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산책] 수평과 수직의 컴포지션(composition)
[달팽이 산책] 수평과 수직의 컴포지션(composition)
  • 현은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 승인 2018.07.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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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동동 거미동동(3편)

낮은 언덕은 길 다란 도형으로 이루어진 밭과 돌담. 수평선을 놓고 선을 그은 듯 일직선으로 길게 누워 있다. 수평선에 기대어 사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 풍경이다. 

세 친구가 바닷가로 나란히 걸어간다. 기다란 토끼의 귀도 까마귀 높이만큼 옆으로 누워 줄을 맞추었다. 서로 친구가 된 다음엔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걸어갈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된다. 친구 사이엔 높고 낮음이 없다. 섬에 사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바다에게서 삶의 지혜를 하나씩 배워 간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눈을 뜨면 수평선을 바라보며 일상을 시작한다. 살다가 가슴이 먹먹해질 때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평선과 줄을 맞춘다. 수평선은 섬사람들의 삶의 잣대가 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은 수평선과 닮은 삶을 산다. 

까마귀 등을 타고 토끼와 아이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나의 시선은 주인공들이 날아가는 쪽으로 따라간다. 한 곳을 바라보며 날아가는 모습에선 비장함마저 감돈다. 바람을 가르며 넓고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조그만 섬을 벗어나 그들이 날아가고 싶었던 곳은 높은 하늘.  

“지금이야”라고 소리치는 순간 까마귀는 날개를 활짝 펴고 수평선과 어깨를 나란히 맞춘다. 까마귀 등을 밟고 아이와 토끼도 벌떡 일어선다. 수직으로 두 발 단단히 딛고, 까마귀 날개 따라 두 팔을 벌리고, 또랑또랑한 눈은 두려움 없이 똑바로 앞을 응시한다. 아이들이 세상에 두 발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리곤 바다와 평행으로 당차게 날아다닌다. 바다와 아이들. 수평과 수직의 견고한 균형! 얼마나 당당하고 다부지게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인가!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 친구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하늘을 날고 있는 그들의 몸엔 하늘을 닮은 푸른빛이 묻어있다. 하늘과 하나 되는 순간이다. 섬에선 색깔들이 알몸으로 춤을 추어도 때가 묻어나지 않는다. 

늘 혼자 놀이해야하는 아이와 그 곁을 떠나지 않는 친구들은 저녁이 기다려진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어김없이 두 팔로 아이와 친구들을 꼭 껴안아준다. 엄마의 따스한 품속은 저녁노을을 닮았다. 기다린 시간만큼의 사랑이다. 바다보다 더 깊은 그런 사랑.

섬 마을의 저녁 풍경이다. 집 뒤편에는 다닥다닥 길게 누워 있는 무덤들이 뒷산을 이루고 있다. 초가집 한 채, 하얀 고무신, 검정 고무신 한 켤레. 토끼, 까마귀, 왕거미 한 마리. 저녁잠을 청한다. 내일 또 어떤 놀이를 할까?

필자소개
북경한국국제학교병설유치원 원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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