을 배웠다. 함께 있는 사람 4명과 함께 굼벵이사업으로 독립을 결정했다. 미국에 있는 딸이 연락돼 찾아올 예정이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따름이다.”(필리핀 D씨)

“중학교 졸업하고는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이민을 갔다.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선술집 영업부장으로 일하다 불법 카지노를 알아서 도박에 빠졌다. 결국 회사돈 13억원을 도박으로 잃으면서 영주권을 박탈당하고 한국으로 추방됐다. 여기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일본 E씨)

“중국과 필리핀에서 지인과 공동사업을 했으나 실패했다. 좌절 끝에 도박에 빠져서 또 3억원을 탕진했다. 지금도 집에 연락이 되지만, 연락하면 부모님이 홧병이 생길 것같아 조용히 지내고 있다. 앞으로 굼벵이 사업을 같이 하면서 재기를 모색할 것이다.”(중국 F씨)

7월14일 강화도의 노인요양원 ‘푸른초장’ 한켠의 신축 숙소에서 참석자들이 과거의 아픈 경험들을 털어놓았다.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방황한 이야기들이었다.

사업에 실패하면, 분노와 회한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이를 이기지 못해 술이나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 한탕을 생각하고 도박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어렵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자리를 만든 이가 (사)재외한인구조단 권태일 단장이었다.

해외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돌아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고 심지어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들을 한국으로 귀국시키고 나아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취지로 설립된 것이 (사)재외한인구조단이다.

재외한인구조단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은 우선 강화도 양사면의 '푸른초장' 요양원에 마련된 숙소에 머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새출발을 위한 구상을 한다. 권태일 단장은 이곳에 ‘그린월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공동체 유니폼 작업복도 만들었다.

당초 노인 요양원 시설로, 갇힌 요양원이 아니라 텃밭도 가꾸고 가축도 키우는 농촌공동체 같은 요양원을 구상한 것이, 해외에서 ‘구조’돼 들어오는 한인들이 생기면서 이들을 위해 임시 전용된 것이다.

그린월드에는 아사히베리 등을 가꾸는 농장과 온실, 굼벵이사육실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해외에서 들어온 한인들은 이곳에 일시 머물면서 굼벵이 사육 등 미래 재기를 위한 교육을 자원해서 받기도 하고, 농작물에 정성을 쏟으면서 그동안의 좌절과 아픔을 추스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몇 개월에서 1년 정도이면 독립해서 나가거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길게는 2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게 권단장의 설명.

이날 마침 박일경 전 필리핀한인회장이 이곳을 찾았다. 두 번째 찾았다는 박회장은 필리핀의 불우 한인을 구조하는 일에 일찍부터 관련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일경 회장(왼쪽)과 권태일 재외한인구조단장

박회장은 2009년 한인회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불우한 한인들을 돕는 일에 눈을 돌렸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거처없이 방황하는 한인들을 위해 임시 숙소를 만들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 등으로 성사가 쉽지 않았는데, 마침 '구세주'가 찾아들었다고 한다. (사)함께하는사랑밭 권태일 이사장과 연결되면서, 필리핀에 드디어 ‘쉼터’를 만드는 일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2015년 2월 필리핀 ‘쉼터’가 오픈됐습니다. 권태일 단장님이 비용 절반을 부담하고 제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들도 참여해서 시작됐습니다. 당초 한해에 10명 정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첫해에만 50명이 쉼터를 통해 귀국했습니다. 2년반이 지난 지금은 벌써 100명을 넘었어요.””

필리핀 쉼터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이어지면서 강화의 그린월드에도 그사이 102명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린월드에서는 이날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다
그린월드에서는 이날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다

박일경회장은 필리핀 쉼터를 거쳐서 이곳 그린월드로 온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권태일 단장께서 그린월드에서 가르치는 굼벵이 사육은 향후 사업전망이 아주 밝습니다. 앞으로 곤충 단백질이 소나 돼지, 닭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박일경회장은 소나 돼지, 닭은 사료로 세계 곡물의 3분의 1이 소요되는데, 곤충은 200분의 1이면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2년전 한국 식약청 세미나에 갔다가 들었다는 얘기였다.

1984년 33세때 두산산업 지점장으로 필리핀에 첫발을 디뎠다가 그후 필리핀에서 지금까지 34년을 살고 있다는 박일경 회장은 현지에서 ‘SY인더스트리얼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필리핀한인회장과 필리핀한인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필리핀한인무역협회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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