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해와 달을 삼킨 ‘탐(貪)’...벽에 걸어놓고 경계하길
[이종환칼럼] 해와 달을 삼킨 ‘탐(貪)’...벽에 걸어놓고 경계하길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18.07.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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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대 대자보에 등장...‘무한권력은 없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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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곡부에는 공자 후손들이 대대로 살았던 집이 있다. 463간으로 된 공부(公府)다. 공부는 공자 사당이 있는 공묘(孔廟), 공자 후손들의 묘가 있는 공림(孔林)과 함께 ‘삼공(三孔)’으로 불리며, 산동성 최고의 관광명승지가 돼있다.

이 ‘공부’의 방 한켠에 이상한 동물 그림이 그려진 곳이 있다. 공부에 사는 후손들이 바깥 출입을 할 때 반드시 겨쳐가는 전상방(前上房)이다. 말의 몸통에 용비늘을 갖고 있고, 머리 형상도 용을 닮은 이 동물은 벽 한켠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설속의 기린과 비슷한 형상의 그림이다.  ‘탐(貪)’이란 이름을 가진 전설상의 동물이다.

공부에 이 그림이 있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후손들이 밖을 오가면서 ‘탐’이라는 동물을 경계하라고, 교육용으로 그려 붙였다는 것이다.

중국 위키백과인 바이두에 따르면, 탐은 성정이 포악하고 욕심이 많아 닥치는 대로 먹어삼켰다고 한다. 남들이 가진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달과 해까지 먹어삼켰다. 나중에는 더 먹을 게 없자, 드디어 자신의 몸까지 먹어삼켰다. 그런 점에서 탐은 스스로를 자멸시키는 ‘무한탐욕’의 화신이었다.

이 ‘탐’이란 동물을 갑자기 떠올린 것은 최근 한 신문의 북경발 기사를 읽으면서다. 기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초에는 판리친(73)이라는 베이징대 노(老)동문이 모교 캠퍼스에 '개인숭배 반대, 헌법 사수, 임기제 준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마오쩌둥 개인숭배가 초래한 재난을 상기시키면서 24개항에 걸쳐 시(習) 주석을 비판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생물학과를 다니다 홍위병에 폭행당해 다리가 부러지는 고난을 당했던 그는 문혁 이후 모교 교직원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그는 대자보에서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종신 집권을 하려고 한다'며 '한입에 달을 삼키고, 또 한입에 해를 삼키려고 하더니 이제 전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손으로 써 붙인 대자보는 단 10분 만에 제거됐다. “

이 기사에 ‘달을 삼키고 해를 삼킨다’는 말이 나와서 ‘탐’이라는 동물을 떠올렸던 것이다. 판리친은 시주석이 달을 삼키고 해를 삼킨 다음에는 자멸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려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말한 해와 달은 혹시 모택동과 등소평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웃 중국의 일을 떠나 우리 주변에도 ‘탐’이 횡행하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탐은 탐욕은 주변을 망치고, 결국 스스로도 망친다. 권력이든 기업이든 탐이 깃들면 마찬가지 결과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공자 후손들이 해온 것처럼 ‘탐’이란 동물 그림을 걸어놓을 자리를 찾아봤으면 한다. 필자도 당장 회사 사무실 벽 한켠에 그림 한장 걸어놓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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