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탕산 대지진’의 신화와 진실 사이
[비바 코리안] ‘탕산 대지진’의 신화와 진실 사이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3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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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인 1976년 7월28일 인구 70만의 탕산(唐山)시에 규모 7.5(미국지질조사소 발표, 중국지진국은 규모 7.8로 구분)의 직하형 지진이 엄습했다. 이 엄청난 격진(激震)에 의해서 당시 중국의 유수한 공업도시인 탕산은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약 5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한다.

1976년은 한중수교 이전이고,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죽의 장막’의 나라여서 현지의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일찍이 <8억인과의 대화>(1977)를 쓴 리영희 교수가 쓴 글을 통해 그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리영희 교수는 ‘당산(唐山) 시민을 위한 애도사’(1988)에서 미증유의 참변 속에 놓인 중국인들이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근거는 현장을 목격한 주중 일본대사가 귀국한 뒤 쓴 후일담이다.

“....땅은 흔들리고 건물은 계속 허물어진다. 화재는 연옥같이 건물을 태워나간다... 그런 속에서 중국인들은 난동을 부리거나 남을 해치는 일이 없다. 진동과 파괴와 화재가 계속되는 속에서 불행한 이웃을 위해 달려 나가고,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은 바로 자기 가족을 위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일본의 도시에서 이런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일본인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상상하면서 나는 큰 충격과 감동 속에 숙연하게 서있을 뿐이었다...”(위의 글)

리영희 교수는 이를 토대로, 몇 달 뒤 뉴욕시에서 12시간의 정전이 있었을 때를 탕산 대지진 때의 그것과 비교했다. 뉴욕에 정전이 엄습했을 때 남이 자기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나와 약탈, 파괴, 방화, 강간, 난동을 했던 바 그것은 바로 ‘연옥(煉獄)’의 참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부자나라의 시민들이 남의 것을 빼앗고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는 너무나도 엄청난 인간행동의 규범적(질적) 차이라고 보았다.

펑샤오강이 만든 영화 대지진
펑샤오강이 만든 영화 대지진

그런데 탕산의 미담에 과장과 허구가 많다는 것은 나중에 알려졌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1966-1976)의 막바지였다. 중국 정부는 자력 회복을 외치며, 외국의 원조도 거부했다. 이것이 희생자의 확대를 가져온 큰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정부의 방침에 의해 피해 실태의 대부분이 은폐되었다고 전해져 사망자 수도 비공식적으로는 60만에서 80만명, 혹은 그 이상이라고도 전해진다(위키백과).

전세계 언론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탕산 시민의 아름다운 희생정신도 알고 보면 하나의 ‘신화’였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아와 생존의 위협으로 약탈과 강절도가 속출했다고 한다. 사실 아비규환의 난리통에 치안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들의 인류애에는 한계가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제 아무리 경찰국가인 중국의 공안이라도 극한상황에서 생존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군상을 어떻게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겠는가.

2010년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의 <대지진(大地震)>은 이 참사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주인공은 참화의 현장에서 “하느님 나쁜 새끼!”라는 욕을 내뱉는다. 탕산(唐山) 대지진 이후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지진으로 기록된 2008년의 쓰촨 대지진만 보아도 능히 공감이 가는 상황이다. 신화는 바래고 진실은 기록과 기억으로 재현된다. 리영희 교수가 칭찬했던 탕산 대지진의 신화 또한 ‘지식인의 ‘상상 속 바람(wishful thinking)’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다(정용인, 주간경향, 2018).

당시 리영희 교수는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여 탕산 대지진과 뉴욕 정전 사태의 차이가 동양과 서양의 차이 나아가 이기주의를 원리로 삼는 자본주의와 공동의 이익을 원리로 삼는 사회주의 도덕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를 물었다. 타락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인류의 이타주의에서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은 그 때도 있고 지금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체제와 이념을 넘어설 것이다. 탕산 대지진 42주기에 즈음해 대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필자소개
방송인, 언론학 박사,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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